[브릿지 칼럼] 대세 상승의 마지막 동력 '유동성 공급'의 한계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03-07 14:49 수정일 2016-03-07 15:12 발행일 2016-03-08 23면
인쇄아이콘
소규모 경기둔화 사이클…2, 3차 양적완화로 주식시장 안정
美 英 유럽 증시, 저점 위협…유동성에 의한 상승 마무리
선진국 주식시장의 대세상승과 한국 증시의 박스권, 계속 유효할까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반등에 들어갔다.

향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2014년에 주가가 지금과 비슷했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해 10월에 유럽은행의 양적 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시행됐다. 둘 다 유동성 공급에 초점이 맞춘 정책이었는데, 이에 힘입어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는 9000에서 1만3000까지 50% 가까이 상승할 정도였다.

이번에 주가가 상승 이전 수준까지 내려온 걸 감안하면 유동성에 의한 상승은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된다. 지난 2009년 이후 6년 반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3배 올랐다. 상승률만 보면 호황기였던 90년대보다 높다. 그리고 작년 한 해 주가는 옆 걸음을 계속했다. 그 사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을 정점으로 점차 내려오고 있다. 기업 이익도 좋지 않다. 2010년 이후 미국 기업들이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거시지표와 괴리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만들어진 가격 형태가 바뀌기 전에 펀드멘털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데, 최근 미국 경기 둔화가 그런 모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중간에 소규모 경기 둔화 사이클로 인해 주가 하락의 위험이 높아졌던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빠져 나오는 힘이었다. 2, 3차 양적 완화가 대표적인데, 유동성 공급이 실물 경기를 빠르게 돌려 놓지는 못했어도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은 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흔들리는 상태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때 2014년 10월 저점이 위협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영국 같은 경우 이미 이 지수대를 밑돌고 있다. 해당 지수는 유럽이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하는 첫 지점인데, 주가가 이 밑으로 내려갔다는 건 대세 상승의 마지막 동력인 유동성에 의한 상승이 마무리됐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 주식시장 역시 아베노믹스에 의한 상승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이런 상태에서 선진국의 정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1960년 대공황 때보다 강한 정책들을 계속 시행해 왔다. 사상 최초로 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든 걸 보면 그 강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대공황 당시 미국의 정책 금리는 1.0%였다.

정책이 6년 넘게 계속되면서 반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동일한 정책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다. 6년 동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걸 보면서,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도 별로 없고 설혹 카드를 쓴다 하더라도 효과가 나겠는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책만으로 시장을 끌고 가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1~2월에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힘을 얻으면서 선진국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했으면 한다. 선진국 주가가 2014년 10월 기록했던 저점에서 반등했다. 반등이 지지선의 안정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건지, 아니면 지지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차례 시도중 하나인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어느 쪽이 됐든 당장에 주식시장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추는 걸로 진정되기 힘든 상황에 있는 건 분명하다. 지난 5년간 계속돼 온 선진국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과 우리 시장의 박스권 내 횡보가 계속 유효한지 의심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