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2의 구글을 탄생시키려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03-14 14:40 수정일 2016-03-14 14:42 발행일 2016-03-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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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천재 한 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을 기업 총수나 국가 지도자가 종종 하지만 제대로 짚어본다면 실은 한 명이 아니고 늘 두 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모두 예외가 아니다. 관점을 바꿔 “기업 하나가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면 그 후보는 어딜까. 지난 10여년에 걸쳐 전세계 업종을 통틀어 본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각각 90%를 거뜬히 상회한 온 MS와 구글, 단연 이 두 기업이 아닐까 한다. 40여년 역사 관록의 MS에 비해 구글은 여전히 약관이다. 현재 구글세(Google Tax)라는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구글의 시작은 매우 평범했으나 지금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왜 미국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했던 걸까.

“왜 우리나라에는 구글 같은 기업이 하나도 없는가”라는 이른바 ‘구글 타령’은 이제 더 이상 한국에만 국한된 의문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이 대학 교수들을 초대해 똑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다. 이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들은 이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그후로도 구글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몰랐고 지금은 구글세라는 새로운 명목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구글세가 유럽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과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프랑스가 연간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대조적으로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수준인 2000억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정부의 처사가 굴종적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영국정부는 더 이상 요구할 계획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글세 논란은 이제 유럽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한국 일본 등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한국정부는 이런 가시화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가 마련하는 일과 구글타령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 이 두 가지 숙제 중 어느 것부터 먼저 착수하는 것이 중요한지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구글이 구글다움을 갖추기까지는 미국정부가 집요하게 맏형 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글은 1940년대 컴퓨터, 1950년대 운영체제(OS) 그리고 1960년대 인터넷에 이어 미국정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야심작이다. 구글의 최초 창업소재가 미국내 공공도서관 문서 디지털화 작업이었다고 하면 더 이상 증거를 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컴퓨터는 펜실바니아 대학이, OS는 MIT가, 인터넷은 UCLA 대학이 탄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숨은 진실은 겉으로 드러난 기록과 사뭇 다르다.

모두 다 예외 없이 미국 국방부의 주도면밀한 전략계획 차원의 산출물들이다. 이 4개의 걸작품은 또 모두 예외 없이 단 몇 년이 아닌 무려 10년씩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정부 차원의 이런 수준의 끈질긴 노력을 전제하지 않고는 한국이든 영국이든 어느 정부도 구글 타령을 늘어놓을 자격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숙제 현안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해답의 발원지에 도달하기 위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자세가 한국정부에 요구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