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쁘냐?'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
입력일 2016-03-28 14:24 수정일 2016-03-28 14:24 발행일 2016-03-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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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우교수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

여자를 말할 때 모든 남자가 딱 한 가지 질문만 한다고 하지요! “이쁘냐?”

남자가 예쁜 여자를 싫어한다면 그건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화려한 외면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상대방을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힘(에너지)을 외부의 공급에 의존하는 것이 “이쁘냐”이고 이것은 쾌락본능의 모습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내 마음에서 자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자극(아름다움)에서 얻는 것이므로 사실 내 마음에는 존중도 없고 아끼는 마음도 없고 사랑하는 마음도 없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해 싫증이 나는 순간 내 마음 속에 불타던 사랑이 사라져 버리고 무관심만 남게 됩니다. 이렇게 쾌락본능을 충족시키는 아름다운 외모는 쉽게 사랑에 빠지게 하지만 정신의학은 이것을 ‘거짓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요? 참 사랑은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감정입니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때로는 온화하지만 때로는 냉정합니다.

또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못 마땅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내 자신의 모습은 인자하고 편안한 사람이지만 현실에서 내 속 마음은 미워하고 화내는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 불편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감추는 억압(Repression)이라는 방어를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겉으로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바다에는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으며, 이런 감춰진 내면의 모습 때문에 혼란과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 속 갈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경향은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잘못된 우리의 관습입니다.

정신의학은 이런 마음의 상태를 분열(Splitting)된 상태라고 합니다.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분열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왜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 걸까요? 인간의 정신 발달은 좋은 마음(따뜻한 모성에 대한 반응)과 나쁜 마음(모성이 결핍됐을 때 느끼는 마음)이 주도권 싸움을 하는 영유아기부터 시작됩니다.

이상적 부모에 의해 양육될 때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만족스런 반응을 ‘좋은 마음’이라 하고 이런 이상적 부모의 역할이 결핍됐을 때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안하고 두려운 반응을 ‘나쁜 마음’이라 합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어린 시절 좋은 부모가 내게 만들어준 좋은 마음이 인간에 대한 사랑의 원천인 것입니다. 

자 이제까지 “이쁘냐”에 목 메고 살아온 분들은 자신이 결핍과 억압 그리고 분열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