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핀테크의 핵심 인프라, 빅데이터에 관심을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일 2016-03-13 13:58 수정일 2016-03-13 21:55 발행일 2016-03-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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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 빅데이터 중요성 일깨우는 계기되길
핀테크의 핵심 중 핵심은 빅데이터 활용
IT, IoT, 전자상거래, 보험, 증권업계 등 활용부문 무궁무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인공지능도 빅데이터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금융산업에서의 핀테크 활용도 빅데이터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금융업계의 데이터 활용은 고객 재무정보에 따라 신용도를 평가, 대출금리를 계산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고객의 비(非)재무정보가 대량 축적되면서, 새롭고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고객의 재무 및 비재무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영국, 중국 등 핀테크가 활발한 국가에선 대출, 증권, 자산 운용 등 금융의 전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대표사례론 P2P(개인간) 대출로 유명한 미국의 렌딩클럽을 꼽는다. 방대한 SNS 데이터분석을 통해 신용분석이 은행보다 훨씬 빠르고, 성과도 은행 이상이란 평가다. 또 구글 출신 데이터분석가와 금융전문가들이 창업한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은행들보다 훨씬 많은 수 천 개의 평가요소를 이용해서 통상 대출이 어렵다는 저신용자들에게도 대출 가능한 수익모델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할 경우 금융기관은 대출자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어 경쟁자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되고, 대출자는 이제껏 불가능했던 대출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선 알리바바가 빅데이터의 선두주자다. 2011년부터 전자상거래 사이트 내 거래량, 재구매율, 만족도 등 정량 데이터와 구매후기, 판매자와 구매자간 대화 등 정성 데이터를 구축, 소액대출서비스인 알리파이낸스를 출시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는 전자상거래상의 실거래정보여서 그만큼 대출여부 판단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보험업계는 어떤가. 아직 빅데이터 활용이 크진 않지만, 통계와 확률의존도가 높은 보험산업의 성격상 향후 빅데이터는 보험의 전 프로세스를 혁신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 개척영역의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적시에 필요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보험금 지급심사, 보험사고 조사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해외에선 운전습관 연계보험이 활성화돼서 안전한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들은 보험료를 할인 받는다. 일부 국내 IT(정보기술)업체와 보험사들도 이들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oT(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 기술과 보험상품을 융합할 경우 운전자들에게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해주고 안전운전습관을 유도해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증권사 리서치나 자산운용방식을 다변화시킬 수 있다. 증권이나 운용사 내 리서치 영역도 핀테크의 SNS 빅데이터 분석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수익모델로 독립될 수 있다. 영국의 켄쇼가 대표사례다. 최근 뜨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들도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고객맞춤형 자산운용회사다. 원조격인 미국의 웰스프론트는 이미 핀테크 평가기관들이 최고의 혁신서비스로 평가할 정도로 기술력이 앞서 있다.

아무튼 올해는 핀테크가 성장 2단계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만큼, 핀테크의 핵심 인프라, 빅데이터 활용에도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