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모호해진 선진국 정책 색깔… 펀더멘털 살펴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04-04 13:46 수정일 2016-04-04 13:59 발행일 2016-04-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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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유럽중앙은행, 일본 등 금융정책 색깔 모호해져
'G20 상하이 비밀 합의설'까지 제기돼
2분기 펀더멘털 흐름 변화에 주목해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바닥 없이 내려갈 것만 같던 신흥국 통화가 강세 반전했고, 주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선진국 금융정책의 색깔은 약간 모호해졌다. 2월 말에 중국이 지급준비율 인하와 위안화 절상을 동시에 단행했다. 유럽 중앙은행도 여러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더 이상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정책 효과를 스스로 까먹어 버렸다. 일본은 추가적인 부양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약해졌다. 예상했던 정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끼워 넣음으로써 진정한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G20 상하이 비밀 합의설’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3월에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지만 아직 추세적인 전환은 아니다. 현재 국면이 좀 더 연장될 수는 있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2분기에는 3월과 다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의 조정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데, 이에 맞춰 원화도 추가 강세보다 약세로 기울 것이다.

3월과 상황이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펀더멘털 때문이다.

시장 지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금융시장이 거기에 반응했지만 전체 상황이 달라진 게 아니다. 환율이 대표적인데,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더 세지고 있다. 자금유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위안화 고평가 정도를 감안할 때 절상을 마냥 늦출 수 없다. 유럽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해야 하는 처지여서 유로화 강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은 금리 인상 횟수가 예상보다 줄긴 했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게 아니다. 유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2%에 달하는데다 고용지표가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정책적 부분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정상화시켜 놓아야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물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내수소비 여력이 크지 않아 대외 부문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주요 교역국의 대외수요가 부진할 경우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수출이 두 자릿수로 줄어들고 있는 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3%대에서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원화가 강해져 수출 증가율이 낮아질 경우 경제 전망치가 2%대 초중반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외부 상황 호전을 발판으로 2000까지 상승한 종합주가지수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2주 넘게 횡보를 거듭해 상승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지 못하고 조정에 들어가면 이는 단기 시장뿐 아니라 중장기 흐름에서도 적신호가 된다. 과거보다 박스권의 고점이 낮아져 바닥을 두드리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수가 위치해 있는 박스권은 6년을 이어온 틀이다. 이렇게 장기에 걸쳐 만들어진 구조가 바뀌려면 박스권을 뚫기 위한 여러 번의 시도가 있어야 한다. 위든 아래든 마찬가지인데 고점이 낮아지는 건 바닥을 뚫기 위한 시도가 빈번해진다는 신호가 되고, 저점이 높아지는 건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