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롯데그룹 2인자의 자살과 맹자의 교훈

롯데그룹의 2인자가 목숨을 끊었다. 그룹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과 횡령, 비리를 캐는 검찰의 칼끝이 총수 가족을겨누는 일촉즉발의 상황속에서 판도라상자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2인자의 자살이었기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칼을 겨눈 검찰도 칼을 막아야 하는 롯데그룹도 공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붕괴된 대우그룹에서 25년간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본부장을 역임했기에 가까운 지인들의 뼈아픈 자살사건을 많이 경험하였다.2002년 대우건설사장을 지낸 남상국사장은 당시 정부로 넘어간 대우건설의 사장연임을 위해 권력층에 청탁하다 노무현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한강에 투신하였다2003년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인 부산매일신문사장을 지내고 부산시장에 있던 안상영 씨도 수뢰의혹으로 구속수사중 구치소에서 목을 맸다. 지난해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사장은 토목회사인 대아건설을 창업해 당시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경남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자수성가한 경영인였다. 그는 정치권과의 결탁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로비를 하다 검찰수사를 목전에 두고 목을 맸다. 이 세 사람 모두 필자와 공적 사적으로 막역한 친교를 가지고 있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을 든다면 바로 인격적으로 착하고 호인형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남에게 싫은소리를 잘못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착하고 점잖은 인격의 소유자라는 점 때문에 이들의 자살이 미화되고 동정받아서는 안된다. 세 사람의 위치는 이른바 사회의 지도층, 즉 리더의 입장이다. 훌륭한 덕목을 솔선수범하고 다른 계층에게 반면교사가 돼야할 지도층이 거꾸로 비리의 의혹과 이를 은폐하려는 자살하는 행위는는 유가족에 뼈아픈 고통을 주고 사회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는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반윤리적 행위다. 안타깝다는 말로 미화하거나 동정해서는 이 같은 자살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맹자가 이르기를 군자에게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첫째는 부모님이 생존해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즐거움이고 둘째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럽지않은 즐거움이며 셋째는 천하의 인재를 가르치는 즐거움이라 했다. 물론 첫째는 하늘의 뜻으로 인력으로는 안되는 일이지만 둘째는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것은 정의를 세우고 이를 위해 공명정대하게 사는 것을 말하며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것은 사람들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공평무사한 일의 처리를 말한다 하겠다. 세번째는 본인의 욕심을 버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륜과 재능을 널리 퍼트려 만인을 이롭게 하는 것을 말함이다. 둘째와 세째는 하늘의 뜻이 아닌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것으로 사리사욕과 관계하지 않음으로 비롯되는 것이다. 군자는 현대의 지도층을 일컫는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계층의 수레마차는 지도층이 앞에서 끌고 사회각층이 뒤에서 밀며 같이 공동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이제라도 군자. 즉 현대사회의 지도층은 2300여년전. 맹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가슴에 항상 새겨 본보기로 삼는다면 자살과 같은 불행을 다소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6-08-31 16:35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유류세 카드수수료’ 주유소는 억울하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사업소득이 아닌 세금에 카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억울하다. 지난 5월 중소자영업자 90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부가세 10%는 사업자가 그대로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인데 여기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이러한 가운데 주유소 사업자 160여 명도 국가를 상대로 카드수수료 반환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유가에 따라 다소 차등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판매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들은 그동안 이 유류세분 카드수수료까지 고스란히 부담해 왔다. 이번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주유소들은 이 부분이 부당하므로, 최근 5년간 납부한 유류세분 수수료를 반환해달라며 9월 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주유소 업종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소비자 가격의 1.5%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분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 수수료 율은 3% 이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주유소 경영에 있어 카드수수료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달 셋째 주 휘발유 가격 1408.51원(100%)을 해부해 보면 △정유사 단계(원유+정제비+판매관리비 등)는 375.01원(26.6%), △국가 단계(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는 900.19원(63.9%)으로 90.5%를 차지한 반면 △주유소 단계는 133.31원으로 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 단계에서 1.5%인 카드수수료 21.13원을 제하면 실제 주유소 유통마진은 112.18원으로 8%에 불과하다. 주유소 마진은 현재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며 4% 대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인천의 정 모 대표는 “월 판매량이 전국 평균치 정도인데 최근 5년간 납부한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액이 1억 5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월 250만원, 연간 300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 온 셈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가 1만 2500여개임을 감안하면 주유소가 연간 납부한 유류세 수수료는 3750억 원에 이른다. 신용카드 제도가 1980년에 도입됐으니 지금까지 주유소가 부담한 유류세 전체 수수료는 어림잡아도 10조원이 넘는다.그동안 주유소와 석유유통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방향에서 노력해 왔다. 하나는 주유소 카드수수료는 1.5%이지만 유류세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3%이므로 1.2%로 낮춰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담배와 소주에 붙는 세금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기름은 국민 모두의 필수품으로 유익적 세금인 반면 담배나 소주는 국민건강을 위해하는 해악적 세금이어서 이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형평성은 명분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유소 업종의 수수료를 낮출 경우 카드사 수익(주유소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10% 이상 차지)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타 업종의 타깃이 돼 “주유소만큼 우리도 더 낮춰 달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을 우려해 반대를 해 왔다고 볼 수 있다.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노력은 유류세분 세액공제 추진이다. 2008년 당시 국회 기재위 서병수 의원은 이 주장에 일리 있다며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해 유류세분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상당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세액공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기재위에서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으나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재부가 역시 타 업종 간 형평성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좌초되고 말았다.이번 주유소 집단소송은 이러한 배경 아래 추진돼 업계의 큰 관심을 모은다. 소송 참가자들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세금 수수료까지 주유소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08-29 15:07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직장인 스트레스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상사 눈치 보기, 동료와의 갈등, 업무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것, 일을 해놓고 조급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태도, 승진문제 등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경쟁구도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해 감으로서 우리는 보상을 얻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직장이나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적절히 활용하고 재배치하는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다. 업무에 대한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땀 흘리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능숙하게 숙달해야 할 직장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만약 적절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더 무력감을 느끼고 삶이 권태롭게 느껴진다. 거꾸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건강을 해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 삶에서 적어도 문제가 되고 많아도 문제가 되는 스트레스를 건강한 스트레스로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첫 번째로 할 수 있는 것이 신체 리듬의 회복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규칙적인 생활 습관 △균형 잡힌 영양섭취 △충분한 수면 △가벼운 운동이다. 두 번째 단계는 스트레스의 배출로 △걱정거리 털어놓기 △수다 떨기 △요가 △명상 △숲길 걷기 △멍 때리기 등이다. 세 번째 단계는 이완요법으로 복식 호흡 조절법이다. 천천히 5초간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아랫배를 최대한 부풀린 다음 숨을 천천히 5초간 내쉬면서 아랫배를 등에 닿을 만큼 최대한 꺼트리는 방법이다. 10분간 반복한다. 또 다른 이완요법으로 점진적 근육 이완법이다. 먼저 발에 있는 근육을 팽팽하게 힘을 주고, 약 1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했다가 10초 동안 서서히 이완시킨다. 발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몸 전체를 팽팽하게 힘을 주었다가 이완시키면서 긴장완화에 집중한다. 10분간 반복한다. 네 번째 단계는 인지 행동 요법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때의 사건, 상황, 생각, 감정 등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마음이 평온해졌을 때 다시 보면서 스스로의 생활형태, 스트레스의 원인 등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잘못된 생각이나 습관을 인지왜곡이라 하는데 이를 스스로 파악하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전문의가 직접 도와 준다.다섯 번째 단계는 심리적 해결방법이다.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도 물론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없애주기도 하며 개인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주어야만 앞으로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정신과 상담은 문제의 심각도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인지행동치료, 지지적 정신치료, 정신분석치료 등의 방법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사용하게 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 대인관계 및 의사결정 방식에 반복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것이다. 실제보다 과장된 두려움이나 절망감의 마음속 깊이 감춰진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함으로서 현실을 정면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인생을 효과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면 세월이 갈수록 인생이 풍부해지고 인간관계가 여유롭고 부드러워지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08-28 14:13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은 거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제왕과 CEO의 은퇴나 그 자리의 이양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제왕과 CEO란 위치가 무릇 영욕(榮辱)의 정상(頂上)에 있기 때문이다. 제왕의 죽음 역시 긴장감도는 역사적 이벤트다.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대왕이 33세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숨을 거두게 되었다. 측근이 두려워 떨며 아뢰었다. “폐하! 후계자는 누구로 하오리까?” 대왕이 가까스로 대답했다. “가장 지혜롭고 강한 자로다.” 적임자가 하라는 뜻이다. 어차피 결국은 꾀 많고 강한 자의 것이니까.그는 20세의 젊은 나이로 BC336년 마케도니아의 왕위에 올랐다. 그런 후 재위 13년만에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 건설에 성공했다. 그의 문화사적 업적은 대제국에 그리스문화와 오리엔트문화를 융합시킨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데 있다. 반면에 중국을 61년이나 다스린 최장수군주였던 청나라 강희제의 경우는 어떤가? 강희제는 죽어가면서도 신하의 손바닥에 사력을 다해 ‘十四(십사)’를 붓으로 적어주었다. 24명의 아들 중 열네번째를 후계자로 점찍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넷째 아들에게 매수된 신하가 ‘十(십)’자를 혀로 핥아 지워버렸다. 후계자와 나라는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위대한 알렉산더 대왕의 마지막 대답이 종소리 울림처럼 큰 여운이 있어 음미해보고 싶다. 영원한 은퇴, 영원한 자리이양일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도 더욱 위대했기 때문이다.첫째,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언은 무용지물이다. 제왕의 자리는 물질처럼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유일한 권력이다. 어차피 역사는 가장 강하고 지혜로운 자의 편이다. CEO의 이양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떠나는 CEO는 새로운 CEO등장에 어줍잖은 영향력 행사를 가해서는 안된다. 참다운 리더는 육성되고 점찍거나 해서 세습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한 기회의 훈련과 업적을 통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재를 키웠다는 착각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둘째,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후계자란 없다. 후임자가 있을 뿐이다. 후계자란 말 속에는 전임자 입장에서 그의 생각과 취향을 따라주기 바라는 어리석은 욕심이 묻어있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럴 수 있는가. 떠나는 리더는 자기 시대의 마침표만 잘 찍으면 된다.“知止常止 終身無恥(지지상지 종신무치) 끝낼 바를 알아 마땅히 잘 마무리하면 평생 부끄럼을 당하지 않는다. ”명심보감의 가르침이다. 퇴계는 늙어 병들자 머무르던 여러 제자들은 돌려보냈다. 미리 철저히 떠날 준비를 마쳤다.셋째, 은퇴나 자리를 넘겨주는 일은 열성을 바쳐 해왔던 일의 끝이다. 하지만 그 끝은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이어야 한다. 영원한 은퇴인 죽음조차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다고 믿는 것이 영적 존재인 인간의 참 모습이다.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은퇴이후를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게 꽃피웠다. ‘실패한 대통령’이란 평가가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직 대통령’으로 거듭난 정치가가 되었다. 겸손하게 평화의 중재, 빈곤과 질병 퇴치에 헌신했기 때문이다.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은 거다. 임기를 끝내가는 이들이 명심하면 좋겠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08-25 15:35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상승에서 소외된 유럽 은행주, 반등의 조건는?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유럽 은행주가 글로벌 증시의 반등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모습이다.지난 6월23일 EU(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투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이나믹한 변화를 보였다. 우려됐던 충격은 단기에 마무리됐다. 대신 자산 가격 상승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충격보다 국가별 발빠른 정책 대응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주가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에 소외된 업종이 있다. 바로 유럽의 은행주다.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세계 주가 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주가가 브렉시트 직전 수준을 이미 넘어선 반면 유로스톡스(EuroStoxx) 은행업종 지수는 브렉시트 투표 직전 대비 11% 하락했다.브렉시트 투표와 상관없이 유럽 은행주는 연초 이후 꾸준히 하락해왔다. 글로벌 주요 은행인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우니크레딧 주가는 2008년 리먼사태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어찌 보면 브렉시트 투표는 유럽은행의 취약성을 드러낸 이벤트일 뿐이다.최근 유럽 은행주의 구조적 부진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마이너스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및 거래 위축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특히 서유럽 우량 은행에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ECB(유럽중앙은행)는 초단기 예금(약 8000억달러)에 0.4%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초단기 예금의 경우 주로 여유자금이 풍부한 서유럽 은행의 비중이 높다.또한 국채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채권이 늘어나면서 이자율 파생시장의 거래가 크게 줄고,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서유럽 은행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둘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고 있는 자본건전성, 위험자산 규제 등 규제 강화가 영업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규제 강화는 통화정책에 의한 확산 효과(Spill-over effect)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ECB가 강력한 통화부양책을 펼치면서 유동성이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독기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위험자산(대출, 주식 등)에 대한 노출을 늘리지 못하고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심화되고 있다.ECB를 중심으로 은행은 수익성 보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이 대표적이다. 은행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했던 TLTRO 두번째 버전(대출금리 마이너스 적용)에 대한 은행 참여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TLTRO의 부진은 대출성장을 통한 수익성 회복에 유럽은행들이 미온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이제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규제 완화 또는 규제 유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책 공조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통해 단기금융시장 및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유럽은행의 구조적 문제(수익성 악화 및 규제 강화)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규제완화 측면에서 도입한 경기대응완충자본 유예와 같은 금융규제 완화 조치가 유럽 은행주 반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은행 규제 관련된 세부 내용이 연말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은행 규제 관련된 입장 변화가 나타나는 지 여부가 유럽 은행주 방향을 결정하는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2016-08-24 12:24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브릿지 칼럼] 국내 중고차 시장 선진화, 갈 길이 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최근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약 340만대. 중고차 시장은 규모로 따지면 약 20조원이 넘는 다. 이는 신차 시장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크기로는 선진국형이지만 시스템은 아직 후진적·영세적이다. 매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 가운데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성능점검 미 고지나 불이행은 물론이고 허위미끼 매물, 허위 당사자 거래, 대포차 문제 등이 그렇다. 아직도 일부 단지에서는 소비자가 위협을 받아 억지로 중고차를 구입하는 범죄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침수차나 사고차를 정상 중고차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도 흔하다.중고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가장 큰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후유증과 처리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그래서 더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철저한 품질보증과 가해자의 퇴출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중고차 종사자의 인식제고를 통한 자정기능 강화가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최근 중고차 온라인 경매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신생 스타트업 온라인 중소기업의 문제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적인 부분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충돌하면서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늦어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최근 중고차 분야의 선진형 시스템 도입을 위한 각종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시장의 근본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근거로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필자는 중고차 정책연구 책임자로서 다양한 선진 제도 도입을 정부에 권장했으나, 정부는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대책을 도입하지 못했다. 허위 미끼 매물 문제의 해결방법이나 종사자의 의무 교육과 사원증 관리는 물론이고 성능점검 기관의 문제 발생 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다양한 대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대안을 제시한 지 1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는 제안 내용을 일부 도입키로 했지만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허위미끼 매물 문제는 파급력이 큰 만큼 강력한 처벌기준이 필요하고, 온라인 관련 중고차 매물 등재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책임제에 대한 의무를 기본 조항으로 넣어야 한다. 특히 성능점검의 경우 해당 기관이 소홀히 대처해 문제가 발생하면 퇴출하는 방법이, 피해보상의 경우 매매상의 문제는 매매업체가 책임지고 성능점검의 경우는 성능점검업체가 담당하는 역할분담제가 각각 마련돼야 한다.시장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기본 조사도 중요하다. 관계부처 담당 시스템이 순환보직제로 돼있다 보니 보신주의 경향이 커 적당히 버티다 다른 보직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새로운 보직을 받으면 관련 규정과 법적 시스템을 인지하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중고차 분야는 학습해야 하는 영역이 많아 전문가 양성도 쉽지 않다.중고차 분야는 자동차 산업과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장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이며, 이 분야가 선진화돼야만 진정한 선진국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커지는 중고차 분야에서 확실한 제도 및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을 늘리고 소비자와 관계자 모두 윈윈하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2016-08-22 15:27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가 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누구나 손쉽게,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개인들에게도 열릴까? 다양한 부동산 펀드 상품이 만들어지고 리츠(REITs)가 도입됐지만, 이들 상품에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사모 위주로 운영돼 폐쇄적이고, 상장된 리츠도 거의 없어 개인들의 소액 투자는 사실상 제한적이었다.고령화와 저성장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부동산 다운사이징과 소액 분산투자가 확산되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정부의 규제완화와 지원확대도 한 몫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를 확대하고 개인들의 소액 참여를 위해 펀드 도입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수익형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고 운영하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층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고려할 때 소액 간접투자 상품의 개발은 반가운 일이다.현재까지 출시된 부동산 펀드나 리츠 상품 수는 제한적이지만 최근의 투자수익률은 직접 투자보다 높은 편이다. 투자자들도 원금손실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수익형 상품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양질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공모에는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최소 가입금액이 낮아지면서 소규모 사모 펀드에도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아직은 상품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접투자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탓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다. 물건 현황을 파악하고 수익률을 체크하고 배당금액을 따져봐야 한다.리츠의 경우 최근 주택임대사업의 확장 과정에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상장요건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늘었다. 리츠가 국내 시장에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리츠는 3개뿐이다.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상품의 개발과 공모화가 절실한 상황이다.한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P2P(Peer to Peer lending)’도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건축자금이나 담보대출에 개인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현재까지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테라펀딩 같은 P2P 업체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업체가 증가하고 투자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성 문제도 우려된다. 아직은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시스템 마련은 과제로 남아있다. 부적절한 대출상품의 판매나 채무자 부도, 시장 버블 등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일례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될 경우 1순위 근저당권 설정이 가능한 양질의 대출상품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부동산 투자환경이 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양한 간접투자 시장의 성장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동시에 바람직한 성장을 위한 정책 마련과 끊임없는 경계가 중요하다. 도덕적 해이와 부작용을 겪었던 해외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2016-08-21 20:00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투자에 '불'을 붙여 '저평가'를 찾아라

전은규 대박땅꾼 부동산연구소 소장원하든, 원치 않든 고령화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부동산을 보는 눈은 이전 세대와 다른 것 같다. 초저금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들은 부동산을 사서 수십년씩 묻어두기보다는 월급처럼 따박따박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이들 중장년 계층도 ‘대박’을 노리고자 하는 욕심은 마음 깊은 구석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토지 투자는 특히 그렇다. 중장년의 토지 투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실패했다가는 나이 때문에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중장년의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멘토가 필요하다. 아무리 사회 경험이 많고, 스펙이 좋아도 초보는 초보다. 단기간에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자신의 지식이 많지 않고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을 찬찬히 뜯어 보면 약점이 어디선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30~50년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도, 고등학교 친구도 모를 자신의 약점말이다. 100세를 사는 고령화시대, 자기 스스로 약점을 찾아내어 긴 세월 그 약점을 하나하나 나의 장점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살아 있는 인생공부가 아닐까.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멘토의 역할은 나무에 불을 붙게 해 주는 ‘기름’과 같다. 초보 투자자들은 자신이 멘토로 삼고 싶은 이가 ‘기름’인지, ‘물’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멘토의 고민은 정보를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의 그림자를 밟아라’, ‘권력자의 땅 근처에 토지를 사라’ 같은 수많은 토지 투자 명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도록, 위험한 요소를 하나라도 줄이는 조언이다.토지 투자에서 ‘저평가된 지역에 투자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다. 말이 쉽지, 초보자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한 말이다. 전문가가 찍어주는 토지에 무작정 투자하게 되면 만약 투자에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저평가’란 무엇일까? 본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시장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평가 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불꽃을 생각해보자. 불꽃의 중심이 뜨거울까? 불을 옮기기 위해 불꽃의 어디에 가져다 대는 게 가장 좋을까? 그렇다. 불꽃이 가장 뜨거운 곳은 불꽃의 중심이 아니라, 불꽃의 끝자락이다. 불씨를 얻기 위해서는 불꽃의 끝에서 불을 붙이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다.추상적인 설명이지만 결국에 지금 가장 뜨거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곧 뜨거워질 저평가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토지 투자의 꿈을 이루는 것도 이와 같이 어렵지 않다. 처음엔 어려울 지 몰라도 한 번 발을 담그면 급속히 실력이 늘 수 있는 투자 종목이 바로 토지다. 처음 불을 붙이는 작업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 불이 붙고 나면 그 불을 옮기고 활활 태우는 일은 수월하다. 만약 당신이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봐도 좋다.전은규 대박땅꾼 부동산연구소 소장

2016-08-18 17:00 전은규 대박땅꾼 부동산연구소 소장

[브릿지칼럼] 이민자와 함께 미래를 같이 하는 열린사회

최승노 자유경제원부원장우리나라도 이제 이민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3.9%에 이르는 규모다. 우리 사회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나라 마다 이민자에 대한 대응 방향이 다르다. 이민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나라는 역동성이 높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인구의 평균연령이 낮다. 그 만큼 경제의 활력이 높다는 의미이고, 이민자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공 모델이다. 매년 이민자의 상당수가 미국과 유럽을 향하고 있다.반면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적 활력이 떨어진 나라들도 많다. 선진국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이 그렇다.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아 인구 감소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일본보다 더 폐쇄적인 상태로, 이민자가 희소한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여 최근에는 이민청 신설을 검토할 정도다.지금은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다. 이 땅에서 삶을 같이 하려는 이민자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민자는 우리나라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함께 미래를 개척하고 윤택한 삶을 만들어갈 파트너인 셈이다.외국인 체류자들은 우리 산업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도 많지만 고임금의 근로자도 상당수다. 이런 인재들이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협업구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삶을 통해 기꺼이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다.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일부 사람들은 이민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편협한 주장이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경제는 협업을 통해 더 큰 파이를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다.개방성을 유지하는 열린 사회는 기존의 구성원 뿐 아니라 새로운 구성원에게도 이득을 가져다 준다. 반면 기존의 구성원만을 위하는 해법은 대부분 실패한다. 폐쇄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결국 축소 지향의 경제로 추락하게 된다.이제 이민정책은 어떤 이민자를 더 받아들일 지를 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에게 영주권을 부여하여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삼는 것이 미래 지향적 해법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극적 이민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할 때다. 우수한 인재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영주권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지금까지의 영주권 제도는 외국인 투자와 우수 인재 유치에 실패해 왔다. 이민 활성화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다문화를 포용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열린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6-08-17 16:00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냅 둬요. 알아서하게!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CEO인 당신의 직원은 능동적인가 혹은 수동적인가? 사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제도화돼있다. 채용제도, 인사평가제도, 출장제도, 인센티브제도, 근태관리, 승진제도, 퇴사제도 등 조직 내 모든 활동들이 명문화, 제도화돼 있는데 어떻게 CEO처럼 움직여주길 원하는가? 결국 직원은 CEO가 될 수 없다. 이를 검증이라도 하듯 최근 한 벤처사업가는 ‘의욕이 없는 직원들을 CEO처럼 의욕있는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그는 직원이 CEO처럼 변화되기를 희망하며 월요일 단축근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 매월 낮부터 노는 시간, 7시간 근무, 미션과 사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해봤지만 직원들의 태도나 의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인 직원에 비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직원들은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을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기준에 끼워 맞춰 의도하는 바와 다른 방향의 해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왜곡은 지금 상황을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상황에 비춰 동일한 현상으로 몰고가는 ‘고정화 현상’ 때문이다.환경이 바뀐다고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사람으로 바뀌지 않는다. 한번 형성된 가치관은 어떠한 자극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미션은 변화시킬 수 없다면 바르게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관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올바른 가치관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았다. 그들은 단 시간내에 높은 능력을 보이며 실적을 낸다. 하지만 자신과 회사의 이익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능력 중심의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았다. 조직이 할 수 있는 두번째 미션은 바르게 채용했으면 냅두라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 알아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의 자율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운영의 원칙을 도입하고 관련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이 오너 십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인터넷 파일공유 기업인 드롭박스는 ‘당신이 가장 똑똑합니다. 알아서 해결하세요’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드롭박스의 에러화면 ‘사이코박스’다. 드롭박스의 한 엔지니어는 404에러 라고 나오는 것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판단해 관리자와 상의없이 사이코박스라는 그림을 디자인하고 이 그림을 에러 메시지 화면에 사용했다. 덕분에 고객과 경영진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도 진출한 넷플릭스는 일반기업과 다른 출장 및 경비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해에 부합하게 행동하세요’라는 원칙 아래 직원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경비 규정은 물론 휴가도 관리자들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한 만큼 알아서 휴가를 다녀오면 된다. 휴가 결재 제도가 직원의 업무 자율권을 방해하고 업무간섭이 돼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 끌린다. 남들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에 등 떠밀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성과가 높다.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6-08-15 16:10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브릿지 칼럼] 여성은 소중한 경제 자원

박종구 초당대 총장힐러리 클린턴이 사상 최초로 미국 민주당 여성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단단한 유리천정이 깨지는 쾌거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2013년 기준으로 53.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4%에 못 미친다. 독일(68.9%), 미국(62.3%), 프랑스(60.4%)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 3%대 이하로 떨어지고 약 10년 뒤에는 1%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저성장과 저출산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소중한 자원인 여성의 경제 활동이 극대화 되어야 한다. 신조 아베 일본 총리가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1억 총활약상을 임명하고 우머노믹스를 아베노믹스의 핵심 과제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는 0.65다. 조사대상 145개국 중 115위로 이란, 카타르 보다 낮은 형편이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 및 기회는 남성의 56%에 불과하고 임금도 남성의 5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우리나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8.4%, 2%에 각각 그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와 언스트영 회계법인이 91개국 2만 20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60%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없고 50% 이상 기업에 여성 임원이 없으며 여성 최고경영자는 5%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 상장기업 중 단지 12%만이 이사회에 여성을 참여시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여성의 유리천정이 견고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양성 평등이나 다양성이 조직의 성장과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여성 임원 비율이 0%에서 30%로 상승시 회사 이윤이 평균 1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테스크포스를 전부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성하는 경우보다 골고루 참여시켰을 때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남성은 여성보다 45%나 주식 거래를 빈번히 수행해 연간 투자수익율을 2.7퍼센트 포인트 떨어뜨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여성은 남성보다 신중하고 섬세해 보다 개방적이고 소통친화적인 조직 문화에 적합하다고 한다. 벤처기업이나 서비스 섹터에서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로자베스 켄터 하버드대 교수는 여성 임원이나 중간관리자 부족 현상은 유능한 여성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회의실 분위기를 밝게 하되 너무 튀지 말라”는 것이 보수적인 월가의 모토라고 한다.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여주기 위한 가정친화적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70% 이상의 높은 고용율을 보여주는 것은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 덕분이다. 출산 유급휴가제, 남성 출산휴가 의무제 등 일련의 가정친화적 정책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가져왔다.고려시대 우리의 여성상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한국 여성의 역동성이 재점화 될 때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일 것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08-11 14:0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IT도 결국 사람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야구 전문가가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 놓겠노라고 공언한다면 누구나 실소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SW)가 우리의 살 길이라고 외치면서도 왜 SW가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늘 허공에서 똑 같은 자리에서만 지루하게 맴도는지 한번 살펴보자.정부 연구소 및 관변 단체를 조사해보면 지금처럼 우리나라에 IT 관련 정책 연구소들이 융성하는 나라는 드물다. IT중에서도 무려 80%의 몫을 점유하는 SW가 잘 되는 나라를 보면 거기는 SW개발연구소 위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SW 유지보수연구소로 구성돼 있으며 정책연구소는 겨우 한두개 정도지, 우리처럼 개발연구소는 하나도 없고, 있다고 해도 SW핵심과는 거리가 먼 응용쪽 개발만 하고, 정책쪽으로는 무려 20여개 씩이나 갖춘 나라는 전세계에 하나도 없다.SW는 정책으로 해낼 수 있는게 결코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우선 개발해내야 하고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지라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개발연구소가 유지보수 일까지 감당하기에는 집중도 면에서나 업무량 면에서 벅차니까 유지보수만 전담하는 연구소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연구소들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있고 온갖 무슨 IT정책이니 정보통신 정책이니 정보화 정책이니 정보보호 정책 류의 정책분야 연구소만 즐비한 것일까. SW를 개발할만큼 충분히 개발해놨으니까 이제 정책 연구를 해보겠다는 뜻일까. 한국의 전세계 SW시장점유율을 조사해본다면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수치가 0.8%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런데도 개발 안하고 정책만 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국은 사람이다. 역대 IT 부처 수장은 물론 역대 청와대 수석진까지 지금까지도 통신전문가들이 독점해왔고 보좌담당관까지 모두 다 SW핵심을 꿰뚫기에는 역부족인 ‘인재’들이 국가 SW 미래를 맡고 있다 보니 안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SW의 핵 중의 핵인 OS와 DB를 피해 나가면서 SW를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로 무식한 말일 것이다. 이런 SW를 토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응용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입버룻처럼 하는 말이, ‘그건 승부하기 어려우니까 하부구조는 전부 들어다 쓰면 되는거지..’처럼 여전히 되뇐다면 IT의 80% 몫인 SW를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정녕 SW안하겠다면 유감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대로 받아들일만하다. 안하면 국민혈세 갖다 쓸 일도 없어지는 거니까. 그러나 SW한다고 국민들에게 굳게 약속해 놓고서, 구글 알파고 마케팅 같은 류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국민혈세 ’시의적절‘하게 받아내어 사공이 바다로 가지 않고 산으로 가는 격으로, SW플랫폼 하나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영 다른 방향으로 사상누각식으로 갖다 쓴다면 그건 한마디로 전횡범죄적 행위와 다르지 않다.SW의 기초와는 영 동떨어진 사상누각의 인공지능을 하겠노라고 한국정부가 사상 최초로 SW에 거금을 배정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SW 문외한이라는 말입니다. 엘리트집단이라는 과장급 이상 SW정책관련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이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SW를 곁눈질로만 배웠을 터이니 SW핵심을 이해해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따라서 국장급에서 인공지능에 예산 배정하겠다고 올리면 위 선에서 여과해 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책 입안하는 아래에서도 사람 문제, 결정하는 차관 장관급에서도 사람 문제다. 이런 문제를 어느 선에서 누가 과연 풀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공은 청와대쪽으로 넘어가게 되고 수석보좌관, 비서관, 대통령 선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SW를 제대로 전공한 이가 이가 누가 있겠는가. 쳇바퀴 돈다는 말이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2016-08-10 09:01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기로에 서 있는 홍콩경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홍콩 정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0.8%에 그쳐 작년 4분기 1.9%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분기 성장률이 1% 밑으로 추락한 건 2012년 1분기 이래 4년만이다. 게다가 1분기는 통상 수출 밀어내기로 성장률이 높은데, 이를 제거한 계절조정 값을 구하면 마이너스 0.4%로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성장률 둔화배경은 뭔가.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부진과 관광산업 약화에 따른 소매 감소에다 투자둔화까지 다양하다. 항목별로 봐도 내수 즉 소비, 정부지출, 고정자산투자 등 어느 것 하나 증가세인 게 없다고 한다. 1분기 중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은 작년 동기대비 -10.9%(1370만명)로 오히려 줄었는데, 이에는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요우커들이 15.1%(1040만명)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경기호전의 핵심이 될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대비 -10.1%로 두 자릿수 하락세다. 철강부문 회복 등 일부 인프라건설이 늘고 있다곤 하지만, 경기를 끌어올릴 만한 대형투자가 없어서라는 게 시장의견이다.실업률은 어떤가. 홍콩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1분기 3.4% 내외로 2014년 하반기 이후 횡보추세다.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주택시장이 조정상태여서 건설공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업의 실업률이 5.4%로 상승하고, 관광객의 감소로 소매업과 음식서비스업의 실업률도 5.3~5.4%로 악화돼 있는 게 눈에 띈다. 또 홍콩기반의 대형은행들이 자회사인 증권사의 지점들을 일부 줄이고 직원해고도 발표하고 있어서 향후 홍콩 금융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홍콩 정부는 금년 성장률전망을 1~2%로 하고, 경우에 따라선 경기부양책을 쓰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그 경우 2.2%까지 성장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의견이 다르다. 1% 이하를 점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홍콩 달러는 미 달러에 페그(1달러 = 7.75~7.85 홍콩달러)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홍콩도 같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금리차가 줄어들고 미 달러강세까지 겹쳐 홍콩자본의 이탈(capital flight)현상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감소, 부동산투자 둔화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홍콩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게다가 정치는 또다른 불안 요인이다. 지난 6월 프랑스의 대형 화장품회사가 홍콩점포를 개장하면서 콘서트에 홍콩 인기가수를 초청했다 취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유는 2014년 홍콩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우산운동’에 이 가수가 참여했다는 걸 빌미로 콘서트 직전 이 화장품 불매운동이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놀란 프랑스 화장품회사는 부랴부랴 콘서트를 취소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민주파에서 항의 및 불매데모를 벌여 결국 점포 24개 영업을 정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물론 홍콩은 여전히 낮은 세율과 개방적인 시장경제, 효율적인 금융시장이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본격화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때 ‘아시아 네 마리 용’으로 불릴 정도로 홍콩과 밀접한 우리나라 경제도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16-08-08 15:26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음원스트리밍 세계대전에 대처하는 '인천상륙작전'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타워레코드 등에서 CD나 LP를 여유 있게 고르던 모습은 흔했다. 하지만 이제 흘러간 추억이 돼버렸다. 물론 최근 현대카드가 이태원에 팬시하게 꾸며놓은 공간에서 LP,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매체를 다루면서 영세한 소매상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복고풍 소동은 지엽적인 측면에 불과하다. 이제 음악산업의 미래는 누가 뭐래도 IT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 연초에 카카오의 멜론 인수가 국내 음악산업과 IT업계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더니 올해 애플뮤직의 국내 기습상륙까지 더해지면서 음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점점 소유의 형태에서 공유 또는 사용료 개념으로 흘러가는 시대적 요청에 스트리밍 방식의 소비는 잘 맞아떨어진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란 사용자가 음악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음악을 찾아서 그때 그때 재생하거나 더 나아가 일일이 음악을 선택할 필요 없이 원하는 장르만 선택하면 라디오처럼 자동으로 선곡된 음악을 들려주는 형태를 의미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10년 3억 달러에서 2015년 20억 달러(약 2조 5000억원)로 급상승했다. IT업계 공룡인 애플도 기존 다운로드 방식의 서비스인 ‘아이튠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2014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비츠’를 인수한 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으로 대전쟁을 선포했다. 구글 역시 ‘구글 플레이 뮤직’을 내놓고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경쟁 페달을 밟았다. 더 나아가 ‘판도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 잠재력이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적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업체와 제휴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애플뮤직의 기습적인 저가 서비스 개시로 국내 1위 업체인 멜론 등이 추진해온 가격인상정책은 수정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유료가입자 3000여만명을 확보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반독점 분쟁,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진검승부가 막을 올렸다 2015년 말부터 뒤늦게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은 애플 뮤직의 유료 가입자는 1500만명에 불과하지만 ‘앱스토어’기반의 유기적 생태계의 위력을 더한다면 애플의 성장세 및 치열한 경쟁양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히 스트리밍 세계대전은 점입가경이다.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음원 스트리밍 매출이 다운로드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고 이제 곧 세계적으로도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런 기세라면 애플뮤직에게 안방을 내줄지도 모를 지경에 처한 우리 음악산업계에서도 적절한 대응책 및 제휴장치로 음악서비스 사업구조의 최적화 및 콘텐츠 가치의 최대화를 이룩해야 한다. 물론 국내 음원에 특화된 서비스 덕분에 멜론 등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자 분배율의 불투명성 및 불공정성, 가족 공유보다 개인서비스에 치중된 사용료 등 서비스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음원공급자가 플랫폼 자체를 갈아탈 가능성도 상당하다. 더 나아가 자유무역협정 및 반독점 등 보호장치가 결여된 상황을 감안한다면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무리한 정면대결보다는 K-팝등 콘텐츠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6-08-07 16:00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대형 지진 대비한 건축물 '내진설계'가 절실하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지난달 울산광역시 근해에서 발생한 진도 5 규모의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본 정부 기구인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히라타 나오시(平田直) 도쿄대 교수가 한국도 진도 7 수준의 ‘내륙형 지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듯 지진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일본은 최근에만 1995년 한신대지진(진도7.9), 2011년 동일본대지진(진도9), 올 4월 구마모토지진(규모 7.3) 등 대형 지진을 겪으면서 많은 인명·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도 7 이상의 지진 발생시 오래된 건물 붕괴로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지진 발생시 건물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특히 건축된 지 오래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안전처의 시뮬레이션 결과 만약 서울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1만2778명이 사망할 것으로 관측됐다. 새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우선 모든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 규모의 건축물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 없이 방치된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기존 건축물을 인위적으로 내진설계를 갖추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낡은 건축물들이 밀진 된 곳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진설계를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도심정비사업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장점 이외에도 오래된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진도 7 이상의 내진설계가 갖추어 지면서 재난에 대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기관도 반드시 내진설계 보완을 해야 한다. 지진이 일어났을 대 대피소로 이용해야할 전국의 학교 내진 설계율이 23.2%, 공공업무시설의 내진율은 17.7%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지어진 공공건축물은 반드시 내진보완 조치를 취해 유사시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각 가정에서는 가구가 넘어지거나, 가구 위의 물건들이 떨어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가정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가구들은 고정을 시켜놓거나, 높은 곳에는 무거운 물건들을 올려놓지 않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지진 피해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나라에 만약 진도 7 이상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큰 피해와 혼란이 예상된다. 국민들도 정부기관도 처음 경험하는 재난상황에 패닉에 빠지면서 우왕좌왕할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유사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오래된 낡은 건축물들은 진도7의 내진설계가 갖추어 질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

2016-08-04 14:1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증시 안정 시간이 약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 선진국 국채와 엔화가 안전 자산의 대표인데, 엔화는 연초 이후 15% 상승했고 선진국 국채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방어적인 투자가 안전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위험 자산은 신흥국 국채와 주식이 대표적인데 투기적인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자산은 상승 요인은 반대지만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동기에서는 차이가 없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불안해 하면서도 그 속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경제 상황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시 상승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국내외 경제는 개선되는 것도,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닌 상태인데, 이 때문에 평범한 투자보다 모험적인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이런 패턴은 점차 약해질 것이다. 선진국 국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엔·달러 환율은 100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등 가격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경제 상황이 호전돼야 하는데 아직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위험자산도 비슷하다. 이들의 가격이 올랐던 밑바탕에는 미국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금리 인상 우려로 위험 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 가능성이 줄어 하락의 상당 부분이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 자산의 가격이 많이 올라 새로운 상승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쉽지 않다.오래 전부터 주식시장도 양 극단에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대표적인 게 건설, 철강주식인데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상승했다. 낮은 가격이란 안전판에 이익 증가가 더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이익 개선의 역할이 컸는데 POSCO를 비롯한 다수 종목들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형태여서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반대쪽에는 코스닥이 있다. 최대 강점은 작년에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는 점인데, 코스닥 시장이 바이오 주식을 중심으로 인상적인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대형주 중에서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것도 코스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7월 한달 대형주는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다른 반도체 주식도 상승하긴 했지만 삼성전자의 후광에 따른 것일 뿐 자체 동력은 없었다. 이제 삼성전자를 대체할 종목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13년 삼성전자 주가가 158만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당시 분기별 영업이익이 11조원대였다. 지금은 8조원이다. 지난 몇 분기 예상보다 이익이 빨리 증가했지만 인상적인 규모는 아니었다. 주가를 평가할 때 이익의 연속성과 성격을 고려해야 하지만, 절대 규모가 작으면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자동차와 은행주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비해 집중도나 시장 영향력이 떨어진다.이제 건설, 철강으로 대표되는 낙폭 과대주는 저가 매력의 상실 때문에, 코스닥은 성장성만으로 주가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높아져 추가 상승이 힘든 상태가 됐다.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이 정리되려면 중간에 있는 자산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래야 오랜 시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불안정한 흐름의 연속이었다. 가변성이 높은 만큼 예측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안정을 찾을 걸로 전망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6-08-03 13:45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기자

[브릿지 칼럼] 증세원칙에 대한 합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과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인가? 우리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초생활 보장과 사회적 안전망이 갖추어져야 하는가, 이를 위한 재정소요는 얼마나 되며 현재의 조세제도 아래에서 이를 조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조세부담율과 재정지출이 모두 낮은 전형적인 ‘저부담 저복지’ 상태에 있다. 낮은 법정세율과 다양한 감면 제도로 인해 개인과 법인의 실효세율은 명목 세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이러한 혜택은 주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집중되어 과세의 공평성을 저해하고 있다.반면 재정지출 구조는 높은 국방비, RD지출을 비롯한 경제사업비 비중의 과다, 낮은 공공부조와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존재로 인해 복지 관련 지출의 비중은 낮다. 조세와 재정의 재분배 기능이 매우 취약해 조세와 이전지출을 통한 빈곤율 감소 내지는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복지 증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조세체계로서는 복지국가 실현에 필요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복지 증대 시 기채가 불가피하게 되고 이는 다시 재정 건전성의 위협과 후세대에 대한 부담 증가로 귀결된다.지금의 ‘저부담- 저복지’ 수준을 적어도 ‘중부담 - 중복지’ 수준으로 올려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누진과세를 통해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통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경제의 장기안정적 성장은 물론이고 증대하는 사회갈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증세는 힘든 일이다. 일반 원칙에 대해서는 그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막상 자기이해가 걸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태도가 돌변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지난 번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았듯이 세금인상은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들에게 인기도 없는 정책이다.증세를 추진한 정권은 예외 없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한 역사적 전례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라도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팔을 걷어 부치고 국민을 설득하고 추진하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요, 후손들에 대한 의무이다.무엇보다 단계적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1단계에서는 세율의 재조정과 각종 조세특례제도의 폐지를 통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008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가진 자에게 유리하게 운용되고 있는 다양한 특례제도와 감면제도의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이와 병행해 세출 면에서도 관습적으로 해마다 지출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재검토하여 세출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2단계에서는 자산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강화와 같은 추가세원을 발굴하는 것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과표 현실화를 추진하자. 자산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와 같은 세원의 신설도 검토하자. 동시에 세원을 넓힌다는 원칙아래 높게 책정된 각종 면세한도를 낮추어 많은 국민들이 얼마 씩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자. 이를 통해 시민으로서의 책무에 동참하게하고 세금에 대한 감시기능도 강화되도록 하자.이와 같은 조치로도 재정수요가 부족하면 마지막 단계로 지출내용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바탕으로 부가세 인상과 같이 간접세를 더 걷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하자.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2016-08-01 15:17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브릿지 칼럼] 50년 후 '김영란법' 사문화 되길 기원하며

김우일 대우Mamp;A 대표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정청탁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그동안 한국은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인맥을 통한 부패,비리,청탁문화라는 세 개의 그림자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만연되어왔다. 해방이후 수많은 정권을 통해 가장 많이 회자되어 왔던 단어기 바로 부패, 비리, 청탁이었다. 재벌중심의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빠르게 선진국대열에 들어섰지만 그 이면에는 특권층의 부패비리청탁이 독버섯처럼 자리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 독버섯이 현재의 소득 양극화, 계층간 갈등, 실업자 양산, 결혼포기, 저출산, 저성장, 자살대국 등의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든 주원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부패비리청탁현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현재보다 더 암울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닥칠 어두운 그림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김영란법과 같은 혁신적 정책을 시행해야만 한다.상황이 이러함에도 당장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인들, 대상이 되는 일부 직종에서 지속적으로 이 법의 부작용을 운운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언론도 연일 부작용만을 과대포장하며 시행이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당장에는 긍정적효과보다 소비침체라는 부정적효과가 더 부각될 수도 있고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 법은 부패와 청탁이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백년대계의 초석을 까는 것이다. 50년 후 이 초석이 다듬어져 한국 사회에 공평, 정의, 민주라는 틀이 자리 잡힌다면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이다.필자는 과거 대우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내며 업무특성상 산자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유관부서와 많은 경험을 공유해왔다. 여기에 필자가 겪은 한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본다.필자는 당시 청렴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모 부처의 담당자를 만났다. 그 담당자는 촌지주려는 기업인을 사무실서 훈계하고 망신주어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할정도로 엄격했다. 아무도 그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할 의무가 있었다. 처음에 음료수를 시작으로 결혼기념일선물, 뷔페티겟으로 점차 넓혀갔다. 집으로 수 십 차례 방문하는 등 2년간 공을 들였다. 그러자 그 대쪽 같던 담당자가 드디어 마음을 열고 돈을 받기 시작했다. 5만원으로 시작해 10만원, 100만원으로 점점 액수가 커져갔다. 심지어 때가 되면 거꾸로 청탁이 왔다. 그에게 인간사회의 편리성을 깨닫게 해준 돈이라는 물질은 무서운 중독을 낳았다. 평생 고기맛을 모르던 스님이 고기맛을 알고는 담장을 넘어 고기를 찾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돈에 대한 그의 탐욕은 커져갔다. 이와 비례해 필자와의 업무는 뜻대로 잘 풀렸다. 그야말로 부패비리청탁의 전형적인 케이스다.김영란법의 시행에 많은 부작용과 불편감,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을 감내하고 더 큰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소중하다. 이 법의 존재자체만으로도 공직자들에게 엄청난 도덕적 의무감, 국민들에게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도가 아직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줄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6-07-31 15:25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석유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한 이유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지금 우리의 ‘석유정책’은 안녕한가? 유감스럽지만 그 답은 ‘아니오’다. 석유산업은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작동돼 왔다. 그러던 국내 석유시장이 꼬이기 시작했다. 바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터다. 당시에는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월 물가장관 회의에서 “주유소가 묘하다”며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 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간 변동관계를 면밀하게 살펴 적정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묘한 기름값’ 발언이다.이 발언 이후 석유시장은 과거로 회귀했다. 당시 기재부 장관은 “국내 석유시장은 과점된 상태에서 가격 경쟁이 투명하지 않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스스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산업부 장관은 “기름 값 원가 구성요인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며 정유사에 기름 값 인하를 압박했다.여기에 공정위가 가세해 2011년 5월 정유사가 ‘주유소 나눠먹기’를 위한 담합을 했다며 정유 3사에 대해 과징금 2548억 원을 부과했다.(그러나 지난해 공정위 과징금 부과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공정위는 정유사가 기 납부한 과징금 외에 이자 수 백억까지 물어주게 생겼다.)이러한 배경에서 2012년 4월 탄생한 정책이 바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이다. 그 핵심은 알뜰주유소 도입 및 확산, 석유전자상거래제도 도입, 혼합판매 활성화 등으로 소위 ‘삼형제’ 정책이라 일컫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토탈(현 한화토탈)을 국내 제5의 석유제품 공급사로 참여시키고, 석유공사를 유통업에 진출시키는 한편 석유수입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기존 정유사 중심의 석유유통시장을 주유소 중심으로 옮겨 유가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정부는 이러한 ‘삼형제’ 정책의 석유시장 안착을 위해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동원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 어떤가? 알뜰주유소는 그동안 투입된 정부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때 유가인하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이러한 가운데 알뜰의 주 공급사인 석유공사와 50% 의무구매 및 공급단가 인하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일부 알뜰주유소의 제품에서는 가짜석유가 적발되는 등 관리에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석유전자상거래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유가인하를 위해 당초 외국에서 싼 석유를 수입해 주유소에 공급할 목적으로 개설됐는데 현재 수입석유는 미미하고, 대부분의 물량을 국내 정유사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협의매매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협의매매에도 리터당 4원씩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채 한국거래소만 살찌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혼합판매 활성화 정책도 일선 주유소들이 호응을 하지 않아 사실상 좌초되고 말았다.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왜곡으로 국내 석유시장이 아사 직전에 처했다는 점이다. 알뜰주유소에 도입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기존 주유소들은 최소한의 이윤마저 얻지 못해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수출시장 또한 어둡기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석유가 ‘수출 1위’ 효자였지만 정유사의 석유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이던 중국과 인도 등의 소비침체와 자국 내 정유 공장의 증설에 따른 영향이다. 게다가 조만간 중국산 기름이 국내로 역 수출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팽배하다. 중국에는 최근 하루 10만에서 20만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소규모 민간 정유사인 ‘티폿(teapot = 찻주전자)’이 다수 건설돼 가동 중에 있다.이제 석유정책은 MB정부가 석유업계에 낙인한 ‘주홍글씨’를 지우고, 시장에 맡겨두는 방향으로 대전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석유산업도 조선이나 철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07-28 13:52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분노의 심리학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화가 났음에도 자신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화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가 죽어 있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현실에서 화를 내지 않았지만 이들의 마음 속에는 화와 분노가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보통 분노를 두 방향으로 표현한다. 자신 밖으로 폭발하기도 하고 자신 안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안으로 폭발하는 분노는 우울증을 일으킨다. 나는 나쁜 놈이다, 내가 못나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 나는 그렇게 무시당해도 싼 놈이다 하는 식의 자기비하로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은 왜 자신의 화를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분노와 죄책감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죄책감이 분노의 표현을 가로막아 버린다. 대부분 이들의 죄책감은 부모와 연관되어 있다. 분노의 화살을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쏘면 큰 죄가 되므로 그 죄책감이 두려워서 자기를 쏘는 것이고 자기를 쏘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이 점점 심해지면 자살까지 가기도 한다.반대로 분노가 밖으로 향할 땐 엉뚱한 대상에게 터지기도 한다. 부인이나 아이들같이 만만한 대상에게 화를 낸다. 때로는 직장의 부하가 분노 표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내 마음 속 부모에 대한 분노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동(Displacement)한 것이다. 선생님에게 매 맞은 아이가 선생님 구두를 발로 차는 것이나 남편이 미운 부인이 시누이를 비난하는 것이 이동이다. 이동이란 심리현상은 합리적이지 못한 현상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 흔히 발생한다.마음 속에 숨겨진 표현되지 못한 화는 편집증을 만든다. 사람들이 자기를 모략하고 자기를 시기할 거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이는 자기 분노를 상대방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적 분노가 클수록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의심한다. 편집증적인 사람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은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자기의 힘을 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성공해 보아도 마음 속의 분노하는 심리적 아이는 늘 억울하고 우울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분노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결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분노 처리는 우리 인생의 큰 숙제다. 마음 속에 숨어 있는 화와 분노는 무의식에 머물러 있어서 이성적 사고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분노의 뿌리에 대한 자기 발견 혹은 자기 이해만이 분노의 뿌리를 치유하는 효과를 나타내며 이것에 이르는 것을 통찰이라 한다. “아하! 내 안에 이런 아이가 있었구나, 형만 편애하는 부모에 대한 분노와 형에 대한 질투심에 빠진 아이가 있었구나, 그래서 남들에게 인정받으려 했고 버림받을까봐 두려워 했구나” 하는 자기 발견이 통찰인 것이다.사실 마음 속의 분노하는 심리적 아이는 유년기에 만들어진 하나의 허상일 뿐이다. 유년기 시절 마음의 상처를 받고 만들어진 심리적 아이가 무의식 속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실상은 더 이상 상처 받지도 받을 필요도 없는 늠름한 어른인 자기가 실상이다. 그런데도 실상인 어른이 허상인 마음 속의 아이의 감정에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발견하는 것이 통찰이다. 심리적 허상은 그것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내가 깨닫는 순간 무력하게 사라지게 돼 있다.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07-27 16:07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