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음원스트리밍 세계대전에 대처하는 '인천상륙작전'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6-08-07 16:00 수정일 2016-08-07 16:05 발행일 2016-08-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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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타워레코드 등에서 CD나 LP를 여유 있게 고르던 모습은 흔했다. 하지만 이제 흘러간 추억이 돼버렸다. 

물론 최근 현대카드가 이태원에 팬시하게 꾸며놓은 공간에서 LP,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매체를 다루면서 영세한 소매상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복고풍 소동은 지엽적인 측면에 불과하다. 

이제 음악산업의 미래는 누가 뭐래도 IT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 연초에 카카오의 멜론 인수가 국내 음악산업과 IT업계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더니 올해 애플뮤직의 국내 기습상륙까지 더해지면서 음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점점 소유의 형태에서 공유 또는 사용료 개념으로 흘러가는 시대적 요청에 스트리밍 방식의 소비는 잘 맞아떨어진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란 사용자가 음악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음악을 찾아서 그때 그때 재생하거나 더 나아가 일일이 음악을 선택할 필요 없이 원하는 장르만 선택하면 라디오처럼 자동으로 선곡된 음악을 들려주는 형태를 의미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10년 3억 달러에서 2015년 20억 달러(약 2조 5000억원)로 급상승했다. IT업계 공룡인 애플도 기존 다운로드 방식의 서비스인 ‘아이튠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2014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비츠’를 인수한 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으로 대전쟁을 선포했다. 
구글 역시 ‘구글 플레이 뮤직’을 내놓고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경쟁 페달을 밟았다. 더 나아가 ‘판도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 잠재력이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적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업체와 제휴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애플뮤직의 기습적인 저가 서비스 개시로 국내 1위 업체인 멜론 등이 추진해온 가격인상정책은 수정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유료가입자 3000여만명을 확보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반독점 분쟁,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진검승부가 막을 올렸다 
2015년 말부터 뒤늦게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은 애플 뮤직의 유료 가입자는 1500만명에 불과하지만 ‘앱스토어’기반의 유기적 생태계의 위력을 더한다면 애플의 성장세 및 치열한 경쟁양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히 스트리밍 세계대전은 점입가경이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음원 스트리밍 매출이 다운로드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고 이제 곧 세계적으로도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런 기세라면 애플뮤직에게 안방을 내줄지도 모를 지경에 처한 우리 음악산업계에서도 적절한 대응책 및 제휴장치로 음악서비스 사업구조의 최적화 및 콘텐츠 가치의 최대화를 이룩해야 한다. 
물론 국내 음원에 특화된 서비스 덕분에 멜론 등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자 분배율의 불투명성 및 불공정성, 가족 공유보다 개인서비스에 치중된 사용료 등 서비스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음원공급자가 플랫폼 자체를 갈아탈 가능성도 상당하다. 
더 나아가 자유무역협정 및 반독점 등 보호장치가 결여된 상황을 감안한다면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무리한 정면대결보다는 K-팝등 콘텐츠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