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냅 둬요. 알아서하게!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8-15 16:10 수정일 2016-08-15 16:41 발행일 2016-08-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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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CEO인 당신의 직원은 능동적인가 혹은 수동적인가? 사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제도화돼있다.

채용제도, 인사평가제도, 출장제도, 인센티브제도, 근태관리, 승진제도, 퇴사제도 등 조직 내 모든 활동들이 명문화, 제도화돼 있는데 어떻게 CEO처럼 움직여주길 원하는가? 결국 직원은 CEO가 될 수 없다.

이를 검증이라도 하듯 최근 한 벤처사업가는 ‘의욕이 없는 직원들을 CEO처럼 의욕있는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직원이 CEO처럼 변화되기를 희망하며 월요일 단축근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 매월 낮부터 노는 시간, 7시간 근무, 미션과 사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해봤지만 직원들의 태도나 의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인 직원에 비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직원들은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을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기준에 끼워 맞춰 의도하는 바와 다른 방향의 해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왜곡은 지금 상황을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상황에 비춰 동일한 현상으로 몰고가는 ‘고정화 현상’ 때문이다.

환경이 바뀐다고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사람으로 바뀌지 않는다. 한번 형성된 가치관은 어떠한 자극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미션은 변화시킬 수 없다면 바르게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관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올바른 가치관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았다. 그들은 단 시간내에 높은 능력을 보이며 실적을 낸다. 하지만 자신과 회사의 이익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능력 중심의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았다.

조직이 할 수 있는 두번째 미션은 바르게 채용했으면 냅두라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 알아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의 자율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운영의 원칙을 도입하고 관련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이 오너 십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인터넷 파일공유 기업인 드롭박스는 ‘당신이 가장 똑똑합니다. 알아서 해결하세요’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드롭박스의 에러화면 ‘사이코박스’다. 드롭박스의 한 엔지니어는 404에러 라고 나오는 것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판단해 관리자와 상의없이 사이코박스라는 그림을 디자인하고 이 그림을 에러 메시지 화면에 사용했다. 덕분에 고객과 경영진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도 진출한 넷플릭스는 일반기업과 다른 출장 및 경비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해에 부합하게 행동하세요’라는 원칙 아래 직원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경비 규정은 물론 휴가도 관리자들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한 만큼 알아서 휴가를 다녀오면 된다. 휴가 결재 제도가 직원의 업무 자율권을 방해하고 업무간섭이 돼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 끌린다. 남들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에 등 떠밀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성과가 높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