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기로에 서 있는 홍콩경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일 2016-08-08 15:26 수정일 2016-08-08 15:30 발행일 2016-08-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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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둔화로 수출부진, 관광산업 약화…소매감소 등 악순환
미국 금리인상시 홍콩도 뒤따를 수밖에 없어
정치와 중국 본토와의 갈등도 불안요인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홍콩 정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0.8%에 그쳐 작년 4분기 1.9%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분기 성장률이 1% 밑으로 추락한 건 2012년 1분기 이래 4년만이다. 게다가 1분기는 통상 수출 밀어내기로 성장률이 높은데, 이를 제거한 계절조정 값을 구하면 마이너스 0.4%로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성장률 둔화배경은 뭔가.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부진과 관광산업 약화에 따른 소매 감소에다 투자둔화까지 다양하다. 항목별로 봐도 내수 즉 소비, 정부지출, 고정자산투자 등 어느 것 하나 증가세인 게 없다고 한다. 1분기 중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은 작년 동기대비 -10.9%(1370만명)로 오히려 줄었는데, 이에는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요우커들이 15.1%(1040만명)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경기호전의 핵심이 될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대비 -10.1%로 두 자릿수 하락세다. 철강부문 회복 등 일부 인프라건설이 늘고 있다곤 하지만, 경기를 끌어올릴 만한 대형투자가 없어서라는 게 시장의견이다.

실업률은 어떤가. 홍콩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1분기 3.4% 내외로 2014년 하반기 이후 횡보추세다.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주택시장이 조정상태여서 건설공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업의 실업률이 5.4%로 상승하고, 관광객의 감소로 소매업과 음식서비스업의 실업률도 5.3~5.4%로 악화돼 있는 게 눈에 띈다. 또 홍콩기반의 대형은행들이 자회사인 증권사의 지점들을 일부 줄이고 직원해고도 발표하고 있어서 향후 홍콩 금융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홍콩 정부는 금년 성장률전망을 1~2%로 하고, 경우에 따라선 경기부양책을 쓰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그 경우 2.2%까지 성장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의견이 다르다. 1% 이하를 점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홍콩 달러는 미 달러에 페그(1달러 = 7.75~7.85 홍콩달러)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홍콩도 같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금리차가 줄어들고 미 달러강세까지 겹쳐 홍콩자본의 이탈(capital flight)현상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감소, 부동산투자 둔화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홍콩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정치는 또다른 불안 요인이다. 지난 6월 프랑스의 대형 화장품회사가 홍콩점포를 개장하면서 콘서트에 홍콩 인기가수를 초청했다 취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유는 2014년 홍콩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우산운동’에 이 가수가 참여했다는 걸 빌미로 콘서트 직전 이 화장품 불매운동이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놀란 프랑스 화장품회사는 부랴부랴 콘서트를 취소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민주파에서 항의 및 불매데모를 벌여 결국 점포 24개 영업을 정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홍콩은 여전히 낮은 세율과 개방적인 시장경제, 효율적인 금융시장이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본격화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때 ‘아시아 네 마리 용’으로 불릴 정도로 홍콩과 밀접한 우리나라 경제도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