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상승에서 소외된 유럽 은행주, 반등의 조건는?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입력일 2016-08-24 12:24 수정일 2016-08-24 12:40 발행일 2016-08-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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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오승훈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오승훈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유럽 은행주가 글로벌 증시의 반등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모습이다.

지난 6월23일 EU(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투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이나믹한 변화를 보였다. 우려됐던 충격은 단기에 마무리됐다. 대신 자산 가격 상승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충격보다 국가별 발빠른 정책 대응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가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에 소외된 업종이 있다. 바로 유럽의 은행주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세계 주가 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주가가 브렉시트 직전 수준을 이미 넘어선 반면 유로스톡스(EuroStoxx) 은행업종 지수는 브렉시트 투표 직전 대비 11% 하락했다.

브렉시트 투표와 상관없이 유럽 은행주는 연초 이후 꾸준히 하락해왔다. 글로벌 주요 은행인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우니크레딧 주가는 2008년 리먼사태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어찌 보면 브렉시트 투표는 유럽은행의 취약성을 드러낸 이벤트일 뿐이다.

최근 유럽 은행주의 구조적 부진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마이너스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및 거래 위축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특히 서유럽 우량 은행에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ECB(유럽중앙은행)는 초단기 예금(약 8000억달러)에 0.4%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초단기 예금의 경우 주로 여유자금이 풍부한 서유럽 은행의 비중이 높다.

또한 국채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채권이 늘어나면서 이자율 파생시장의 거래가 크게 줄고,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서유럽 은행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고 있는 자본건전성, 위험자산 규제 등 규제 강화가 영업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규제 강화는 통화정책에 의한 확산 효과(Spill-over effect)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ECB가 강력한 통화부양책을 펼치면서 유동성이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독기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위험자산(대출, 주식 등)에 대한 노출을 늘리지 못하고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심화되고 있다.

ECB를 중심으로 은행은 수익성 보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이 대표적이다. 은행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했던 TLTRO 두번째 버전(대출금리 마이너스 적용)에 대한 은행 참여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TLTRO의 부진은 대출성장을 통한 수익성 회복에 유럽은행들이 미온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규제 완화 또는 규제 유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책 공조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통해 단기금융시장 및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유럽은행의 구조적 문제(수익성 악화 및 규제 강화)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규제완화 측면에서 도입한 경기대응완충자본 유예와 같은 금융규제 완화 조치가 유럽 은행주 반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은행 규제 관련된 세부 내용이 연말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은행 규제 관련된 입장 변화가 나타나는 지 여부가 유럽 은행주 방향을 결정하는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