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여성은 소중한 경제 자원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08-11 14:00 수정일 2016-08-11 14:00 발행일 2016-0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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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힐러리 클린턴이 사상 최초로 미국 민주당 여성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단단한 유리천정이 깨지는 쾌거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2013년 기준으로 53.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4%에 못 미친다. 독일(68.9%), 미국(62.3%), 프랑스(60.4%)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 3%대 이하로 떨어지고 약 10년 뒤에는 1%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과 저출산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소중한 자원인 여성의 경제 활동이 극대화 되어야 한다. 신조 아베 일본 총리가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1억 총활약상을 임명하고 우머노믹스를 아베노믹스의 핵심 과제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는 0.65다. 조사대상 145개국 중 115위로 이란, 카타르 보다 낮은 형편이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 및 기회는 남성의 56%에 불과하고 임금도 남성의 5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8.4%, 2%에 각각 그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와 언스트영 회계법인이 91개국 2만 20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60%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없고 50% 이상 기업에 여성 임원이 없으며 여성 최고경영자는 5%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 상장기업 중 단지 12%만이 이사회에 여성을 참여시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여성의 유리천정이 견고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양성 평등이나 다양성이 조직의 성장과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여성 임원 비율이 0%에서 30%로 상승시 회사 이윤이 평균 1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테스크포스를 전부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성하는 경우보다 골고루 참여시켰을 때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여성보다 45%나 주식 거래를 빈번히 수행해 연간 투자수익율을 2.7퍼센트 포인트 떨어뜨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신중하고 섬세해 보다 개방적이고 소통친화적인 조직 문화에 적합하다고 한다. 벤처기업이나 서비스 섹터에서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로자베스 켄터 하버드대 교수는 여성 임원이나 중간관리자 부족 현상은 유능한 여성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회의실 분위기를 밝게 하되 너무 튀지 말라”는 것이 보수적인 월가의 모토라고 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여주기 위한 가정친화적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70% 이상의 높은 고용율을 보여주는 것은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 덕분이다. 출산 유급휴가제, 남성 출산휴가 의무제 등 일련의 가정친화적 정책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가져왔다.

고려시대 우리의 여성상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한국 여성의 역동성이 재점화 될 때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일 것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