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유류세 카드수수료’ 주유소는 억울하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6-08-29 15:07 수정일 2016-08-29 15:28 발행일 2016-08-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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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사업소득이 아닌 세금에 카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억울하다. 지난 5월 중소자영업자 90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부가세 10%는 사업자가 그대로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인데 여기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유소 사업자 160여 명도 국가를 상대로 카드수수료 반환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유가에 따라 다소 차등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판매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들은 그동안 이 유류세분 카드수수료까지 고스란히 부담해 왔다. 이번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주유소들은 이 부분이 부당하므로, 최근 5년간 납부한 유류세분 수수료를 반환해달라며 9월 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유소 업종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소비자 가격의 1.5%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분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 수수료 율은 3% 이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주유소 경영에 있어 카드수수료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달 셋째 주 휘발유 가격 1408.51원(100%)을 해부해 보면 △정유사 단계(원유+정제비+판매관리비 등)는 375.01원(26.6%), △국가 단계(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는 900.19원(63.9%)으로 90.5%를 차지한 반면 △주유소 단계는 133.31원으로 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 단계에서 1.5%인 카드수수료 21.13원을 제하면 실제 주유소 유통마진은 112.18원으로 8%에 불과하다. 주유소 마진은 현재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며 4% 대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인천의 정 모 대표는 “월 판매량이 전국 평균치 정도인데 최근 5년간 납부한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액이 1억 5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월 250만원, 연간 300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 온 셈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가 1만 2500여개임을 감안하면 주유소가 연간 납부한 유류세 수수료는 3750억 원에 이른다. 신용카드 제도가 1980년에 도입됐으니 지금까지 주유소가 부담한 유류세 전체 수수료는 어림잡아도 10조원이 넘는다.

그동안 주유소와 석유유통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방향에서 노력해 왔다. 하나는 주유소 카드수수료는 1.5%이지만 유류세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3%이므로 1.2%로 낮춰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담배와 소주에 붙는 세금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기름은 국민 모두의 필수품으로 유익적 세금인 반면 담배나 소주는 국민건강을 위해하는 해악적 세금이어서 이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형평성은 명분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유소 업종의 수수료를 낮출 경우 카드사 수익(주유소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10% 이상 차지)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타 업종의 타깃이 돼 “주유소만큼 우리도 더 낮춰 달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을 우려해 반대를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노력은 유류세분 세액공제 추진이다. 2008년 당시 국회 기재위 서병수 의원은 이 주장에 일리 있다며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해 유류세분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상당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세액공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기재위에서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으나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재부가 역시 타 업종 간 형평성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좌초되고 말았다.

이번 주유소 집단소송은 이러한 배경 아래 추진돼 업계의 큰 관심을 모은다. 소송 참가자들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세금 수수료까지 주유소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