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50년 후 '김영란법' 사문화 되길 기원하며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6-07-31 15:25 수정일 2016-07-31 15:27 발행일 2016-08-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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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대우M&A 대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정청탁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한국은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인맥을 통한 부패,비리,청탁문화라는 세 개의 그림자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만연되어왔다. 해방이후 수많은 정권을 통해 가장 많이 회자되어 왔던 단어기 바로 부패, 비리, 청탁이었다. 재벌중심의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빠르게 선진국대열에 들어섰지만 그 이면에는 특권층의 부패비리청탁이 독버섯처럼 자리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 독버섯이 현재의 소득 양극화, 계층간 갈등, 실업자 양산, 결혼포기, 저출산, 저성장, 자살대국 등의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든 주원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부패비리청탁현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현재보다 더 암울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닥칠 어두운 그림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김영란법과 같은 혁신적 정책을 시행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당장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인들, 대상이 되는 일부 직종에서 지속적으로 이 법의 부작용을 운운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언론도 연일 부작용만을 과대포장하며 시행이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당장에는 긍정적효과보다 소비침체라는 부정적효과가 더 부각될 수도 있고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부패와 청탁이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백년대계의 초석을 까는 것이다. 50년 후 이 초석이 다듬어져 한국 사회에 공평, 정의, 민주라는 틀이 자리 잡힌다면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이다.

필자는 과거 대우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내며 업무특성상 산자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유관부서와 많은 경험을 공유해왔다. 여기에 필자가 겪은 한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본다.

필자는 당시 청렴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모 부처의 담당자를 만났다. 그 담당자는 촌지주려는 기업인을 사무실서 훈계하고 망신주어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할정도로 엄격했다. 아무도 그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할 의무가 있었다. 처음에 음료수를 시작으로 결혼기념일선물, 뷔페티겟으로 점차 넓혀갔다. 집으로 수 십 차례 방문하는 등 2년간 공을 들였다. 그러자 그 대쪽 같던 담당자가 드디어 마음을 열고 돈을 받기 시작했다. 5만원으로 시작해 10만원, 100만원으로 점점 액수가 커져갔다. 심지어 때가 되면 거꾸로 청탁이 왔다. 그에게 인간사회의 편리성을 깨닫게 해준 돈이라는 물질은 무서운 중독을 낳았다. 평생 고기맛을 모르던 스님이 고기맛을 알고는 담장을 넘어 고기를 찾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돈에 대한 그의 탐욕은 커져갔다. 이와 비례해 필자와의 업무는 뜻대로 잘 풀렸다. 그야말로 부패비리청탁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김영란법의 시행에 많은 부작용과 불편감,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을 감내하고 더 큰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소중하다. 이 법의 존재자체만으로도 공직자들에게 엄청난 도덕적 의무감, 국민들에게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도가 아직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줄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