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IT도 결국 사람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08-10 09:01 수정일 2016-08-10 09:12 발행일 2016-08-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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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야구 전문가가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 놓겠노라고 공언한다면 누구나 실소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SW)가 우리의 살 길이라고 외치면서도 왜 SW가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늘 허공에서 똑 같은 자리에서만 지루하게 맴도는지 한번 살펴보자.

정부 연구소 및 관변 단체를 조사해보면 지금처럼 우리나라에 IT 관련 정책 연구소들이 융성하는 나라는 드물다. IT중에서도 무려 80%의 몫을 점유하는 SW가 잘 되는 나라를 보면 거기는 SW개발연구소 위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SW 유지보수연구소로 구성돼 있으며 정책연구소는 겨우 한두개 정도지, 우리처럼 개발연구소는 하나도 없고, 있다고 해도 SW핵심과는 거리가 먼 응용쪽 개발만 하고, 정책쪽으로는 무려 20여개 씩이나 갖춘 나라는 전세계에 하나도 없다.

SW는 정책으로 해낼 수 있는게 결코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우선 개발해내야 하고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지라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개발연구소가 유지보수 일까지 감당하기에는 집중도 면에서나 업무량 면에서 벅차니까 유지보수만 전담하는 연구소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연구소들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있고 온갖 무슨 IT정책이니 정보통신 정책이니 정보화 정책이니 정보보호 정책 류의 정책분야 연구소만 즐비한 것일까. SW를 개발할만큼 충분히 개발해놨으니까 이제 정책 연구를 해보겠다는 뜻일까. 한국의 전세계 SW시장점유율을 조사해본다면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수치가 0.8%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런데도 개발 안하고 정책만 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국은 사람이다. 역대 IT 부처 수장은 물론 역대 청와대 수석진까지 지금까지도 통신전문가들이 독점해왔고 보좌담당관까지 모두 다 SW핵심을 꿰뚫기에는 역부족인 ‘인재’들이 국가 SW 미래를 맡고 있다 보니 안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SW의 핵 중의 핵인 OS와 DB를 피해 나가면서 SW를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로 무식한 말일 것이다. 이런 SW를 토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응용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입버룻처럼 하는 말이, ‘그건 승부하기 어려우니까 하부구조는 전부 들어다 쓰면 되는거지..’처럼 여전히 되뇐다면 IT의 80% 몫인 SW를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정녕 SW안하겠다면 유감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대로 받아들일만하다. 안하면 국민혈세 갖다 쓸 일도 없어지는 거니까. 그러나 SW한다고 국민들에게 굳게 약속해 놓고서, 구글 알파고 마케팅 같은 류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국민혈세 ’시의적절‘하게 받아내어 사공이 바다로 가지 않고 산으로 가는 격으로, SW플랫폼 하나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영 다른 방향으로 사상누각식으로 갖다 쓴다면 그건 한마디로 전횡범죄적 행위와 다르지 않다.

SW의 기초와는 영 동떨어진 사상누각의 인공지능을 하겠노라고 한국정부가 사상 최초로 SW에 거금을 배정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SW 문외한이라는 말입니다. 엘리트집단이라는 과장급 이상 SW정책관련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이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SW를 곁눈질로만 배웠을 터이니 SW핵심을 이해해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따라서 국장급에서 인공지능에 예산 배정하겠다고 올리면 위 선에서 여과해 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책 입안하는 아래에서도 사람 문제, 결정하는 차관 장관급에서도 사람 문제다. 이런 문제를 어느 선에서 누가 과연 풀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공은 청와대쪽으로 넘어가게 되고 수석보좌관, 비서관, 대통령 선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SW를 제대로 전공한 이가 이가 누가 있겠는가. 쳇바퀴 돈다는 말이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