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전월세 상한제'의 신중론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입력일 2016-05-08 16:07 수정일 2016-05-08 16:07 발행일 2016-05-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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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올해도 기록적인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전세가는 4.73% 올랐다. 올 들어 전세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4월 전세가 상승률은 0.48% 수준으로 작년 동기(1.65%)와 비교하면 약 29% 수준이다. 그러나 전세가구의 주거소비 패턴이 자가구입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난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의 하락과 주택담보대출 자격 강화 등의 복합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주택가격은 0.06% 상승해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1.07%)의 6% 수준이다. 이처럼 집값 상승 기대감 감소로 집주인이 전세로 공급하기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위험한 정책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볼 때 임대료 규제는 단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량을 급격히 감소시키지 않으나 통제된 가격에 따라 공급은 비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임대료 규제에 따라 임대인 소득의 일부가 임차인에게 귀속되는 임대료 보조 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이론적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임차인은 내 집 마련보다는 임차로 거주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돼 임대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임대료 규제가 계속될 경우 시장임대료 규제로 인해 임대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하게 되고 수요 대비 임대주택 부족량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량 감소와 주택서비스 및 유지비 투자 감소로 주택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악화되고 주택 품질은 저하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나라의 임차시장은 전세시장과 월세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세시장은 공급자 우위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월세시장은 월세물량 증가로 점차 수요자 우위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월세시장 동향을 보면 월세 전환 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월세가격과 월세이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현재의 월세시장에서 굳이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갱신권 제도와의 연계로 도입돼야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계약갱신권 제도와 같이 도입할 경우 단기적인 임대료 급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 우위시장에서는 전월세 상한제가 자칫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월세상한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현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제도권 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여 임대료 규제 효과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 활성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