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AI가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이해린 기자
입력일 2016-05-11 17:13 수정일 2016-05-11 17:24 발행일 2016-05-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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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에 관한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은 단연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었다. IoT는 정부주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수면 아래에 있던 AI가 급부상한 저변에는 아마도 알파고 충격이 컸던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알파고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IT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한마디씩 소견을 피력하기에 이르렀으니 그도 그럴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응답결과를 냉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응답 결과 자체에 내재된 모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위를 차지한 둘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중에서는 어느 분야가 앞으로 중요할 것 같으냐는 항목에 대해서 응답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소프트웨어(SW)분야라고 답을 한 점이다. AI와 SW의 차이를 전혀 구분할 줄도 모르는 이들이 대거 설문에 참여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AI와 SW는 어느만큼 연관성이 있느냐에 대해 한번쯤 교통정리를 하고 넘어갈 필요를 발견하게 된다. IT분야는 하드웨어(HW)와 SW, 그리고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데이터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AI는 HW분야도 아니고 데이터분야도 아니며 SW분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 SW분야 중 가장 큰 부분은 운영체계(OS)와 데이터베이스(DB)다. 이 둘은 SW라는 파이 중 무려 80% 몫을 상회한다.

그렇다면 AI는 무엇인가. AI의 정체는 OS와 DB를 그 작동 하부구조로서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SW 전체 파이의 대략 10% 정도를 차지한다. OS와 DB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분야다.

구글이 제공하는 강력한 OS와 구글이 제공하는 초강력 DB를 하부 인프라로 해서 알파고가 위용을 발휘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알파고는 돌아갈 수도 없는 기계였고 한낱 고물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인간 퀴즈왕을 연파한 IBM의 왓슨 역시 그랬다. 알파고를 영국이 제작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자체 OS와 DB가 없다 보니 종국에는 구글에 인수 당하고만 일이 벌어진 수순에 주시해야 한다. 해외용병격 기계가 되지 않게 하려면 선결적으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만하다.

IoT는 SW와는 판이하게 다른 종목이지만 AI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의 먹거리 성장동력이 SW와 IoT라고 나왔다면 합리적으로 나온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정부로부터 1500억원을 지원받을 ‘AI연구소’가 우리나라에서 설립 준비 중이라는 내용은 동문서답형 설문조사결과와 더불어 설상가상급 소식이다. 그 정도 규모의 연구비면 선진국 수준의 OS와 DB엔진을 제작해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에 충분한 규모다. 연구자 개인이 그렇게 연구하겠다면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큰데 그런 ‘전략’에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그건 순리상 잘못된 일이며 바로 잡아야 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