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석유왕국' 사우디의 도박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05-15 16:33 수정일 2016-05-15 16:33 발행일 2016-05-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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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경제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21년 간 재임한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취약한 민간부문을 활성화해 과도한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개혁 드라이브다.

‘비전 2030’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2020년까지 석유 수출대금이 차지하는 재정수입의 비중을 현재 90%선에서 70%까지 낮출 계획이다.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약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포스트 석유’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민간부문 기여도를 현행 40%에서 65%로 끌어올리고, 광산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9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한다. 문화 및 오락 산업도 육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계획은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주도한 것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여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변화시키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그는 알 아라비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석유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사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 유가가 40달러 선으로 폭락하고 상당기간 큰 폭의 유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이번 계획을 발표한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석유 일변도 정책으로 다른 부문의 발전이 저해되고 경제 양극화와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특히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취업에 필요한 교육과 기술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근로의욕 저하→실업 증대→보조금 증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국제사회는 이번 계획의 성공 여부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내전으로 중동지역의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사우디도 예멘에서 값비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런던 정경대의 스테판 헤르조그 교수는 “계획의 방향은 맞지만 실천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모하마드 왕세자가 왕실과 재계, 종교계 등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절해 개혁을 본궤도에 오르게 만드는 정치 역량을 갖고 있는 지가 관건이다. 중층적인 의사결정 구조 하에서 신속하고 단호한 집행 여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취약한 정부 시스템이다. 규제 완화와 보건, 교육, 인프라 부문의 민영화는 효과적인 정부 규제와 감독을 필요로 하는데 행정 수준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잡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해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비전 2030’이 성공하려면 포용적 사회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급 시민으로 대접받는 여성과 시아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제약이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둘러싼 종교계 등 보수 집단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