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소통의 기본은 배려하는 마음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기자
입력일 2016-04-19 07:00 수정일 2016-04-19 07:00 발행일 2016-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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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기본원칙을 외면함으로써 소통이 안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여당이 공천과정에서 애매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다가 결국 내부 불만을 증폭시키고 국민 불신으로 이어져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것도 내부 구성원들의 존재를 무시한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이란 말이 있다. 예기의 곡례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들어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이라’는 뜻이다. 밖에 나갈 때는 무슨 일로 나가는지 알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안전하게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도록 함으로써 자식으로서 도리를 갖추게 한 것이다. 그래야 어른들이 괜한 걱정으로 애를 태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유교문화에서는 어른에 대한 이러한 배려와 소통을 당연히 해야 할 행동으로 규정지었다.

이러한 보고(報告)문화는 어느 정도의 굴레와 속박이 필요한 기업, 특히 다른 기업과의 거래가 활발하고 상하관계가 분명한 민간기업일수록 더욱 정착돼 있다. 촌각을 다투면서 상사의 확인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다룰 경우 수시로 진행사항과 결과를 보고해야 업무가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선 보고와 소통은 생명이다. 상사라고 해서 어디를 가는지 말도 하지 않은 채 없어지고, 부하직원 역시 보고를 제대로 안하고 자리를 뜬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가기 힘든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알림과 보고 문화는 직장내 구성원간에 지켜야 할 예의이자 배려로 소통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업무분위기가 느슨한 조직에선 구성원들이 당연히 지키고 배려해야 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통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영자는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한다. 누구라도 찾아와 의견을 개진하기 쉽게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로 조직원들에 대한 배려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면 문턱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심리적 거리감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소통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오픈도어’보다 ‘오픈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선진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소통을 통해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것도 조직원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 때문이다. 미국 TD인더스트리즈의 경우 일반사무직들이 사무를 보는 부서 한 켠에 사장의 집무공간이 있다.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서다. 거대 공룡 IBM이 위기에 처한 2003년에 CEO가 된 샘 팔미사노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혁신을 밀어붙여 회생에 성공했다. 그는 이때 많은 직원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경영혁신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며 IBM의 핵심가치를 수립했다. 1년에 한 번, 팔미사노는 전 세계 7곳에 있는 IBM의 연구소장들과 함께 하루 종일 마라톤 토의를 하면서 미래경영의 방향을 그리기도 했다. 경영자와 직원들이 소통을 통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대의 폭을 넓혔기에 혁신이 가능했다. 결국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소통의 비책 아닌가 생각해본다.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