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이번 국정감사는 ‘정쟁’아닌 ‘민생’이 중심돼야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얼마 전 국정감사 전초전 성격을 띤 윤석열 정부의 첫 대정부질문이 끝났다.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여당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실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야당은 영빈관 신축 논란, 윤 대통령의 조문 외교 논란,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을 따져 물은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과 월성원전 조기 폐쇄 문제, 대북정책 기조, 민주당 이 대표 의혹과 관련한 내용 등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이 같은 여야의 공세는 국감을 앞두고 서로 유리한 위치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국감에서도 그동안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치던 ‘민생’은 실종되고 ‘정쟁’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여야는 한발 더 나아가 김 여사 의혹 규명 특별검사법 제정 촉구와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하며 계속되는 대치를 이어갔다.이어 다음 달 열리는 국감을 앞두고는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증인으로 문 전 대통령, 김 여사 등을 소환하며 강대강 충돌을 예고했다.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고리로 문 전 대통령을 국방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제기했고, 민주당은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김 여사를 교육위 증인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현상 속 민생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국감만큼은 ‘정쟁’이 아닌 ‘민생’이 중심이 됐으면 하는 이유다.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2022-09-25 13:58 정재호 기자

[기자수첩] '정보공개청구' 외면 대학가, '혈세' 투입 왜 하나

류용환 산업IT부 기자대학들이 정보공개청구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를 지적하자 항의가 잇달았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제도인 정보공개청구를 등한시하는 대학들에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수험생이 납부한 대학 입학전형료는 입시수당·경비 등으로 지출되며 잔액 발생 시, 학교 측은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 일반대·전문대 등 전국 318개 대학에 전형료 반환 여부, 항목별 지출 비율 등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요청한 결과 상당수 학교가 미접수, 불명확 답변, 비공개 등으로 응했다.이를 지적하니 대학들은 기자를 나무랐다. 성공회대는 전형료 차액 미반환 사유 등에 대한 질의에 ‘해당 없음’이라고 했다. 이에 성공회대는 미반환 사유 미공개 학교들과 나란히 했다. 성공회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오보’라며 기사 정정을 요구했다. 경상국립대도 거론된 것을 문제 삼았다. 정작 경상국립대의 답변은 ‘해당사항 없음’이었다.원광보건대는 전형료 미반환 사유 등을 알 수 없는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한 지적에 원광보건대 측은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았고, 원광보건대는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광보건대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했으며,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전형료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두고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수원대), ‘자료 추출 불가’(영남이공대), ‘입학 전형료 차액 정의 불분명’(가톨릭관동대), ‘경영·영업상 비밀’(한국복지대) 등의 답변도 있었다. 서경대, 서울대, 중원대, 서울여자대, 안산대, 숙명여대, 홍익대, 연성대, 경복대, 경남정보대, 서정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연세대 등 200여곳은 답변 누락, 자료 공개 거부, 부정확 정보 경로 제시 등을 벌였다.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감소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대학들. 정부 구축 정보공개포털 등을 통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불성실한 답변, 비협조적 행태를 보인 대학들에게 국가장학금 등 혈세 투입이 올바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2022-09-22 08:55 류용환 기자

[기자수첩] 인력난 조선업계, 자구노력 안 보인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국내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발주량 가운데 45.5%를 수주할 정도로 호황인 점을 감안하면 맞지 않는 표현 같다. 하지만 인력 수급만 놓고 보면 분명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숙련공들은 떠나고 신규 젊은 노동자들은 조선업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조선업종이 대부분인 기타운송장비 분야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훈련지원 등을 통해 인력양성 및 취업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약발’이 들지 않는 것이다.아무리 자동화를 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해도 인력, 특히 숙련 기술을 가진 인력이 없으면 배를 만들 수 없고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도 인력 수급이 안 돼 어려움을 겪자 정부에 기술인력 양성과 외국인 인력 도입 확대를 요청했다. 정부도 훈련 비용 지원, 외국 노동자 도입 확대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조선업계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나 해결책 마련은 등한시 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 개선과 고용안정이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서 봤듯 영세·하청업체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실제 300인 이상 사업장과 1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 차이는 두 배 가량이 나고 조선업종의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60%가 넘는다. 산업재해 사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비정규직을 줄여 고용안정을 높이고 하청 단가를 높여 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은 잘 들리지 않는다.누구나 알 듯 양질의 일자리는 ‘괜찮은 임금’과 고용안정, 안전한 환경이다. 양질의 일자리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어할 것이다. 조선업계 나름의 복잡한 속사정이 있겠지만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준다면 인력 수급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2-09-21 14:04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순방 떠난 김건희 여사에게 쏠리는 눈

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5박 7일의 일정으로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 참석을 시작으로 유엔(UN)총회 기조 연설, 한미·한일 정상회담,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종 외교 행사에 참석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대중의 시선은 윤 대통령 보다는 순방에 동행한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집중되어 있다.김 여사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 참석 당시 고가의 명품 장신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 재산신고 과정에서 이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순방에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 모씨가 김 여사의 일정에 동행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김 여사의 해외 순방 동행에 비판적인 여론이 불거진 상황이다.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해외순방을 기다렸다는 듯이 김 여사에 대한 리스크를 언급하고 나섰다. 이와함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취임과 동시에 이른바 ‘김건희 특검’을 당론으로 발의하며 김 여사를 대여공세의 상징물로 활용하고 있다.김 여사는 이번 영국, 미국, 캐나다 등 3개국 순방에서는 세간의 눈을 의식한 듯 공식 일정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다. 장례식 외 다른 어떤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번 윤 대통령 순방 중에 김 여사와 관련한 작은 논란이라도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은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spikekwon@viva100.com

2022-09-19 14:05 권규홍 기자

[기자수첩] '오겜' 성공 뒤엔 10년 뚝심 있었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해 이 즈음 할로윈 파티의 코스튬 의상이 ‘오징어게임’ 캐릭터로 도배됐을 때만해도 배우들의 수상이나 작품이 쌓아갈 수많은 트로피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오징어게임’은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이정재)과 감독상(황동혁 감독)을 수상했다. 앞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여우게스트상(이유미),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시각효과상(정재훈 외), 스턴트 퍼포먼스(임태훈 외), 프로덕션 디자인상(채경선 외) 등 기술부문을 포함해 총 6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권 최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그야말로 휩쓴 것이다. 배우들과 감독에게 시선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의 벅찬 표정이 남다르게 다가온다.그는 소설가 김훈의 딸로 지난 2008년 이든픽쳐스를 차린 뒤 ‘헤드’ ‘맛있는 인생’ ‘10억’ 등을 제작하며 충무로에서 쓴맛을 제대로 봤다. 금수저 출신이란 시기심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딸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한몫 했다. 그가 아버지의 소설을 영화화 한 ‘남한산성’은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등이 출연했음에도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글로벌 제작자로서의 자양분이 됐다. 영화 ‘10억’으로 다룬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버라이티쇼라는 소재, ‘남한산성’으로 만난 황동혁 감독과 의기투합한 것.그는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남한산성’ 실패 후 “이제는 돈이 되는 걸 해보자”며 황 감독과의 ‘오징어게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화제성은 K콘텐츠로 끌고 돈은 다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이 경험 역시 지적재산권의 기준을 새롭게 만드는 표본이 됐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와 시즌2 계약과 관련해 “서로에게 좋은 ‘굿딜’”이라고 근황을 알렸다. 김 대표는 황동혁 감독과 함께 미국 최대 규모 소속사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reative Artist Agency, CAA)와도 계약해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나선다. ‘오징어게임’에서도 잔머리 쓰고 불평만하다 탈락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수저타령을 떠나 맨땅에 헤딩하기를 10년 넘게 해온 그에게 경배를. 어쨌거나 이 세상은 버티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22-09-18 14:18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MZ 창업이 달갑지 않은 까닭

박기태 산업IT부 차장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미취업 청년 10명 중 7명 이상(72.8%)이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미래에 창업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청년 창업 인식 조사’ 결과다.이번 조사는 경총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39세 남녀 미취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8~16일 이뤄졌다. 여기서 MZ세대 미취업자 중 16.0%는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56.8는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에 창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창업할 의향이 없다’는 27.2%였다.이제 성인이 된 MZ세대가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건 일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창업 희망업종이 생계형 업종에 몰려 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창업에 모험과 도전 등 기업가정신이 빠져있어서다. 실제 창업 희망 분야를 묻는 질문에 MZ세대 미취업자 31.0%가 숙박음식업을 꼽았고 도소매업도 17.9%나 됐다.반면 IT·정보통신업은 14.6%, 예술·문화서비스업은 9.9%,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7.7%에 불과했다. 창업 동기(복수 응답)는 ‘보다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50.5%), ‘더 많은 경제적 수입을 위해’(46.2%), ‘정년 없이 오래 일하기 위해’(3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이에 대해 임영태 경총 고용정책팀장도 “새로운 사업 기회에 도전하는 IT·정보통신·기술서비스와 같은 기술형 창업보다 레드오션으로 지적되는 생계형 창업에 청년들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렇다. 도전 정신과 확고한 비전 없이 단순히 생계를 위해 창업 전선에 나서는 건 또다시 미취업자로 가는 길일 뿐이다.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2022-09-15 14:50 박기태 기자

[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10년째 도돌이표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통가의 이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현재 대형마트는 영업시간이 제한(자정~오전 10시 폐점)과 매월 2일씩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하지만 유통법 시행 전 호황을 누리던 대형마트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으로 인해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된 반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대형마트 휴무시 소비자들은 당초 유통법의 취지와 달리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보다는 온라인 장보기에 의존하고 있다.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윤석열 정부도 출범 초기 대형마트의 규제 완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고, 유통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대표적인 대형마트 규제인 의무휴업일 및 영업시간 제한 등에 대한 완화 기대감도 커졌다.실제로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 TOP 10’ 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은 57만7415표를 얻으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제안 투표에서 어뷰징(중복·편법투표) 문제가 드러나 ‘상위 3건 국정 적극 반영’은 무효화됐다.게다가 소상공인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지난달 25일 한발 물러나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시행 당시에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들은 재래시장보다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선호하고, 클릭 몇번으로 집 앞에까지 배달되는 온라인 쇼핑을 찾는다.어떤 정책이나 규제든 최종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10년 만에 다시 법 개정이 논의된 지금 유통 환경과 소비자의 편의가 고려된 방향으로 재검토가 이뤄져 ‘규제’보다 ‘발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본다.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

2022-09-14 13:55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원전만 밀어주는 게 정답일까

도수화 산업IT부 기자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을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국내 원전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이번 수주를 두고 정부 및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가 원전사업의 부활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축배를 드는 분위기다.원전과 같은 에너지원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따라 휘둘려왔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수차례 저격하며 앞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탈원전 폐기’에 집중하며 ‘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전산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하지만 원전이 가야 할 길에 이정표가 빠진 느낌이다. ‘직진’ 표시만 있는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하다. 게다가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무기화 시대라고도 불리는 격변기에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요즘, 다른 에너지원의 영역은 잊힌 것 같다.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에 힘쓰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원전 확대·회귀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나, 대부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원자력 발전 의존이 아닌 자생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원전은 대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발전원이지만, 방사성 폐기물 문제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 등 위험 요소가 뒤따르는 존재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원전산업 밀어주기’라면, 다른 에너지원이 함께 달릴 길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원전의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 정도는 세워줘야 하지 않을까.도수화 산업IT부 기자 dosh@viva100.com

2022-09-12 14:11 도수화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규제 '찔끔 완화'론 안된다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비상식적인 규제라는 논란이 일면서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그간 정부는 대출한도 확대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지 모른다는 인식에 신중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잇단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막겠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39건으로 역대급 거래 절벽현상을 보이고 있다. 8월은 이 보다 더 심각하다. 현재 신고 건수가 239건에 그치고 있다. 불가피하게 집을 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입을 보류하고 관망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집값도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다만 시장에선 15억원 규제 완화만으로는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제한돼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 규제만 완화한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만 제한된 LTV 상한을 80%로 완화했지만, 부동산 거래절벽을 막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할 수 있겠다.지금 같은 냉각기엔 비정상적인 규제는 시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조정대상지역 해제 지역 ‘찔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찔끔’ 등과 같은 완화로는 시장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여줄 탄력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시급할 때다.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

2022-09-07 14:08 채현주 기자

[기자수첩] 조선업계 인력난, 뒤집으면 답이 있다

김아영 기자국내 조선업계는 인력난 장기화로 갈등에 휩싸여 있다. 낮은 처우에서 시작된 근로자들의 조선소 기피 현상은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이다.불안의 씨앗은 ‘처우’다. 불안은 증오의 화살로 변해 곳곳을 향하고 있다. 처우 문제는 구직자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민감한 소재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표적이다. 장기간 이어진 파업은 노노 갈등으로 확장됐다. 최근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4사가 현대중공업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인력을 빼앗았단 이유에서다. 업계는 근로자들이 현대중공업을 선택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좋은 처우’를 꼽는다.조선소처럼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 플랜트 산업은 증오의 화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노동 강도가 낮고 임금이 높다는 장점 덕분이다. 관련 업계도 이를 인정한다. 뒤집어 말하면, 업무 환경을 개선하면 언제든지 근로자들이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소리다.하지만, 정부 대안은 업무환경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값싼 외국 인력 유입은 당장의 인력난은 해소할 순 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문제를 만들 우려가 크다.근로자들이 그들의 불안감을 표현한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미온적으로 반응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하청 노동자에서 정규직 근로자로, 다시 조선 기업으로. 형편없는 처우에서 비롯된 인력난은 무대를 옮겨가며 갈등을 만든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화살은 다른 곳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정부는 조선업계 외국인 인력 충원 정책이 근로자와 기업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2022-09-05 09:00 김아영 기자

[기자수첩] 쌍용차 생존은 '전동화'에 달렸다

쌍용자동차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서 KG그룹이 인수작업 마무리 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지난 1일에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쌍용자동차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곽 회장은 “쌍용차를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쌍용차는 지금까지 지속가능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90년대 후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흥행을 이끈 ‘무쏘’와 ‘뉴 코란도’ 그리고 소형 SUV 열풍의 주역 ‘티볼리’가 국내 자동차시장을 선도하면서다.하지만 후속모델이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마 카이런, 엑티언을 기억하는 소비자는 몇 되지 않는다. 이정도로 무쏘와 뉴 코란도의 후속모델은 무의미한 출시였다. 티볼리 후속모델은 없었다. 몸집을 조금 키운 코란도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을 뿐이다.코란도는 쌍용차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동차다. 특히 뉴 코란도는 당시 대학생들의 로망으로 꼽힐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 대학생들이 이제는 경제력을 갖춘 사회인이 됐지만 현재 코란도를 구매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지금의 코란도는 진정한 코란도가 아니다’라는 냉정한 평가만 이어졌다.쌍용차는 뉴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 출시를 예고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디자인만 뉴 코란도여서는 안 된다. 전동화 시대에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모델이 필요하다.쌍용차는 KG그룹 인수에 토레스 흥행까지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다음 타자의 적시타가 필요한 상황. 완벽한 전동화 모델의 등장으로 쌍용차가 지속가능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2022-09-04 08:55 김태준 기자

[기자수첩] 동행축제, '주인공'들의 축제돼야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7일간의 동행축제가 1일 막을 올렸다. 동행축제는 이전 정부에서 ‘동행세일’이란 이름으로 진행됐던 정부 주도의 소상공인·중소기업 상품 판매 촉진 행사다.지난 동행세일과 비교해 기간이 2주에서 1주로 줄었고, 예산도 그에 상응하게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인 235개의 유통업체가 참여한 만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이번 동행축제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소상공인, 영세사업자들이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는 만큼 동행축제가 소비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국내 소비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회복을 위한 지원금도 끊겼다. 중기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이에 중기부도 이번 동행축제에 앞서 처음으로 전야제를 열고, 평소 쓰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출시했다. 다만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행축제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온누리상품권 가맹점도 많지 않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행사 첫 날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몇 곳을 둘러본 결과 가맹점조차 카드형 상품권 출시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는 등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올해로 3년차를 맞은 동행축제는 매해 참여 유통채널과 판매상품을 키워가며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동행축제의 목적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상품의 판매를 늘리는 것인 만큼 거창한 참여 업체 숫자보다는 실제로 중소상공인이 얼마나 동행축제의 온기를 느끼느냐가 중요할 것이다.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2022-09-01 14:48 노연경 기자

[기자수첩]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다면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한 여름의 주말 밤, 모 부처 공무원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신임 담당자로 오게 돼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이었다. 직장인에겐 더없이 소중할 주말시간을 할애해 보낸 장문의 문자 곳곳에서는 새로운 직책을 시작한다는 설렘과 각오가 묻어 있어 보였다. 뜨거웠던 여름, 한 공무원의 초심은 계절의 온도처럼 기억에 남았다.‘그’ 뿐 아니라, 부처 이곳저곳을 취재하다 보면 자신의 업무 분야서 초심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공무원들을 종종 목격한다. ‘좋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그들, 한 여름의 햇살처럼 빛나는 열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초심도 뒤돌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이윽고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에서 식어가는 기온처럼 사람도 변하기 십상이다. 야근에, 출장, 이어지는 고된 업무는 몸은 물론, 마음마저 식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뚜렷한 올해, 이 계절은, 일부 공무원들을 좌절시킬지 모를 일이다. 그간의 기치와 궤를 달리하는 일부 부처의 ‘규제철폐, 규제개선 등 기업 친화적’ 방향성에, 앞선 정책에 신념을 갖고 추구해 온 이들의 초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혹자들은 그래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로 푸념하곤 한다.부디 신념을 이어가는 이들이, 그러한 말에 자조하거나 위안 삼지는 말길 바랄 뿐이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는 무엇이더라도, 그 신념을 지켜가는 이들을 여전히 현장에서 목격한다.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추구하는 정책의 가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음으로.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

2022-08-31 14:57 곽진성 기자

[기자수첩] 장사 잘못한 책임, 소비자에 떠넘기나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라면업계 1위 농심이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할 예정인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라면은 1년 만에 스낵은 5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기 때문이다.농심은 밀과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심은 24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에 빠졌다. 올해 2분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5.5% 급감했다.그러나 소비자들은 농심의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 부담을 외면한 채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농심을 제외한 오뚜기·삼양식품 경쟁사들은 일제히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 결과를 소비자들이 대신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더불어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도 신동원 농심 회장이 라면 3사 최고경영자중 가장 높은 수준인 7억3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점도 소비자 불만에 불을 지폈다.농심은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올해 상반기 오너의 임금은 전년(5억7600만원)보다 약 28% 인상됐다.반면 호실적을 거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상반기 급여가 5억원 이하로 반기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상반기 급여로 총 5억5010만원을 받았다. 농심이 경영 부담을 제품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신 회장은 당시 ‘뉴 농심’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지만, 오히려 연이은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가격인상으로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나오지만, 소비자 원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2022-08-29 14:10 박자연 기자

[기자수첩] 예대금리차 비교 우려할 점은 없나

금융증권부 강은영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매달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대차)를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만큼 지난 22일 공개 첫날 예대차가 큰 은행은 소비자와 언론의 눈총에 시달렸다. 큰 폭의 예대차를 기록한 은행은 설명 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예대차 발표 후 예대차 비교에 대한 순기능에 설명하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용점수에 따른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매달 이뤄지는 비교 공시로 인해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리고, 수신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단순하게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숫자 뒤에 숨겨진 속사정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숫자로만 모든 걸 파악하려 하다 보면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금융권에서도 예대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이자 장사’를 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에도 예대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저마다 금리 경쟁에만 치중하다 보니 은행마다 차별성 있는 서비스 제공에는 관심을 적게 둘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금융소비자도 변별력 없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점이다.예대차 비교 공시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자율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환경 조성에서 오히려 차별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

2022-08-28 12:43 강은영 기자

[기자수첩] 거친 이준석의 입, 자충수 될라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당대표직에서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의 분노가 멈출 줄 모르고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에 까지 비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특히 이 전 대표의 비대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탄원서가 공개되면서 전임 당대표와 당내 인사 간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탄원서의 경우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당사자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 과정의 절차위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차치하고 내용만 봤을 때 이 전 대표의 호소는 절실했다. 그가 공개한 탄원서에 따르면, 당이 비대위 출범을 위해 절차적인 위반을 강행했고 이는 향후 당내 기반이 약한 당대표 선출 시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했다.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 전 대표의 우려는 공감되고 다시 불거져선 안 되는 사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같은 억울함은 그동안 그의 발언 등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헌정사상 최연소 당대표의 몰락이 단순히 그의 언행으로만 벌어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최근 여권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이 50% 이상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심은 이 전 대표에게 나름 우호적이다.그러나 멈출 줄 모르고 거세지는 그의 발언에 일부는 피로감과 동시에 반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독재자’, ‘안전핀 뽑힌 수류탄’ 등으로 대응하면서, 탄원서 내용 전체가 퇴색되는 상황이다.한 당 관계자는 “그동안 당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억울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이번 ‘신군부’ 발언에 다들 지나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불합리한 상황을 충분히 호소했고, 민심 역시 공감했다. 그러나 거센 표현이 진정성이 아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shadedoll@viva100.com

2022-08-25 14:07 김주훈 기자

[기자수첩] 은행 '이상 외환거래', 제대로 점검해야

금융증권부 김수환은행들의 ‘이상 외환송금’ 사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금감원의 현장검사 대상이 당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으로 확대되면서, 5대 시중은행이 모두 검사 대상에 올랐다. '이상 외환송금' 액수도 최근까지 파악된 65억4000만달러(8조54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먹고 있다’고 질타했다. 씨감자는 감자농사를 짓기 위한 기초적인 씨앗 역할을 한다.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이다.사실 외환거래로 인한 환전·송금수수료는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없는 수익이었다. 거래에 대한 수수료이므로 바로 은행에 수익으로 잡힌다. 그러나 은행에는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확인 등이 요구된다. 금감원은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집중 점검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자금세탁의 창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도록 하는 절차들이 있다”고 말했다.일부 은행들은 법인에 대한 실체 확인을 서류상으로 할 수 밖에 없고, 국내 무역의 70%가 사전송금 방식인 상황에서 이상 외환송금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하지만 ‘이자장사’와 횡령에 이어 이상 외환송금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총체적 난맥상을 보는 민심은 은행편이 아닌 것 같다. 이 원장의 ‘씨감자’ 발언에 대해 누리꾼들은 “100% 공감한다”, “응원하고 있어요”, “제대로 탈탈 털어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 원장이 과거 윤석열 검찰 사단에서 금융·경제 전문 칼잡이로 이름이 높았던 만큼 이번에 불거진 외환거래 사태에서도 전문성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금감원장에 낙점한 배경에도 금융권 ‘법치행정’을 구현하려는 윤심(尹心)이 있었던 만큼 은행과 고객, 언론은 사태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한다.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2022-08-24 14:04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거래절벽 부작용 너무 크다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지난해 가을 대출 규제 이후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선 변수, 하반기 들어서는 급격한 금리인상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이렇게 1년 가까이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개업계다. 부동산 매매 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전국 각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는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속속 폐업에 나서고 있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6월 공인중개사무소는 전국에서 1249곳이 개업하고 1148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도 81곳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개업 건수는 가장 적고, 폐업 건수는 가장 많다. 특히 올 6월 폐업 건수는 전월(727건)에 비해 57.9% 늘었다. 월 기준 1000건을 넘어선 것도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사·인테리어·청소업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 인테리어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70%가량 감소했다.비정상적으로 위축된 주택거래는 연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역시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 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취득세가 전년 동기보다 1조원 가까이 감소해 감액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세수 부족으로 주요 정책이나 공약의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시장 정상화가 되기까지 서민 고통은 늘고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삼는 것은 좋지만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할 것은 해야 한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2-08-22 14:34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반도체 패권전쟁 정부가 나설 때

우주성 산업IT부 기자국내 반도체 산업의 흥망을 좌우할 새 변수가 등장했다. 매해 치열해지고 있는 기술 전쟁도,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쏟아내는 설비 투자 경쟁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그것이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신냉전은 어느덧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긴장할 수준으로까지 확전됐다.특히 한국의 ‘칩4(Chip4)’ 참여를 둘러싼 미·중간 첨예한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법안 등의 당근책과 동시에, 칩4 참여를 두고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중국은 칩4 동맹을 자국 기술 안보 위협에 준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이를 주시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칩4 가입 등 미·중간 갈등으로 자칫 향후 중국 등 신흥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접근과 투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마저 떠안게 됐다.새롭게 등장한 이런 요인을 민간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한다는 것은 이미 어려워졌다. 첨단 산업이 주요 국가들의 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국제 반도체 공급망의 블록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빠르게 진행 중인 탓이다. 반도체 산업의 흥업 성패에 냉혹한 국제질서라는 변인이 더해진 셈이다. 올해 반도체 산업을 두고 정부와 학계 관계자들이 소집된 자리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경제 안보’라는 단어도 이런 위기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해졌다. 정부는 우선 내달 초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당국에 대한 설득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설 거시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정부임을 명심하고 중장기적인 혜안을 통한 기만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우주성 산업IT부 기자 wjsburn@viva100.com

2022-08-21 14:11 우주성 기자

[기자수첩]'돈 룩 업'이 알리는 경고

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임무를 맡게 된 우리나라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지난 5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포함한 20개국이 동참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우주기술 유출 위험에도 ‘아르테미스’에 참여한 이유는 달의 가치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에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대량 매장돼 있다.여기서 하나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태양계 내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의 ‘돈 룩 업’이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혜성에 희귀광물이 있으니 혜성을 폭파하지 말자는 자들과 맞서게 된다. 소위 엘리트층으로 분류된 이들은 혜성이 지구로 충돌하는 시나리오가 거짓이라고 선전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라는 ‘돈 룩 업’을 외치고 더 나아가 우주를 정복하자는 메시지를 펼친다. 영화 끝부분에 가서야 진실을 마주한 대중이 ‘돈 룩 업’에 반대해 ‘룩 업’ 운동을 펼치지만 이미 혜성은 지구 가까이 다가온 지 오래다.영화 ‘돈 룩 업’은 우리에게 경고를 날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 경쟁으로 눈을 돌리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고,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일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지난 2020년 기준 현재 지구궤도상에는 지름 1㎝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약 90만개가 존재한다. 이 우주 쓰레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질 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인류는 달에, 우주에 가야 할 정도로 절박하게 살고 있는가. ‘돈 룩 업’의 주인공은 지구 멸망 직전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었어.”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hellofeliz@viva100.com

2022-08-18 14:06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