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대금리차 비교 우려할 점은 없나

강은영 기자
입력일 2022-08-28 12:43 수정일 2022-08-28 14:04 발행일 2022-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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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금융증권부 강은영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매달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대차)를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만큼 지난 22일 공개 첫날 예대차가 큰 은행은 소비자와 언론의 눈총에 시달렸다. 큰 폭의 예대차를 기록한 은행은 설명 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예대차 발표 후 예대차 비교에 대한 순기능에 설명하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용점수에 따른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매달 이뤄지는 비교 공시로 인해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리고, 수신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단순하게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숫자 뒤에 숨겨진 속사정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숫자로만 모든 걸 파악하려 하다 보면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금융권에서도 예대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이자 장사’를 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에도 예대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마다 금리 경쟁에만 치중하다 보니 은행마다 차별성 있는 서비스 제공에는 관심을 적게 둘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금융소비자도 변별력 없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대차 비교 공시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자율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환경 조성에서 오히려 차별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