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친 이준석의 입, 자충수 될라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2-08-25 14:07 수정일 2022-09-26 08:56 발행일 2022-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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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당대표직에서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의 분노가 멈출 줄 모르고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에 까지 비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비대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탄원서가 공개되면서 전임 당대표와 당내 인사 간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원서의 경우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당사자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 과정의 절차위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차치하고 내용만 봤을 때 이 전 대표의 호소는 절실했다. 그가 공개한 탄원서에 따르면, 당이 비대위 출범을 위해 절차적인 위반을 강행했고 이는 향후 당내 기반이 약한 당대표 선출 시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 전 대표의 우려는 공감되고 다시 불거져선 안 되는 사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같은 억울함은 그동안 그의 발언 등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헌정사상 최연소 당대표의 몰락이 단순히 그의 언행으로만 벌어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최근 여권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이 50% 이상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심은 이 전 대표에게 나름 우호적이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고 거세지는 그의 발언에 일부는 피로감과 동시에 반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독재자’, ‘안전핀 뽑힌 수류탄’ 등으로 대응하면서, 탄원서 내용 전체가 퇴색되는 상황이다.

한 당 관계자는 “그동안 당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억울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이번 ‘신군부’ 발언에 다들 지나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불합리한 상황을 충분히 호소했고, 민심 역시 공감했다. 그러나 거센 표현이 진정성이 아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