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사 잘못한 책임, 소비자에 떠넘기나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2-08-29 14:10 수정일 2022-08-29 15:47 발행일 2022-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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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할 예정인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라면은 1년 만에 스낵은 5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밀과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심은 24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에 빠졌다. 올해 2분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5.5% 급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농심의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 부담을 외면한 채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농심을 제외한 오뚜기·삼양식품 경쟁사들은 일제히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 결과를 소비자들이 대신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도 신동원 농심 회장이 라면 3사 최고경영자중 가장 높은 수준인 7억3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점도 소비자 불만에 불을 지폈다.

농심은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올해 상반기 오너의 임금은 전년(5억7600만원)보다 약 28% 인상됐다.

반면 호실적을 거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상반기 급여가 5억원 이하로 반기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상반기 급여로 총 5억5010만원을 받았다. 농심이 경영 부담을 제품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신 회장은 당시 ‘뉴 농심’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지만, 오히려 연이은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가격인상으로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나오지만, 소비자 원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