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다면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2-08-31 14:57 수정일 2022-08-31 14:59 발행일 2022-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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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한 여름의 주말 밤, 모 부처 공무원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신임 담당자로 오게 돼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이었다. 직장인에겐 더없이 소중할 주말시간을 할애해 보낸 장문의 문자 곳곳에서는 새로운 직책을 시작한다는 설렘과 각오가 묻어 있어 보였다. 뜨거웠던 여름, 한 공무원의 초심은 계절의 온도처럼 기억에 남았다.

‘그’ 뿐 아니라, 부처 이곳저곳을 취재하다 보면 자신의 업무 분야서 초심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공무원들을 종종 목격한다. ‘좋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그들, 한 여름의 햇살처럼 빛나는 열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초심도 뒤돌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윽고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에서 식어가는 기온처럼 사람도 변하기 십상이다. 야근에, 출장, 이어지는 고된 업무는 몸은 물론, 마음마저 식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뚜렷한 올해, 이 계절은, 일부 공무원들을 좌절시킬지 모를 일이다. 그간의 기치와 궤를 달리하는 일부 부처의 ‘규제철폐, 규제개선 등 기업 친화적’ 방향성에, 앞선 정책에 신념을 갖고 추구해 온 이들의 초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혹자들은 그래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로 푸념하곤 한다.

부디 신념을 이어가는 이들이, 그러한 말에 자조하거나 위안 삼지는 말길 바랄 뿐이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는 무엇이더라도, 그 신념을 지켜가는 이들을 여전히 현장에서 목격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추구하는 정책의 가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음으로.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