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용의 눈'에 점을 찍으라

권성중 기자용의 눈에 점 찍는 일만 남았다.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 해소를 위한 ‘정책 릴레이’가 결승선을 향해 치닫고 있다.7·24대책에 이어 지난 1일 정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은 주택 및 건설경기를 살려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실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해 다가오는 이사철을 주택시장 반등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지만 과잉공급을 억제하는 등 주택공급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는 데 그 의미가 크다.정부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며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다른 곳에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의 핵심인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의 정책이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우선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국회에 계류 중인 핵심법안도 하루빨리 입법화되도록 국회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임 이래 서 장관과의 ‘찰떡호흡’을 보여주며 경기부양책을 연속해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입법의 문턱에서 정치놀음에 휘말려 번번히 입법화에 실패했다.이번 가을 이사철을 허송세월로 보내며 ‘때’를 놓치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는 미미해질 것이 자명하다. 정책 시행은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하다. 타이밍이다. 붓을 들어 부동산 경기 활성화란 '용의 눈'에 점을 찍어 넣어야 할 때다.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9-03 11:04 권성중 기자

[기자수첩] 10년 새 곱절로 늘어난 가계부채

올해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1040조 원이라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지난 3월말보다 1.5%, 작년 6월말보다는 6.2%가 늘었다는 발표였다. 새삼스러운 뉴스라고 할 수 없었다. 가계부채가 많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연말의 가계부채는 494조2000억 원이었다. 그랬던 가계부채가 올 들어 1040조 원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면 정확하게 9년 6개월 사이에 2.1배로 증가한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110%다. 가계부채는 해마다 10%씩 늘어난 셈이다. 소득도 따라서 늘었다면 빚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은 부채의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갚을 능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가처분소득과 비교한 부채의 비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해도 그 빚에 대한 은행 이자만큼은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은행 금리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부채가 곱절로 늘었다면, 이자 역시 곱절로 들 수밖에 없다. 빠듯한 수입에 은행 이자를 제하고 나면 다른 곳에 쓸 돈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면 정부가 장려하는 소비도 제대로 늘어나기 힘들어지고, 이는 경제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빚을 얻지 않을 수도 없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서 별 수 없이 빚을 얻고, 그러다 보니 그 빚이 쌓이고 있다. 곱절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얘기는 변하지 않고 있다. 빚이 곱절로 늘어났는데도 똑같다.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

2014-08-27 08:55 이정선 기자

[기자수첩] 군대 가서 매 맞더니 직장에서도?

취업 포털 ‘사람인’이 설문 자료를 냈다. 직장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직장에서 ‘신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9.7%나 되었다는 자료다. 직장에서 매를 맞은 월급쟁이가 10명 가운데 한 명꼴이라는 조사였다. 손바닥으로 맞은 월급쟁이가 39.8%로 가장 많았지만, 29.6%는 ‘주먹’으로 맞았다고 했다. 서류 등 ‘도구’로 맞았다는 응답도 25.5%에 달했다. 그렇다면, ‘폭행’이라고 할 것이었다.때린 사람은 대부분 ‘윗사람’이었다. 상사(62.2%)와, 최고경영자·임원(27.6%) 등이었다. 남성(12.2%)뿐 아니라 여성(6.4%)까지 매를 맞고 있었다.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젊은이는 군대에서 매를 맞고 있다.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하고, ‘도지사 아들’의 폭행이 기름을 보태고 있다.매를 맞은 ‘졸병’들은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항의나 저항을 하다가는 더 많이 맞을 수도 있는데다, 간부들도 구타를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직장도 다르지 않았다. 매를 맞고도 절반 넘는 55.1%가 ‘참았다’고 했다. 참은 이유 중에는 ‘퇴사 권고 등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38.9%)’가 포함되고 있었다.어렵게 제대를 하고, 더욱 힘들게 직장에 턱걸이했는데 또 ‘구타’였다. 직장마저 군대를 닮아가는 현상이다.부모들은 그래서 걱정을 놓을 날이 없다. 아이들이 군대에서 ‘무사히’ 제대했다 싶었는데, 직장에서도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퇴근하고 귀가하면 뺨에 혹시 손자국이라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판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했던 게 몇 달 전이었다.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

2014-08-19 14:01 이정선 기자

[기자수첩] 가장 수명 짧은 돈

우리나라의 화폐는 수명이 짧다고들 한다. 돈을 험하게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빠듯한 살림에 돈을 잘게 쪼개서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돈의 수명이 길어질 재간이 없다는 우스개다. 그런데 돈의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5만원짜리 고액권이 그렇다. 돈은 유통되어야 돈인데, 5만원짜리 돈은 찍어내기 무섭게 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5만원짜리 돈은 벌써 43조원 넘게 풀렸다는 소식이다. 국민 1인당 17.88장꼴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국민은 그 5만원짜리 돈을 좀처럼 만져보기 힘든 것이다.그 많은 5만원짜리 돈이 어디로 갔나 싶었더니, 엉뚱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김 엄마’ 15억원, 어떤 국회의원 1억6000만원 등 죄다 ‘뭉칫돈’이었다. ‘띠지’도 풀지 않은 돈이었다. 언젠가는, 어떤 사람이 ‘한우선물세트’에서 얼음주머니 한 개를 빼내고 그곳에 비닐로 싼 5만원짜리 돈 100장을 넣어 ‘전직 국회의원’에게 ‘택배’로 보낸 적도 있었다. 당초 한국은행은 5만원짜리 돈의 발행을 강행하면서 ‘국민 편리’를 강조했었다. 1만원짜리 돈이 발행된 1973년 이후 국민 1인당 소득은 100배 넘게 늘었고, 물가도 13배나 치솟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1만원짜리를 쓰고 있어서 불편하다는 논리였다. 5만원짜리 돈을 찍으면 연간 2800억원에 이르는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발행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도 빠뜨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국민은 5만원짜리 돈 덕분에 ‘편리’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5만원짜리는커녕, ‘푼돈’마저 여전히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이정선 기자

2014-08-14 08:38 이정선 기자

[기자수첩] 살리면서 죽이는 정책?

한 시민이 담배를 들고 있다.(연합)노무현 정부 때 담뱃값을 올리자마자 나타난 현상이 있었다.서민들이 ‘싸구려 담배’를 찾은 것이다. 당시 ‘에쎄’ 등 비싼 담배의 판매 비중이 뚝 떨어진 반면, 싼 담배의 판매가 늘어났었다. 주머니사정 때문이었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려고 할 때마다 내놓는 명분 가운데 하나는 ‘국민 건강’이다. 담뱃값을 올려야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골초들은 담배를 끊거나 줄이지 못했다. 별 수 없이 값싸고 독한 담배를 선택하고 있었다. 질 낮은 담배가 건강에 유리할 재간은 없었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싸다는 논리도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그 싸다는 담뱃값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하루 1만 원의 용돈을 쓰는 서민이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산다고 하면, 용돈의 25%를 지출하는 게 된다. 소위 ‘가진 자’에게는 ‘그까짓 돈’이겠지만, 서민들에게는 제법 껄끄러운 돈일 수도 있다. 몇 해 전, 이영수 항공대 교수의 ‘담배가격 인상 부작용 대처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흡연자 1034명 가운데 71%가 “지금도 담뱃값이 비싸다”고 응답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 ‘물가연동제’ 추진이다.지금 정부는 국민에게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휴가를 하루 더 가면 관광비용 지출이 1조4000억 원 늘어난다는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소비를 해야 내수가 좋아지고 경기도 따라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담뱃값이 오르면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은 그만큼 다른 지출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소비는 상대적으로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는 경기를 살린다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죽이는 정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담뱃값만 따져 봐도 이렇다. /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

2014-08-12 09:23 이정선 기자

[기자수첩] 배당 정책, 일자리 정책

증권시장에서 이른바 ‘최경환 효과’라는 게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배당률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두드러지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배당 압박’ 때문에 배당을 늘리면, 기업은 ‘사내유보’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사내유보의 감소는 투자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익성이 나빠지면 배당도 많이 할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멀게 보면 주가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대충 다음과 같은 등식이 될 것이다. “배당 압박→배당금 과다 지출→사내 유보 감소→투자 위축 및 수익성 악화→배당률 하락→주가 하락→투자자 피해” 물론, 기업들이 배당금을 많이 풀어서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그 덕분에 경기가 좋아진다면 다행일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된다면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구조를 보면, 그게 쉽지 않다. 극심한 주식의 ‘편중현상’ 때문이다.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증시는 전체 주식 인구의 1%가 시가총액의 81.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지나친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1000만원 미만을 투자하고 있는 소액투자자 숫자가 302만7000명에 달했지만,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시가총액의 1.1%에 불과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기업들이 마지못해서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그 배당금은 결국 ‘1%의 차지’가 될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배당금이 가계 소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잘못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무리한 배당 압박은 ‘일자리’를 저해할 가능성도 높다. 배당금 지출이 늘어나서 투자가 위축되면 기업들은 직원을 늘릴 필요가 그만큼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를 꺼리는 기업에게는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고용률 70%’도 물 건너갈 것이다.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마저 4.1%에서 3.7%로 낮춰 잡은 상황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는데 가계 소득이 개선될 재간은 없다. 배당정책은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 /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

2014-08-06 08:56 이정선 기자

[기자수첩] 노인은 ‘올드슈머’인가?

과거 김대중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밀어붙이면서 강조한 말은 내수시장 살리기였다. 일주일에 5일만 일하고 나머지 2일은 소비를 해야 내수시장이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돈 없는 국민은 오히려 ‘방콕’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가장 먼저 앓는 소리를 쏟아낸 것은 ‘빈 택시’였다. 노무현 정부는 ‘가진 자’에게 소비를 하라고 했다. 골프장 수백 개를 만들면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로 골프 관광을 가는 내국인도 유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소비를 하면 내수시장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되지 않아 남아도는 공단에는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래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울상이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국내 여행을 하루씩만 더 가면, 수요가 2조5000억 원 늘어나고 일자리도 5만 개나 창출된다며 휴가를 권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휴가보다 ‘일자리’가 급했다.이렇게 소비에 쫓긴 탓인지, 몇 해 전에는 다소 이해하기 까다로운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늘어난 여성 취업자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는 자료였다. 그 새로운 여성 소비계층에게 ‘블루슈머’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있었다.그렇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비교적 많은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남편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아이들은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바람에 허드렛일이라도 찾아 나선 여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여성 취업자에게도 소비를 기대하며 ‘블루슈머’ 운운하고 있었다.닮은꼴인 ‘소비 타령’이 박근혜 정부에서 또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노인’이 그 대상이다. 노인들이 받은 기초연금을 ‘소비’하는 데 쓸 것이라는 기대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기초연금까지 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을 타는 노인은 이제부터 ‘올드슈머’다. 해답 찾기 껄끄러운 대한민국의 ‘소비 대책’이 아닐 수 없다./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

2014-08-04 11:35 이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