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은 ‘올드슈머’인가?

이정선 기자
입력일 2014-08-04 11:35 수정일 2014-08-29 10:58 발행일 2014-08-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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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김대중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밀어붙이면서 강조한 말은 내수시장 살리기였다. 일주일에 5일만 일하고 나머지 2일은 소비를 해야 내수시장이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돈 없는 국민은 오히려 ‘방콕’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가장 먼저 앓는 소리를 쏟아낸 것은 ‘빈 택시’였다.

노무현 정부는 ‘가진 자’에게 소비를 하라고 했다. 골프장 수백 개를 만들면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로 골프 관광을 가는 내국인도 유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소비를 하면 내수시장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되지 않아 남아도는 공단에는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래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울상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국내 여행을 하루씩만 더 가면, 수요가 2조5000억 원 늘어나고 일자리도 5만 개나 창출된다며 휴가를 권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휴가보다 ‘일자리’가 급했다.

이렇게 소비에 쫓긴 탓인지, 몇 해 전에는 다소 이해하기 까다로운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늘어난 여성 취업자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는 자료였다. 그 새로운 여성 소비계층에게 ‘블루슈머’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비교적 많은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남편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아이들은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바람에 허드렛일이라도 찾아 나선 여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여성 취업자에게도 소비를 기대하며 ‘블루슈머’ 운운하고 있었다.

닮은꼴인 ‘소비 타령’이 박근혜 정부에서 또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노인’이 그 대상이다. 노인들이 받은 기초연금을 ‘소비’하는 데 쓸 것이라는 기대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기초연금까지 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을 타는 노인은 이제부터 ‘올드슈머’다. 해답 찾기 껄끄러운 대한민국의 ‘소비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이정선 기자 js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