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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이버戰, ‘다모클레스의 칼’ 기억해야

기원 전 4세기, 시칠리아의 왕 디오니시오스는 자신에게 아첨하던 다모클레스에게 왕좌에 앉아보라 권한다. 왕의 의자에 앉은 다모클레스의 머리 위로는 한 올의 실에 매달린 칼이 그를 겨누고 있었다. 왕으로 누리는 호사가 일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경고를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이른바 ‘다모클레스의 칼’이다. 이는 주변에 도사리는 위협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북한에 대처해야 하는 것은 핵위협뿐 아니다. 사이버 세계에서도 공격의 전조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에 대비해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사이버 공격 관련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민·관 공조와 협력을 당부했다.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발생해 왔다. 대표적인 것은 라자루스(Lazarus) 그룹이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공격해 9400만 달러(약 905억원)를 훔쳤으며, 북한 체제를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소니픽처스를 해킹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는 북한의 해커가 일반 시민들의 돈을 노린 사건도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ATM 63대를 해킹한 이들은 결제계좌 잔액·비밀번호 등 23만 건의 개인정보를 빼내 국내외에 유통했다.전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은 테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보안업체 시만텍의 ‘2017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의 양상은 의료, 에너지 등 금전적 목적의 산업스파이에서 점차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국가 사이버 시스템 파괴로 변화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을 단순한 ‘절도’ 행위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웹서비스,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IT 퍼스트’ 전략을 펼치는 국내 산업과, 이처럼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다모클레스의 칼’을 기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해린 산업부 기자 lee@viva100.com

2017-09-10 15:14 이해린 기자

[기자수첩] 생필품 불안시대…안전은 옵션이 아니다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가성비’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뜻하는 이 단어가 소비 전반에 걸쳐 공식화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성비가 곧 저렴한 가격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에 따라 품질이나 서비스에 차이를 있을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즉 가성비는 소비자가 품질과 가격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 셈이다.그런데 최근 살충제 계란이나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에서는 가성비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한 이유다. 일부 농장을 제외하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으며, 가격이 저가 제품보다 세 배 가량 비싼 생리대에서도 화학물질이 검출됐다.안전은 가성비와 같은 옵션이 아니다.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를 위협당한 소비자에게 ‘비싸고 좀 더 건강한 제품을 선택하지 그랬냐’는 식의 논리는 가당치 않다.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이미 불신에 찬 소비자들은 판단 기준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한 식약처의 안전 불감증은 도를 넘었다. 당장 생리대 사태 이후 설문조사 항목에 성별이나 연령을 구분해 놓은 것만 봐도 급한 불만 끄려는 식의 대응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잇달아 터진 생필품 안전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

2017-09-07 15:18 박효주 기자

[기자수첩] 언제까지 '금융 홀대론'인가

최재영 금융부 기자요즘 금융가의 화두는 ‘금융 홀대론’이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 4개월 동안 각종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금융권은 소외돼 있어 ‘찬밥’ 신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홀대론을 보여주는 장면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금융권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시계가 여전히 멈춰 있고, 금융경력이 전무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도 들린다.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서도 현 정부의 금융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방미 수행단에 금융계 인사가 제외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금융권에서는 “새정부에서 금융은 산업차원에서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각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라며 홀대론을 부정하고 나섰지만 정부 정책만 놓고 보면 해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의 금융정책은 일자리, 가계부채, 수수료, 빚 탕감 등 서민 지원에만 중점을 뒀을 뿐 금융산업 육성에 관한 것은 전무하다. 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금융산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금융이 우리 경제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서민이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을 단순히 경제나 정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금융 홀대론의 배경이기도 하다.최근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금융사들도 핀테크, 사물인터넷 등 최첨단으로 무장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전에 정부가 하루 빨리 금융산업 육성책을 내놓아야 한다.최재영 금융부 기자 sometimes@viva100.com

2017-09-06 15:05 최재영 기자

[기자수첩] 수요예측 무시한 '꼬마전철' 우이신설선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이용자 수가 예상보다 많으면 예비 차량을 추가 투입하면 됩니다.” 지난 2일 개통한 서울 시내 최초의 경전철 노선인 우이신설선이 출퇴근시간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동대문구 신설동역에서 강북구 북한산 우이역까지 13개 정거장을 운행하는 우이신설선의 전동차는 2량에 불과하다. 이런 ‘꼬마 열차’로 강북·성북구 출퇴근 시민과 덕성여대 등을 다니는 통학생 여기에 북한산에 오르는 등산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실제 지난달 28일 취재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승 설명회에서 100여 명이 한꺼번에 탑승하자 전동차 내부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혼잡해졌다. 2량이 1세트로 편성된 우이신설선은 1세트당 17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에 시 측은 “여러 번의 예측 조사에서 이용객을 감당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예비 열차 2편성을 투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가 편성에 따라 배차 간격이 단축될 수 있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원래 2분 30초였다가 3분으로 늘렸기 때문에 다시 간격을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인천 지하철 2호선에서 유모차와 부모가 분리된 사고가 일어나자, 우이신설 경전철의 배차 간격은 안전을 이유로 2분30초에서 3분으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당초 7월로 예정됐던 개통도 두 달 정도 늦춰졌다. 배차 간격을 다시 좁힌다면 “뭐 하러 지연 개통 했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추가 투입하는 열차의 수요 분산 효과도 미지수다.일정부분 ‘적자철’에 대한 서울시의 우려가 낳은 ‘꼬마전철’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교통 정책수립은 수 십 년 후를 내다보는 수요·안전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기본이 무시된 것 같아 씁쓸하다.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newtie@viva100.com

2017-09-04 17:01 신태현 기자

[기자수첩] '제3 인터넷은행' 시기상조

김진호 금융부 기자“은행이 치킨집이나 피시방도 아니고…”금융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시화 과정을 지켜본 한 금융당국자의 말이다. 최근 만난 이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지난 몇 개월간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은행’으로서 입지는 공고하지 못하다”며 안타까워했다.올해 금융권 최고 화두는 누가 뭐라고해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은행의 출현일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의 흥행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의 특성상 100%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에 고객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케이뱅크는 출범 두 달 만에 대표 대출상품을 일시중단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카카오뱅크는 일평균 10만 계좌 개설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런 ‘돌풍’에 힘입어 3번째 인터넷은행 출현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당국이 연내 인가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등의 세부내용도 제기되고 있다.하지만 앞서 출범한 두 은행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제3인터넷은행 출범은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두 은행 모두 아직 예·대출을 제외한 뚜렷한 사업모델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건전성을 알아볼 수 있는 연체율 등은 최소 1년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은산분리 규제’로 인한 자본금 문제가 늘 지목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제3인터넷은행 출범은 업계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출범한 두 은행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추진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김진호 금융부 기자 elma@viva100.com

2017-09-03 16:06 김진호 기자

[기자수첩] 금호타이어 매각의 네가지 치명상

박종준 산업부 기자최근 산업계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뜨거운 감자’다. 일단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해외 자본에 국부를 헐값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 삼아 매각가를 기존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550억원(16.2%) 깎아달라고 요구해 업계의 우려를 심화시켰다. 무엇보다 검증이 덜 된 해외 자본에 저렴한 가격으로 매각될 경우, 매각 주체는 헐값 매각의 유탄을 맞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 과정에서 ‘먹튀’니 ‘철수설’이니 하는 등의 논란을 통해 지불한 수업료와 학습효과에서도 어렵지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마구잡이식으로 해외 자본에 우리의 혈세 등이 투입된 기업을 헐값에 넘기는 것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자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는다.물론 큰 틀에서 보면 기업 인수합병(MA)은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계약 자유의 원칙, 즉 ‘사적자치’가 허용될 사안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국부 유출 △국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기술 유출 가능성 △안보 문제까지 동반된 MA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금호타이어 같은 방위산업체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우리 타이어 생산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경우 국내 업체의 경쟁력까지 좀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다.더욱이 금호타이어 매각은 일개 타이어 업체의 유동성 확보나 부실기업 정리 차원의 MA가 아니라 고용 등 산업정책과도 연동돼 있다. 따라서 헐값 매각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이에 채권단과 정부는 이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금호타이어 매각을 신중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박종준 산업부 기자 jjp@viva100.com

2017-08-31 14:28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프랜차이즈 혁신위, 乙 빠진 그들만의 혁신

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지난 10일 가맹본부의 자정방안 마련을 위한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범 3주차를 맞은 혁신위원회는 이미 한 차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혁신위원회는 10월까지 자정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대표가 바로 이해당사자들이다. 그러나 혁신위는 이해당사자를 혁신위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최영홍 혁신위원장은 “가맹점주를 혁신위원에 위촉하려 했으나 이들이 거부했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가맹점주협의회측이 혁신위원 위촉을 제안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 혁신위원장은 또 “가맹점이 참여하지 않아 형평성상 가맹본부도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최 혁신위원장의 설명만 놓고 보면 혁신위원에서 갑과 을이 빠진 원인이 참여를 거절한 가맹점주들에게 있는 것처럼 들린다. 혁신위원 선정 기자간담회 후 언론에서는 ‘반쪽 위원회’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맹점주들도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그러나 혁신위원회는 언론과 가맹점주들의 지적에도 기존 혁신위원만으로 첫 회의를 강행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간의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혁신위원회 역시 ‘소통’과 ‘상생’의 중요성을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주변의 비판을 받아들이기보다 서둘러 첫 회의를 열고 위원회 활동 시작에 급급한 혁신위의 모습은 소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 yhh1209@viva100.com

2017-08-30 14:27 유현희 기자

[기자수첩] '실수요자 보호' 외면한 부동산 대책

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새 아파트로 입지도 괜찮고 분양가도 만족스러운데 금융부담이 커진데다 대출규제도 있어 고민입니다…”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시내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수요자의 한숨 섞인 말이다.역대 최고강도 규제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8·2 대책은 지난 6월 발표된 6·19 대책의 후속조치다. 정부는 당시 대책 발표 후 효과가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역대급’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8·2 대책은 세부적인 지침 없이 급하게 발표하다 보니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택을 구매하는 데 중요한 수단인 대출이 어려워 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게다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 발표 즉시 시행되면서 주택 거래를 하던 실수요자들은 대책에 따라 바뀌는 대출 규제 등이 본인에게 적용되는 것인지 조차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대책 발표 후 실수요자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 부랴 5일 뒤 무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규제 소급적용을 배제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6일 후에는 대출규제 완화 기준을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100일간 두 차례 발표된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 핵심은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이 투기 방지와 저소득층 주거 복지 부문에 집중되면서 정작 서민과 실수요자 곤혹을 치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소통의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설익은 부동산 대책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한다. 다음 달 정부는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국가 정책은 이해 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한 명분과 논의가 있을 때 추진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세밀한 부동산 대책을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gaed@viva100.com

2017-08-28 14:40 김동현 기자

[기자수첩] 온라인 생명보험의 새로운 과제

금융증권부 정다혜 기자초기 부진을 벗어나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 생명보험시장은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과거 생명보험사들은 판매채널 다양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 등 시대적 흐름에 따라 온라인 생보시장에 잇달아 뛰어들었다.론칭 초기의 판매건수를 생각하면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인 생명보험 상품의 특성상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생보사들은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온라인 채널에 투자한 것이 지금의 좋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상품의 경우, 과거 암·정기보험 등 구조가 단순한 보장성 보험 위주에서 최근에는 연금저축·변액보험 등 저축성 보험과 변액보험까지 확대되는 등 상품의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온라인 보험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가입 수요가 늘어난 것도 또 하나의 시장활성화 요인이다.온라인 보험은 대면채널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소비자가 직접 보장내역과 보험료 계산을 해야 한다. 또 온라인 보험상품은 채널 특성상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어 종합적인 보장설계 필요한 상품은 출시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이러한 한계점을 딛고 온라인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보험 가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다.이를 위해서는 온라인보험 가입률이 높은 2030은 물론 4050세대까지 타깃을 확대해 마케팅 믹스전략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대면채널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 및 확대가 요구된다.정다혜 금융증권부 기자  apple@viva100.com

2017-08-27 15:20 정다혜 기자

[기자수첩] 이상한 계란값 인하…소비자 신뢰는 뒷전인가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오를 땐 거침없더니 내릴 땐 티도 안 난다. 지금 상황에서 돈 버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대형마트가 일제히 계란 가격을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 소비가 줄면서 산지가격은 열흘 만에 25%나 폭락했지만 정작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폭은 10% 내외에 그쳤기 때문이다.가격책정은 판매자의 권한이라지만 단순히 따져 봐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공급이 줄자 계란값이 순식간에 2배 수준으로 치솟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위기에 내몰린 농가들은 도매가격 폭락으로 시름하고 있는데, 오히려 상생을 외치는 유통사들은 국민적 불안감을 이용해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대형마트들이 보여준 태도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초 이마트는 23일 산지 가격 폭락에 따라 6980원에 판매하던 계란 한판 값을 6880원으로 10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도매가가 25% 떨어졌는데도 소매가격 인하 폭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아무리 들먹인다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셈법이다.이마트는 터무니없는 가격 인하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부랴부랴 인하 가격을 500원으로 재조정했다.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하 계획이 없다던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이마트가 총대를 메자 눈치를 보며 급하게 인하행렬에 동참했다. 롯데마트는 계란 한판 가격을 200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가, 비난 여론이 부담됐는지 불과 몇 시간 뒤 600원으로 수정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jun@viva100.com

2017-08-24 15:44 박준호 기자

[기자수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교훈

박종준 산업IT부 기자.옛날 중국 시골 마을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 농부에게는 황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소는 힘이 세고 잘 생겨서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게다가 이 소는 농부의 말도 척척 알아듣는 것은 물론 농사일 등을 할 때 주인의 명령이나 뜻을 거역하는 법이 없을 정도로 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농부에게도 딱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황소의 뿔 하나가 약간 삐뚤어져 있었는데 자신의 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농부에게 늘 아쉬움거리였다. 농부는 어느 날 소의 뿔을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농부는 소의 뿔을 바로 잡기 위해 밧줄로 묶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뿔을 소의 머리 중앙 쪽으로 바로 잡기 위해 너무 팽팽하게 동여맨 탓에 그만 뿔이 뽑히고 만 것이다. 황소는 그 순간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농부가 소의 뿔을 고치려고 한 이유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큰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고, 잘 생긴 소의 피를 바른 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으로 치면 일종의 ‘희생양’인 셈이다. 말 그대로 이 제사에 바쳐지는 소는 당대 최고의 소라고도 할 수 있다. 농부도 자신의 소가 제사에 바쳐져 ‘최고의 소’로 인정받기 위한 욕심에 이 같은 우를 범한 것으로 풀이 된다.느닷없이 옛날 고릿적 중국 우화를 꺼내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도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서 뇌물 등 정경유착의 적폐 증거가 확인됐다면 당연히 뿌리뽑아야 한다. 이는 법대로 처리돼야 할 문제다. 다만 러시아의 문호 고리키의 ‘여론이 항상 법률을 앞선다’는 지적처럼 최순실씨 등 일부 권력자들의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국민적 분노가 다른 영역으로 까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곤란하다. 산업계는 사법부가 현장의 우려에 귀 기울여주길 바라고 있다.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2017-08-24 13:44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한국거래소 선장 선출이 다급한 이유

유혜진 증권부 기자“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물이 빠져나간 뒤 배가 바닥에 닿아 있으면 아무리 기를 써도 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들어오면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 요즘 코스피를 보면 한국 증시에 물이 들어왔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박스권을 탈출한 코스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 세계 주요 증시 상승률을 비교해도 제일가는 수준이다. 내년에는 3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그런데 방향을 가리키고 앞장서 노 저을 선장이 한국거래소에는 사실상 없다. 전 정권 사람으로 알려진 정찬우 이사장이 그만두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이 중도 하차를 선언한 뒤 외부 관료와 내부 임원 등 5명 안팎의 인물이 차기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꼽힌다.거래소는 1956년 국내에 처음 증시를 개설한 뒤 우리 자본시장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일 평균 60조원의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이 거래되는 종합 자본시장으로 성장시켰다. 기업에 자금 조달 창구를, 투자자에게 자산 증식 기회를 주는 자본시장이야말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시장이라고 자평하고 있다.새로운 거래소 이사장을 선출하는 데 통상 두 달 걸렸다고 한다. 분초를 다투는 시황을 감안하면 지금 이사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코스피가 6년 만에 드디어 박스권을 뚫었다. 한국 증시가 다시 도약할 기회를 6년 만에 찾은 셈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항해를 진두지휘할 한국거래소 선장 ‘선출’이 다급한 이유다.유혜진 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7-08-23 15:18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반쪽짜리 '가계통신비 인하'···앞으로가 중요

선민규 산업부 기자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칼을 빼 들었지만 다소 무딘 칼날에 통신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이통 3사에 발송했다. 그동안 꿋꿋이 반대 의사를 피력해 온 이통 3사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린 결단이다. 다만 상향된 약정할인율이 신규 약정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과기정통부는 기존 가입자에게 상향된 요금할인율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로 ‘법적 근거 부족’을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약정할인율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15년 4월 기존 12%였던 약정할인율을 20%로 높였고, 당시 12% 요금할인을 받던 소비자들은 신청을 통해 20%로 높아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비춰볼 때 과기정통부는 약정할인 가입자 전체에게 상향된 할인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통 3사와의 협의가 필수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정부는 이통사를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시간이 촉박했고 반대도 거셌다는 변명을 댈 수도 있었지만, 이는 정부의 반쪽짜리 승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과기정통부는 변명 대신 “요금할인율 상향이 시행되는 다음 달 15일까지 통신사들과 추가 협의를 통해 기존 가입자들의 위약금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다짐을 덧붙였다. 이제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를 기대하는 국민의 시선은 정부가 얼마나 성실히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교묘하게 원하는 바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쏠리게 됐다.선민규 산업부 기자 sun@viva100.com

2017-08-21 15:37 선민규 기자

[기자수첩] 스크린 '주연 독과점'…관객은 지겹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송강호, 황정민, 조진웅, 김윤석, 하정우, 이병헌 등 이들은 모두 충무로를 대표하는 주연 배우들이다. 그런데 또 송강호, 황정민, 조진웅, 김윤석, 하정우, 이병헌 등이다. 거의 보통 일주일에 한편 이상 영화가 개봉하지만 출연 배우는 비슷하다. 다른 장르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배우가 한결같으니 새로운 맛이 떨어진다. 현재 ‘군함도’에 출연한 황정민은 2014년 ‘국제시장’ 이후 지금까지 여섯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조진웅, 이성민과 함께 출연한 ‘공작’도 올 하반기 관객을 만난다. 조진웅도 ‘해빙’, ‘보안관’, ‘사냥’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독전’(가제)에 캐스팅됐다. 이병헌과 김윤석은 9월 개봉하는 ‘남한산성’ 주연이다. 지난 6월 ‘하루’에 출연했던 김명민은 8월 ‘VIP’로 돌아오고 하정우는 하반기 개봉할 ‘신과함께’ 이후 ‘PMC’에도 출연을 확정했다.물론 새로운 얼굴의 배우가 등장은 한다. 하지만 관객과 만나는 과정이 어렵다. 스크린 독과점이란 지적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젠 자연스럽게 대형 영화들만 극장에 걸려있다. ‘택시운전사’ 아니면 ‘혹성탈출’ 그리고 ‘청년경찰’. 이게 현재 한국 영화관객 앞에 놓인 선택지다.문제의 근원은 역시 ‘돈’이다.흥행력이 검증된 배우가 작품 출연을 확정지어야 투자가 이뤄지며 본격적인 영화 제작이 진행된다. 이에 일부 제작자는 배우를 먼저 잡고 그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도 한다. 개봉일은 보통 제작사와 투자사에서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배우의 뜻과 상관없이 몇달 간격으로, 심지어는 동시다발로 영화가 개봉하기도 한다. 배우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전작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같은 배우의 새로운 척 애 쓰는 연기를 봐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배우를 자주 보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들이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질까 겁이 날 지경이다.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

2017-08-20 16:18 김동민 기자

[기자수첩] 심상찮은 '8·2 풍선효과' 대책 필요

장애리 사회부동산부 기자지난 2일 정부는 다주택자와 일부 투자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3일부터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등 고강도 규제대책으로 평가됐다. 대책 발표 2주가 지난 부동산 시장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일단 서울 아파트 값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75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 하락했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이라 양도소득세 중과에 민감한데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재당첨까지 금지하면서 거래가 얼어붙은 것으로 해석된다.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투자 열기는 어디로 갔을까. 서울, 세종 등 규제 지역에서 비규제 지역으로, 아파트에서 오피스텔, 토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3일 한 대형 건설사가 부산 서구에 분양한 아파트는 평균 청약경쟁률 258대 1로 올해 부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4일 1순위자 청약 신청을 받은 대전의 한 분양 단지는 평균 5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대전 청약시장의 평균경쟁률이 2.94대 1인 것을 고려하면 투기를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분석이 필요한 때”라고 충고한다. 규제망을 피한 청약 열기가 수도권과 오피스텔 등으로 번지며 한층 더 교묘해진 투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듯이 대책이 강할수록 부작용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장애리 사회부동산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17-08-17 15:14 장애리 기자

[기자수첩] 한수원 노조를 보며 떠올린 '자원외교'

산업부 최정우 기자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자원외교로 당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2009년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 자회사 ‘날’(Narl) 매각 과정에서 1조94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고, 한국가스공사도 이라크의 4개 가스전 사업에서 최소 3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10월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해외자원개발 이자비용은 각 사업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5조2300억원에 달한다. 당시 공기업 3사가 해외자원 개발에 25조4000억원을 투자해 5조6152억원을 회수한 점을 고려하면 회수 금액 대부분이 이자비용인 셈이다. 애초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이라 이자부담이 예상됐지만 정부 정책에 반하기 어려운 공기업으로선 ‘울며 겨자먹기’식 투자였을 것이다.이후 공기업 수익성도 점점 악화돼 석유공사는 최근 6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그 합계액만도 9조원에 이른다. 광물자원공사는 2015년 2조원의 손실과 2016년 1조원 손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이들 공기업은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총 33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으며, 금융비용과 의무 추가 투자 등의 부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최근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에 착수했다. 이에 반기를 꺼내든 공기업이 있다. 정확히는 공기업의 노동조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원들은 공론화 기간 중 신고리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 뿐 아니라 신고리 공론화에 들어간 정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고리 건설 중단 시 ‘한수원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2017년 8월, 한수원 노조의 행보를 지켜보며 2009년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최정우 산업부 기자  windows85@viva100.com

2017-08-16 15:54 최정우 기자

[기자수첩] 서울시 '디자인 조례'에 거는 기대

최수진 사회부동산부 기자‘스피드 카메라 복권’이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스웨덴 도로교통부가 공동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규정속도를 지킨 운전자에게는 보상으로 복권을 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간단한 보상만으로 운전자가 스스로 속도를 낮추도록 유도해 평균 속도를 32㎞/h에서 25㎞/h로 떨어뜨렸다.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 효과’(부드럽게 개입해 선택을 유도하는 것)의 좋은 예다. 넛지 효과의 특징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비강제적인 방식을 쓰는 데 있다. 넛지 효과는 디자인을 통해 많은 곳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옐로카펫’이 대표적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처음으로 고안한 옐로카펫은 횡단보도 앞 신호대기 공간에 노란색 안전공간을 설치해 아동들이 자연스럽게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하고, 운전자들의 시인성을 확보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횡단보도 공간의 시인성이 34%에서 95%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속도를 제한하는 규제 만큼이나 교통 안전 예방 효과가 탁월했다.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의 ‘디자인 조례안’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학교폭력을 비롯한 치매·고령화 문제 등 각종 사회적 현안을 법 등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부드럽게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다른 지자체에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 조례가 있었지만, 범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전반을 포괄하는 조례는 서울시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례는 시민이 직접 디자인 사업을 제안하고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넛지 효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때론 엄중한 규제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최수진 사회부동산부 기자 choisj@viva100.com

2017-08-13 16:56 최수진 기자

[기자수첩] '공론화' 없는 공론화위원회

안준호 정책팀 기자지난달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두고 말 들이 많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발목잡기 비판’이라는 지적도 많지만 일리 있는 비판도 있다. 공론화 기간이 짧고 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개최한 탈원전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서강대학교 윤성복 박사는 “출범 3주가 지난 시점에선 이해당사자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어야 한다. 즉각 위원회 내에 이해 당사자 대표단을 구성하고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원전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관련 정책결정 과정에는 항상 갈등이라는 ‘암초’가 나타난다. 효율성과 친환경성, 사고 위험성이 뒤섞여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이다. 해외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주민 충돌 등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의를 거쳐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시도를 환영하는 이유다.문제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올바른 토의과정은 무엇인지,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 지 사전협의가 선행됐어야 옳다. 역설적이지만, 공론화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공론화 과정에 대한 공론화’ 논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현재 공론화위원회 작동 방식을 보면 그런 준비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3개월 시한인 위원회가 아직 본격 협의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그렇다.9일 토론회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축사에서 “공론화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대가 이뤄지려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안준호 정책팀 기자 MTG100@viva100.com

2017-08-10 15:49 안준호 기자

[기자수첩] 셀트리온 이전이 코스닥에 주는 교훈

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그동안 셀트리온은 수년간 공매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공매도와 악연을 끊기 위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임시 주총을 회사에 건의한다.” 터질 것이 터졌다. 코스닥 시장 시총 1위 셀트리온은 그동안 공매도로 주가 상승폭이 제한돼 왔다. 공매도의 피해만 받아온 개인 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낸 것이다.셀트리온 입장에서도 코스피 이전 상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총 규모나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 면에서 시장 매력도는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월등히 높다.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도 모집할 수 있게 된다.지난달 10일 이전 상장한 카카오도 코스피 이전 상장 후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며 순항 중이다. 코스닥 협회와 거래소 코스닥본부의 반대는 있었지만 카카오 입장에서는 코스피 이전 상장이 훨씬 이득이었다.급한 건 코스닥 시장이다.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처럼 신기업·기술주 중심의 차별화된 시장을 꿈꿨지만 실상은 그저 코스피로 가기 위한 디딤돌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우량 기업들의 연쇄적인 이동에 양질의 자금도 코스닥 시장을 외면할 가능성이 커졌다.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간접 투자상품이나 지수 개발 등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며 “코스닥 기업의 국내외 IR이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 기술형 우량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잡아두기 위한 유인책을 고심 중인 것이다.만시지탄이지만 코스닥 시장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유인책이 필요하다. 상장 후 양질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세제 혜택 등 상장 시 유인책은 충분한 만큼 이제는 코스닥 시장에 눌러 앉게 할 미끼가 필요한 때다.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 aidenha@viva100.com

2017-08-09 16:26 하종민 기자

[기자수첩] 韓부품업체, 애플 의존도 줄여나가야

김지희 산업부 기자‘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스스로를 첫 번째 황제라는 의미에서 ‘시(始)황제’로 칭했던 진시황의 진나라가 15년만에 무너진 데서 유래된 말로,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라도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지난해부터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뒤에는 권불십년이라는 표현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아이폰의 출시 10주년을 꼭 1년 앞두고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도 이어지며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지난 주 애플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꼬리표를 떼버리며 스스로 ‘권불십년’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였다.애플발 훈풍은 ‘거품 논란’에 시름하던 미국 IT업계를 넘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까지 불었다. 애플에 각종 소재, 부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이노텍과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 실적에 부품업계가 들썩였다는 말은 애플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당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전체 매출의 40%를 애플에 의존하는 곳도 있다.물론 애플이 IT업계 대장 격인 탓에 이 같은 의존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애플과의 부품 공급계약 혹은 물량 이탈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는 물론 전체 매출이 널뛰기하는 모습도 정상적이라 볼 수는 없다. 여기에 아이폰의 인기가 이전만 못한 상황에서 애플이 진시황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확신하기도 어렵다.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대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돼왔다. 이제는 애플 실적에 함께 안도하기보다는 애플의 ‘권불십년’이 도래하더라도 끄떡없는 고객 구조를 준비해야 할 때다.김지희 산업부 기자  jen@viva100.com

2017-08-07 15:48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