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요예측 무시한 '꼬마전철' 우이신설선

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7-09-04 17:01 수정일 2017-09-04 17:02 발행일 2017-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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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이용자 수가 예상보다 많으면 예비 차량을 추가 투입하면 됩니다.” 

지난 2일 개통한 서울 시내 최초의 경전철 노선인 우이신설선이 출퇴근시간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동대문구 신설동역에서 강북구 북한산 우이역까지 13개 정거장을 운행하는 우이신설선의 전동차는 2량에 불과하다. 이런 ‘꼬마 열차’로 강북·성북구 출퇴근 시민과 덕성여대 등을 다니는 통학생 여기에 북한산에 오르는 등산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28일 취재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승 설명회에서 100여 명이 한꺼번에 탑승하자 전동차 내부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혼잡해졌다. 2량이 1세트로 편성된 우이신설선은 1세트당 17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에 시 측은 “여러 번의 예측 조사에서 이용객을 감당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예비 열차 2편성을 투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가 편성에 따라 배차 간격이 단축될 수 있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원래 2분 30초였다가 3분으로 늘렸기 때문에 다시 간격을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인천 지하철 2호선에서 유모차와 부모가 분리된 사고가 일어나자, 우이신설 경전철의 배차 간격은 안전을 이유로 2분30초에서 3분으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당초 7월로 예정됐던 개통도 두 달 정도 늦춰졌다. 배차 간격을 다시 좁힌다면 “뭐 하러 지연 개통 했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추가 투입하는 열차의 수요 분산 효과도 미지수다.

일정부분 ‘적자철’에 대한 서울시의 우려가 낳은 ‘꼬마전철’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교통 정책수립은 수 십 년 후를 내다보는 수요·안전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기본이 무시된 것 같아 씁쓸하다.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