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교훈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7-08-24 13:44 수정일 2017-08-24 15:42 발행일 2017-08-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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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IT부 기자.

옛날 중국 시골 마을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 농부에게는 황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소는 힘이 세고 잘 생겨서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게다가 이 소는 농부의 말도 척척 알아듣는 것은 물론 농사일 등을 할 때 주인의 명령이나 뜻을 거역하는 법이 없을 정도로 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농부에게도 딱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황소의 뿔 하나가 약간 삐뚤어져 있었는데 자신의 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농부에게 늘 아쉬움거리였다. 농부는 어느 날 소의 뿔을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농부는 소의 뿔을 바로 잡기 위해 밧줄로 묶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뿔을 소의 머리 중앙 쪽으로 바로 잡기 위해 너무 팽팽하게 동여맨 탓에 그만 뿔이 뽑히고 만 것이다. 황소는 그 순간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농부가 소의 뿔을 고치려고 한 이유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큰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고, 잘 생긴 소의 피를 바른 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으로 치면 일종의 ‘희생양’인 셈이다. 말 그대로 이 제사에 바쳐지는 소는 당대 최고의 소라고도 할 수 있다. 농부도 자신의 소가 제사에 바쳐져 ‘최고의 소’로 인정받기 위한 욕심에 이 같은 우를 범한 것으로 풀이 된다.

느닷없이 옛날 고릿적 중국 우화를 꺼내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도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서 뇌물 등 정경유착의 적폐 증거가 확인됐다면 당연히 뿌리뽑아야 한다. 이는 법대로 처리돼야 할 문제다. 다만 러시아의 문호 고리키의 ‘여론이 항상 법률을 앞선다’는 지적처럼 최순실씨 등 일부 권력자들의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국민적 분노가 다른 영역으로 까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곤란하다. 산업계는 사법부가 현장의 우려에 귀 기울여주길 바라고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