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필품 불안시대…안전은 옵션이 아니다

박효주 기자
입력일 2017-09-07 15:18 수정일 2017-09-07 15:19 발행일 2017-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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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가성비’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뜻하는 이 단어가 소비 전반에 걸쳐 공식화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성비가 곧 저렴한 가격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에 따라 품질이나 서비스에 차이를 있을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즉 가성비는 소비자가 품질과 가격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살충제 계란이나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에서는 가성비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한 이유다. 일부 농장을 제외하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으며, 가격이 저가 제품보다 세 배 가량 비싼 생리대에서도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안전은 가성비와 같은 옵션이 아니다.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를 위협당한 소비자에게 ‘비싸고 좀 더 건강한 제품을 선택하지 그랬냐’는 식의 논리는 가당치 않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이미 불신에 찬 소비자들은 판단 기준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한 식약처의 안전 불감증은 도를 넘었다. 당장 생리대 사태 이후 설문조사 항목에 성별이나 연령을 구분해 놓은 것만 봐도 급한 불만 끄려는 식의 대응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잇달아 터진 생필품 안전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