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부품업체, 애플 의존도 줄여나가야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8-07 15:48 수정일 2017-08-07 15:50 발행일 2017-08-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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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오피니언기자수첩
김지희 산업부 기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스스로를 첫 번째 황제라는 의미에서 ‘시(始)황제’로 칭했던 진시황의 진나라가 15년만에 무너진 데서 유래된 말로,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라도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뒤에는 권불십년이라는 표현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아이폰의 출시 10주년을 꼭 1년 앞두고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도 이어지며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지난 주 애플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꼬리표를 떼버리며 스스로 ‘권불십년’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였다.

애플발 훈풍은 ‘거품 논란’에 시름하던 미국 IT업계를 넘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까지 불었다. 애플에 각종 소재, 부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이노텍과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 실적에 부품업계가 들썩였다는 말은 애플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당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전체 매출의 40%를 애플에 의존하는 곳도 있다.

물론 애플이 IT업계 대장 격인 탓에 이 같은 의존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애플과의 부품 공급계약 혹은 물량 이탈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는 물론 전체 매출이 널뛰기하는 모습도 정상적이라 볼 수는 없다. 여기에 아이폰의 인기가 이전만 못한 상황에서 애플이 진시황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확신하기도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대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돼왔다. 이제는 애플 실적에 함께 안도하기보다는 애플의 ‘권불십년’이 도래하더라도 끄떡없는 고객 구조를 준비해야 할 때다.

김지희 산업부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