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아직 우리는 그들의 '당연한' 행보가 불편하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칸영화제에 진출하게 됐는데 참석은 당연한 일!”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다. 앞서 칸영화제는 홍 감독의 영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를 공식 초청했다. 특히 ‘그 후’는 황금종려상을 놓고 벌이는 경쟁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그 의미가 남다르다. 칸영화제는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행사다. 이곳에 작품이 초청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니 참석은 제작사 표현대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불륜의 아이콘이 된 홍 감독과 김민희라면 당연한 일이 영화팬들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온다.국내 영화 관객이 가지는 불편함의 근원은 불륜으로 추락하는 둘의 개인사와 그럴수록 올라가는 영화의 작품성에 있다. 한국에선 손가락질 받는 두 사람이지만 해외에 나가면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둘을 우러러본다. 비슷한 이유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란 경사스러운 일에도 티를 내며 좋아할 수가 없게 됐다. 마냥 응원하자니 그들과의 기 싸움에서 지는 기분이다. 얼마 전 김민희가 홍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다. 그리고 조금 뒤 해당 작품이 국내 관객을 만났다. 여배우와 유부남 감독의 사랑을 담은 영화는 누가 봐도 본인들의 이야기였다. 작품 속에서 사랑에 아파하는 김민희를 보며 ‘불륜이 죽을 죄도 아닌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했나’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올랐다.영화 관계자 사이에선 조심스럽게 홍 감독의 수상을 점치고 있다. 특히 칸 현지에서는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클레어의 카메라’를 향한 관심이 높다. 홍 감독의 수상 소식이 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로서 마음속 패배의 마음을 가지고 영광스러운 수상 소식을 쓰지 않을까.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

2017-04-24 15:04 김동민 기자

[기자수첩] '집단대출 장벽' 앞 서민들의 절망

장애리 사회부동산부 기자“10년 간 맞벌이하며 살았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아 분양받고 대출받아 내 집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평범한 직장인이 대출 없이 어떻게 수도권 아파트를 구매하나요.” “대출받아 좀 더 좋은 집 살아보려고 분양받았는데 갑자기 막아버리고 나몰라라..”정부와 금융권의 포털에 노출된 부동산 대출 규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정부는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작년 하반기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금융회사들은 개인별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아파트 분양에 필요한 집단대출에 고금리를 적용하거나 대출을 중단했다.문제는 서민층, 실수요자들 중심의 일반 주거 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내 집을 보유하고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생활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저금리의 집단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려 시중은행 집단대출 금리는 최근 1년 새 0.25%포인트 올랐다.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건전성관리는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중심이 아닌 전체적인 가계신용과 비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주택 대출이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늘어난 대출(246조5000억원) 중 59%는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대출이다.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당장 관리가 쉬운 부동산 대출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순히 대출을 규제하고 은행 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서민들만 고금리 절벽으로 내몰 수 있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17-04-23 16:57 장애리 기자

[기사수첩] 가계부채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정부

최재영 금융부 기자한 환자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의사로부터 ‘피부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자신이 왜 피부병에 걸렸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의사에게 약을 먹게 처방전을 달라고 했다. 어찌된 일인지 의사는 처방전을 주지 않았다.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당부만 했다. 의사는 환자가 떠난 후 다른 병원에도 알려 피부병 주의보를 내렸다.가상으로 설정한 이 황당한 상황은 지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비슷하다. 환자가 어떤 환경에서 질병에 걸렸는지 파악하지 않고 처방전도 주지 않는 이 모습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금융당국의 모습과도 흡사하다.정부는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총량규제’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중은행과 2금융권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을 옥죈 것이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해 사실상 은행에서 돈 빌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이런 대책에는 “왜 돈이 필요한가”라는 현실적 환경은 고려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금융기관의 힘 없이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자녀 교육비, 뛰는 생활물가 등을 감안하면 현재 월급으로는 생활비 충당도 버겁다. 가계가 지갑을 닫아 내수침체에 빠진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갚을 수 있는 돈 빌려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서민층을 위한 정책자금을 늘려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한국경제의 중심축인 ‘중산층’을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 지금 대책은 고소득층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더 대출을 옥죄려고 한다. 이대로는 중산층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돈을 빌려본 사람은 안다. 돈 빌리기가 얼마나 힘들고 처절한지.하루 빨리 세밀하고 정교한 방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최재영 금융부 기자 sometimes@viva100.com

2017-04-20 15:26 최재영 기자

[기자수첩] 증권업계 종사자마저 테마주 유혹에?

김소연 증권부 기자이번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역시 대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대선 테마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쉽게 볼 수 있다. 테마주로 거론되는 기업의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초단기 매매로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위험한 도박에 나서는 것이다.특히 증권업계 종사자마저 대선 테마주에 흔들린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테마주에 투자하는 주변 사람을 많이 봤다”면서 “‘나는 괜찮겠지’라는 심리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런데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를 보면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사유들이 엮여 테마주로 거론된다. 과거 A 후보가 그 기업의 변호사로 일했다든가 B후보의 지역구에 있는 기업이라는 등 그 후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마저 테마주로 분류돼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떠돌고 있다.심지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에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테마주로 거론되는 해당 종목을 분석하지 말라는 공문마저 보냈다. 금융 당국이 개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마저 통제하는 상황이 이해는 안 되지만 테마주가 얼마나 기승을 부리면 이런 강제 아닌 강제를 하는지 안타까운 상황이다.테마주로 손실을 입는 사람의 99%가 비전문가인 개인투자자로 계좌당 평균 77만원을 잃는다고 한다. 테마주로 거론되는 상장사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기보다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야 한다. 테마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등락이 커지는 사이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오너나 최대 주주가 자신의 보유 지분을 내다 팔아 버린다. 주가 급등락 때 내부자의 주식 매도 수량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숙한 주식 투자 문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김소연 기자  sykim@viva100.com

2017-04-19 15:57 김소연 기자

[기자수첩] 한반도 안보위기라는데 너무 차분한 서울

김수환 국제부 기자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무력도발로 맞불을 놓는 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연일 언론보도를 장식하고 있는 요즘 휴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수도 서울의 차분한 일상은 종종 외신들의 눈에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비쳐지는 듯하다.지난 수십 년간 남북간 군사적 충돌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긴장이 서서히 무뎌진 측면이 없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안보위기론을 내세워 지지율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 또는 남한이 죽으면 북한도 끝인데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겠느냐는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이유야 어쨌든 2500만 명 이상 인구의 남한 수도권 지역이 북한의 포격 사정권 안에 있어 사실상 ‘인질’과 다름없는 상황이며 한반도의 긴장이 유례 없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한국인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늘어나는 안보위협을 과장된 것이나 조작된 위기로 보는 것이 과연 현 정세를 바라보는 정확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때도 경색된 때도 있었지만 지난 15일 평양절(김일성 생일) 북한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핵무기 등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으며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북한은 과거와 달리 중국에도 의존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안보문제를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일을 지양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국제 사회와 공조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김수환 국제부 기자 ksh@viva100.com

2017-04-17 15:21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안티폴루션 화장품' 인증 기준 마련을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올 봄 황사와 미세먼지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는 32㎍/㎥로 전년 동기(30㎍/㎥)에 비해 2㎍/㎥ 높아졌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발생 일수는 8일로 전년(4일)보다 2배 늘어났다.상황이 이러니 공기청정기·마스크·손세정제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세먼지가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오염방지) 화장품도 덩달아 각광받고 있다. 세안제는 물론 자외선 차단제, 마크스팩, 색조까지 제품도 다양하다.그런데 이들 제품을 살펴보면 ‘정말 안티폴루션 화장품이 미세먼지를 막아낼 수 있을까’에 궁금해진다. 업체들은 저마다 ‘미세먼지 세정력 100%’, ‘미세먼지 철벽 수비’, ‘피부표면을 코팅해 보호막을 만든다’라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몇몇 업체에선 연구소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객관적, 과학적으로 근거를 내세운다.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에는 미세먼지 차단 성능과 관련된 공식적인 인증 기준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자외선, 주름 개선, 미백 등 3가지에 대해서만 기능성 화장품으로서 인증절차를 진행하고 미세먼지 차단에 대해선 별도의 인증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관련 기준이 없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미세먼지 차단 효능이 없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과장광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소비자들은 환경 문제에 민감하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 스스로도 미세먼지 차단 원리에 대해 잘 살펴보고 제품 성능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bora6693@viva100.com

2017-04-16 14:55 김보라 기자

[기자수첩] 전환기 배달앱, 소비자 신뢰 회복이 먼저다

한영훈 산업부 기자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양상이다. 위로는 ‘카카오’ ‘우버’ 등 대기업들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밑으로는 프랜차이즈 업계와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요근래 주류 배달 관련 청소년 음주 문제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급냉각 되고 있다.일각에서는 주요 배달앱의 경우 완전히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지만 정작 업계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배달통’으로 대표되는 경쟁 서비스들 간의 출혈경쟁이 겨우 봉합국면으로 접어들자, 이제는 더 큰 암초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배달앱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신규 고객 확보 및 재방문율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은 물론, 카드사들과 협력을 통해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특화카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개발 관련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미래 살림’을 챙기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나가는 중이다.다만 배달앱 업체들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불합리한 규정을 손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의 경우 월정액 외에 슈퍼리스트광고낙찰 등을 통해 편법으로 광고료 취한다는 지적이 오랜 기간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배달 이용 후기도 바로결제 고객만 작성할 수 있도록 손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요기요 역시 비싼 수수료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객의 변함없는 지지를 이끌어내는 건 결국 변함없는 ‘신뢰관계’ 위에 이뤄지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한영훈 산업부 기자 han005@viva100.com

2017-04-13 15:02 한영훈 기자

[기자수첩] 돈 되면 부활, 돈 안되면 폐지… 지상파방송사 갑질 논란

조은별 문화부 기자지상파 방송사 SBS가 5월부터 저녁 일일드라마를 폐지한다. SBS는 지상파 광고시장 축소, 제작비 증가 등 국내외 방송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폐지 사유는 십분 이해된다. 문제는 과정이다. 현재 방송 중인 ‘사랑은 방울방울’ 후속으로 준비 중이던 ‘맛 좀 보실래요’는 첫 촬영을 1주일 앞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폐지를 통보받았다. 제작사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전체 대본리딩에 회식까지 마쳤다. 하지만 방송사는 일일드라마를 폐지한다는 명목 하에 후속 작품을 준비 중이던 제작사와 출연진, 스태프들에게 제작취소를 통보했다. 첫 방송을 불과 한달 앞둔 시점이다. 애초 경영 효율성을 위해 일일드라마를 폐지할 예정이었다면 후속 작품을 준비하지 말아야 했다. 방송사의 주먹구구식 정책과 불통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SBS의 불통과 갑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BS는 지난해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인원 교체 과정에서도 무례한 소통으로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SBS는 ‘런닝맨’ 출연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랜 출연자였던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해 논란을 일으켰다. 잡음이 계속되자 SBS는 ‘런닝맨’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SBS는 불과 한달만에 ‘런닝맨’을 계속 방송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지상파 방송사가 공식 폐지를 번복하는 건 유례가 없었다. 아마도 SBS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런닝맨’의 효용가치를 계산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물론 프로그램의 편성은 전적으로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너무 남용한 게 문제다. 요즘 시청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시청자를 우롱하는 불통의 채널을 계속 봐야 할 이유는 없다.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

2017-04-12 14:56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흙수저'에게 희망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기술빅뱅’, ‘수저계급론’, ‘저출산 고령화’, ‘재벌독식구조’…. 기존의 적폐들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기술 및 국내 사회문제들이 뒤섞이면서 국민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 건강수준 제고를 위한 건강 형평성 모니터링 및 사업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미래에 자신이 현재보다 더 높은 사회계층에 속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56%는 과거에 비해 현재 자신의 사회계층이 높지 않다고 답했다. 더불어 응답자의 94%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가 작용하는 등 우리나라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사회인식은 노력과 도전을 포기하고 현실을 탈피하려는 청년들을 양산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일반고가 아닌 특성화고로 우회하거나, 4년제 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의 유턴을 감행하고 있으며 취업도 대기업, 공기업의 치열한 경쟁과 중소기업의 열악함을 피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창업 역시 시작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으로 중장년 생계형 창업만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까지 늘리겠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 동안 매달 50만원을 지급하겠다’ 등 일자리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취업률 등 성과지표에만 힘쓰는 것이 아닌 작은 기업들이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과 이른바 ‘흙수저’들의 생존과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이다.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이 먹구름에 드리운 국내 현실에 희망의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차기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7-04-10 15:07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숙박 O2O 업계, `IT 퍼스트`의 그늘

최근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업체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야놀자는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여기어때는 ‘SQL 인젝션’이란 초보적인 형태의 해킹을 당해 91만 명의 고객 정보와 숙박이용내역 등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야놀자는 두 차례의 입장발표문을 통해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가맹점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통한 감지시스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어때는 개인정보와 숙박정보 DB 분리와 암호화, 신규 보안 솔루션 도입 등 보안통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문제는 그간 숙박과 ICT(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온 두 업체의 그늘을 보여 준다. 두 숙박업체는 ‘러브호텔’로 인식되던 국내 중소형 숙박업소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일환으로 IT기술을 접목해 야놀자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입퇴실 등 객실관리 시스템인 ‘스마트 프런트’를 선보이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왔다.하지만 숙박업소와 성매매 등 불법행위가 쉽게 떼어질 수 없는 사회적 통념이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장소 제공 의혹은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였다. 이에 야놀자가 스마트프런트 등 솔루션을 업소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야놀자는 성매매 의혹 사건이 터지자 향후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여기어때 역시 혁신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입퇴실할 수 있는 ‘키리스(Keyless)‘ 시스템, 챗봇 기술 도입 등 스테이테크(stay+technology)를 구현했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IT서비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보안을 놓치며 신뢰도는 단번에 추락했다. 여기어때는 개인정보보호 인증마크 ‘e프라이버시’의 만료 사실도 알지 못한 채 3개월 간 이를 무단 사용하기도 했다.IT 기술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숙박O2O 업체들은 ICT 기술을 활용한 매출 증대와 마케팅에만 매몰되기 쉽다. 그러나 준법 감시, 정보보호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수익성만 좇다가 곤욕을 치렀던 선례들을 곱씹어보길 권한다.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

2017-04-09 14:56 이해린 기자

[기자수첩] 중국의 어리석은 '최후통첩 게임'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분배할 재화를 두고 한 사람은 분배 비율을 정할 권리를 상대방은 수용할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제안을 수용하면 양측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만 거절하면 양측 모두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놀랍게도 실험자 대부분은 공정한 배분이 아닐 경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더 큰 손실을 주기 위해 제안을 거절한다.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최후통첩게임’은 자신의 이익을 거부하고 상대방도 어떤 이익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이다.현재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몽니가 딱 그 꼴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현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기간이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롯데의 누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영업정지로 피해를 보는 것은 매장에서 근무하는 현지 중국인 근로자도 해당된다. 1만3000여명의 현지 롯데마트 중국인 직원들은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그런데도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피해를 지켜보는 데 더욱 신이 났다. 애초에 롯데의 중국 사업과 롯데의 사드부지 제공은 결이 다른 사안이다. 롯데 때리기가 계속된다고 해서 사드 배치가 무효가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중국은 국제정치 문제로 발생한 일을 일개 기업에게 책임 지우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현지에서도 “결국 일자리를 잃는 것은 중국인이다. 이성적 애국을 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중국은 ‘G2’로 불리며 미국과 함께 글로벌 리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캠페인도 활발하다. 그러나 사드를 둘러싼 보복 조치는 대국(大國)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가볍기 짝이 없다. 중국 당국이 최후통첩게임의 감성적 결정이 아닌 이성적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2017-04-06 16:15 박준호 기자

[기자수첩] 사드 보복에 산업계 휘청, 정부는 손놓고 있나

이재훈 산업부 기자최근 만난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이전까지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웃음이 절로 났는데, 이제 울화통부터 터진다”고 강변했다. 그가 힘들게 내뱉은 넋두리가 이제는 국내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도 해당이 될 만큼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가 악화일로다.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국내 산업계 피해가 관광·유통·문화 분야에서 제조업으로 확산되면서 산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사드 보복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가 신고 접수 한 달도 안돼 89개 업체, 104건으로 집계됐다. 화장품과 생필품이 주류를 이루지만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기계 등 제조업 분야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동차 산업 피해가 가장 큰데, 해외 판매량 중 중국 판매가 가장 많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3월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쌍용차도 중국 진출을 타진했지만 사드 논란 탓에 눈치만 보고 있다. 항공산업 역시 중국 노선을 줄이고 일본과 북미, 유럽 등지로 확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해운 등은 아직 큰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사드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장미 대선’에 휩쓸린 정부와 정치권에 정책적 지원이나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무기력에 빠진 정부는 사드 피해업체에 선언적 의미 수준인 대출이자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중국 관련 비즈니스 산업 종사자들이 자칫하면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판국에 정부와 정치권 모두 좀더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처에 나서주길 바란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이재훈 산업부 기자 yes@viva100.com

2017-04-05 15:46 이재훈 기자

[기자수첩]구조조정이 절실한 구조조정

이혜미 산업부 기자정부는 2015년 말 조선, 해운,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에 대해 고강도의 자구 노력을 통한 기업의 정상화를 일궈내겠다며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정부가 골든타임을 외치며 구조조정을 위한 굵직굵직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면 등골부터 오싹해진다. 그동안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일한 대응,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로 혼란과 불신만을 초래했기 때문이다.최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원칙 없는 구조조정이란 비판에 또다시 직면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발생하는 피해액을 두고도 부처 간의 엇박자를 보이며 혼란을 가중시켰다.조선은 물론, 글로벌 해운사들의 조롱거리가 되버린 해운 구조조정, 명분을 잃어버려 사실상 보류된 석유화학 구조조정까지 모든 업종이 혼란으로 생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1년 넘게 각 업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치열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결과적으론 어느 업종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됐다.자체 산업 규모는 물론 후방 관련산업 등에 미치는 여파가 엄청난 업종들의 수술을 주도하는 정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기본이자 핵심인 업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원칙조차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잇따른 구조조정 실패로 경제와 사회가 받아온 파장을 감안한다면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물론 채권단 역시 합리적인 결정으로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이혜미 산업부 기자 hm7184@viva100.com

2017-04-03 15:38 이혜미 기자

[기자수첩] 궁여지책(窮餘之策)과 지이부지(知而不知), 속수무책(束手無策)

궁여지책(窮餘之策)은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국면(局面)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할 수 없이 짜낸 계략을 말한다.지이부지(知而不知)는 알면서도 스스로 모른 체 하는 것을 말하고 속수무책(束手無策)은 손을 묶인 듯이 어찌 할 방책(方策)이 없어 꼼짝 못하게 된다는 뜻으로, 뻔히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 못하는 것을 말한다.경기도 성남시가 지역 상권활성화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진행 과정을 보면 위에 열거한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모습을 보이고 있다.더구나 이같은 삼박자의 공통분모는 법에서 정한 규정에 어긋난 불법행위에서 잉태됐다는 점이다.사회적 약속으로서 빈부의 귀천 없이 악법이라도 모두가 지키며 준수해야 할 법을 유린하면서까지 행정기관이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는 일선행정기관이 스스로 위임받은 법 테두리를 벗어난 직권남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성남시는 시유지에 시가 마련한 건물에 대해 허가받지도 않고 현상변경을 하는가 하면 이를 임의 전대 처리하는 등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규정을 위반해 즉시 퇴거조치와 변상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법행위를 저지른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 도매시장 일부 상인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과거에도 유사사례가 있었다는 관행을 들어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준 채 상가를 신축하는 동안 수천만원의 혈세를 들여 인근에 임시로 몽골텐트 수십 동(棟)을 지은 곳에 이들이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었다.또 중원구 성남동 모란민속 5일 시장 터에 본 건물에서 장사하고 있는 개(犬) 시장을 정비하겠다며 이들 상인들 가게 앞의 도로에는 가설건축물 신고도 없이 도로를 무단 점유한 채 수천만원을 들여 몽골 텐트를 설치해 주었다.모든 행위가 불법을 전제로 한 행위 였음에도 행정기관에서는 친절(?)하게 이들의 편의를 도모해 준 것이다.시 관계자는 “행정행위 자체가 불법인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고 밝히고 있다.적(敵)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몸을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고육지책이라 하는데 불법을 행하는 자가 법의 지배는 외면하고 오히려 법을 집행하는 자가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면서까지 자기 몸을 던지는 고육지책의 행정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선량한 시민들의 법 감정에 상채기를 남기는 이같은 성남시의 행정은 바로잡아야 한다.법 무시한 행정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라는 속담처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개연성을 제공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성남=김대운 기자 songhak8280@viva100.com

2017-04-03 13:23 김대운 기자

[기자수첩] '태극기 집회'는 어르신의 '인정투쟁'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한국 사회에는 양보와 희생에 대한 인센티브가 별로 없었어요. 꼭 금전적인 게 아니더라도 양보하고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불통사회에 관한 신년기획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이 말이 다시 생각난 건 한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다. 일명 ‘태극기 집회’에서 나온 과격한 행동·발언·오열들이 1시간 내내 방영됐다.이 같은 행태를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결론짓던 해당 프로그램이 막판에 덧붙인 몇 마디가 있었다. 과격 노인들은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감정 때문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그들의 삶이 진작 인정받았다면 가짜 뉴스에 덜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현 노인들이 ‘산업화의 역군’이라지만 그 수식어에 걸맞는 대우는 별로 없이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이 쌓여가고 있다.‘고령화’는 ‘저출산’과 같이 묶여 국가의 암운을 드리우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아기는 없어서 문제인데, 노인은 많아서 문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하철을 탈 때는 공짜표가 회자돼 지하철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인정 못받는 서러움을 서로 달랠 길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노인들은 한결같이 “태극기 집회에 가는 사람들하고는 말을 섞지 않는다”고 말했다.대선이 목전이라 어르신을 타깃으로 한 금전 지원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공약 외에도 대선 후보들과 사회 전체에서 어르신들의 평생 헌신을 기억하고 대우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으면 한다.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newtie@viva100.com

2017-04-02 15:37 신태현 기자

[기자수첩] 흔들리는 한은 ‘공신력’

금융증권부 김진호 기자“방금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잘못된 수치입니다.” 급히 기자실에 들어온 저축은행중앙회 한 관계자의 설명이 귀를 의심케 했다. 신뢰가 생명이고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한은의 통계수치가 잘못됐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서 지난 1월 말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775억원이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달인 지난해 12월(4378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은 데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인 만큼 시장과 언론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하지만 한은은 돌연 4시간여 뒤에 실제 증가액이 5083억원이라고 정정했다. 이후 오류의 책임을 물어 금융통계부장 교체, 금융통계팀장을 직위해제하는 초유의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그만큼 한은의 통계 실수가 치명적이었다는 방증이었다.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은은 24일 돌연 설명회를 열어 증가액이 4607억원이라고 확정했다. 최초 발표 이후 두 번째 정정이었다. 가장 신뢰받고 공신력 있다는 평을 받는 한은이 통계치를 두 번이나 수정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문제는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가계부채가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에 속했다는 점에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그간 “시장금리 상승에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취약채무자의 채무부담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은도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32.2%를 취약대출로 분류한 바 있다.이런 가운데 한은의 통계책임자가 전달보다 무려 2배나 급증한 저축은행 가계대출을 정교히 살피지 못하고 발표한 점은 한은이 그간 쌓아온 공신력을 흔들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스럽다. 재발방지책은 물론 엄중한 경제상황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다.김진호 금융부 기자

2017-03-30 16:09 김진호 기자

[기자수첩] 대우조선·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경제논리로 풀어야

박종준 산업부 기자“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경제학자들이 “구조조정,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현 상황을 우려하는 지식인들의 고언”이라는 성명서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해당 업종은 물론 전체 산업, 나아가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해법 역시도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에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과 금호타이어의 외풍 논란이 그렇다. 1997년 외환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정실(情實) 자본주의와 대마불사론이 꼽히고 있다는 점에 비춰 보면 볼썽사납다. 구조조정에서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때문에 대마불사론이라는 권력의 메커니즘은 우리 현실에서 여전히 작동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정부 개입 등을 강조하는 케인스식 구조조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도 어디까지나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맞다.그렇다고 정치권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해법을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구조조정 작업이 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와 맞물리게 되면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우조선 살리기에 혈세가 동원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권의 아이디어에 선별적으로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우조선 지원 방안 발표를 두고 해법 모색 이상으로 가열되고 있는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들을 것은 듣되 눈치는 보지 말라는 얘기다.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2017-03-29 14:39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명동의 눈물

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전면 중지됐다.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이 더 많다는 명동상권은 몇 달 전과 달리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변모했다. 유커들이 사라지면서 명동의 화장품 패션 매장들이 울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상업용지 공시지가 1~10위는 모두 명동에 자리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은 수년째 공시지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시지가가 높다는 것은 곧 임대료도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몇 년 전 확인했던 네이퍼리퍼블릭의 월 임대료는 1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은 면적이 169㎡다. 1㎡당 임대료가 70만원, 3.3㎡(1평) 당 임대료는 24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명동 대부분의 상점 임대료가 이에 준하거나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중국인들이 북적거릴 때는 수 천만원의 임대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높은 임대료는 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내국인과 일본·동남아 관광객들은 명동 매장의 갈증을 해소해주기엔 역부족이다.명동에서 만난 상인에게 “요즘 왜 이렇게 한산하냐”고 묻자 곧 울음을 터뜨릴 기세다. 그는 “몰라서 묻냐”며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아직까지는 다들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임대료를 내지 못해 떠나는 상인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걱정했다.공시지가 10위권 내의 점포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최고 매출을 자랑했다. 수 천만원의 임대료는 그 자부심의 대가로 당연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 옛말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 어느 새 중국어가 사라졌다. 대한민국 속 중국인들의 성지였던 명동에는 이제 상인들의 눈물만 남아 있다.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 yhh1209@viva100.com

2017-03-27 16:27 유현희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O2O앱, 허위매물 근절 팔걷어야

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최근 ‘직방’, ‘다방’ 등 부동산 O2O앱이 톱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O2O는 젊은 청년층 사이에 원룸 등 부동산을 구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상거래의 특성상 실제매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을 악용하는 등 부작용도 늘고있다. 이들 업체와 제휴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다른 지역의 매물 사진을 도용하거나, 매물 가격과 관리비를 허위로 알리는 등의 수법을 쓰거나 매매 대상인 매물을 전월세 매물로 둔갑해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3분기 발표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앱에서 허위·미끼 매물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44.2%에 달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앱스토어에도 ‘앱에서 매물을 확인한 뒤 전화하거나 찾아가면 매물이 없거나 다른 매물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대한 불만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직방과 다방은 허위매물을 내놓은 중개업소를 퇴출 및 경고 조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문제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관련 정부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연일 제기되는 부동산 중개앱 피해와 관련해 “부동산 중개앱과 관련해 민원이 많아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지난 2012년 처음 등장해 불과 5년 만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부동산 O2O, 관련 서비스 산업은 큰 성장을 거뒀지만 당시부터 지적돼 온 부동산 허위매물 문제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런 식으로 허위매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동산 O2O업계와 정부는 사후 대책이 아닌 허위매물 근절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마련할 때다.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

2017-03-26 13:57 김동현 기자

[기자수첩] '금호타이어 인수전' 정치권 개입 멈춰야

박규석 산업부 기자금호타이어를 둘러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치열한 인수전이 ‘정치적 외풍’에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본래 금호타이어 매각은 그룹 재건의 꿈을 가진 박 회장과 기업 규모 확장을 원하는 더블스타 간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대선 열풍이 겹치면서 표심을 노린 정치권이 인수전에 강하게 개입, 금호타이어 매각이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물론, 정치권의 개입이 박 회장에게 일정 부분 ‘우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채권단의 경우 정치권 개입 이전에는 ‘원칙론’을 주장하며, 박 회장이 요구하는 ‘우선매수권 컨소시엄 구성’ 안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대선주자의 발언에 힘입어 채권단은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췄고, 박 회장의 요구는 오는 27일 채권단이 산업은행에 제출하는 찬반 여부 의사에서 결정되게 됐다.그러나 정치권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현재 정치권에서 ‘국익’을 거론하며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고용 안정’이지만, 이 역시 인수전이 끝난 뒤 박 회장이나 더블스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더욱이 더블스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 후에도 현재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해 고용을 승계 및 유지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이에 일부 대선주자는 표심을 노린 ‘여론몰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자신들의 책임지지 못할 발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박 회장도 더블스타도 아닌 현재 금호타이어에서 일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이다.박규석 산업부 기자 seok@viva100.com

2017-03-23 15:05 박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