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동의 눈물

유현희 기자
입력일 2017-03-27 16:27 수정일 2017-03-27 16:35 발행일 2017-03-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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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전면 중지됐다.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이 더 많다는 명동상권은 몇 달 전과 달리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변모했다. 유커들이 사라지면서 명동의 화장품 패션 매장들이 울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상업용지 공시지가 1~10위는 모두 명동에 자리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은 수년째 공시지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시지가가 높다는 것은 곧 임대료도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몇 년 전 확인했던 네이퍼리퍼블릭의 월 임대료는 1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은 면적이 169㎡다. 1㎡당 임대료가 70만원, 3.3㎡(1평) 당 임대료는 24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명동 대부분의 상점 임대료가 이에 준하거나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중국인들이 북적거릴 때는 수 천만원의 임대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높은 임대료는 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내국인과 일본·동남아 관광객들은 명동 매장의 갈증을 해소해주기엔 역부족이다.

명동에서 만난 상인에게 “요즘 왜 이렇게 한산하냐”고 묻자 곧 울음을 터뜨릴 기세다. 그는 “몰라서 묻냐”며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아직까지는 다들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임대료를 내지 못해 떠나는 상인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공시지가 10위권 내의 점포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최고 매출을 자랑했다. 수 천만원의 임대료는 그 자부심의 대가로 당연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 옛말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 어느 새 중국어가 사라졌다. 대한민국 속 중국인들의 성지였던 명동에는 이제 상인들의 눈물만 남아 있다.

유현희 생활경제부 기자 yhh12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