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조조정이 절실한 구조조정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7-04-03 15:38 수정일 2017-04-03 15:39 발행일 2017-04-04 23면
인쇄아이콘
기자수첩 이혜미
이혜미 산업부 기자

정부는 2015년 말 조선, 해운,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에 대해 고강도의 자구 노력을 통한 기업의 정상화를 일궈내겠다며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정부가 골든타임을 외치며 구조조정을 위한 굵직굵직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면 등골부터 오싹해진다. 그동안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일한 대응,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로 혼란과 불신만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원칙 없는 구조조정이란 비판에 또다시 직면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발생하는 피해액을 두고도 부처 간의 엇박자를 보이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조선은 물론, 글로벌 해운사들의 조롱거리가 되버린 해운 구조조정, 명분을 잃어버려 사실상 보류된 석유화학 구조조정까지 모든 업종이 혼란으로 생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1년 넘게 각 업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치열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결과적으론 어느 업종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됐다.

자체 산업 규모는 물론 후방 관련산업 등에 미치는 여파가 엄청난 업종들의 수술을 주도하는 정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기본이자 핵심인 업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원칙조차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잇따른 구조조정 실패로 경제와 사회가 받아온 파장을 감안한다면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물론 채권단 역시 합리적인 결정으로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이혜미 산업부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