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극기 집회'는 어르신의 '인정투쟁'

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7-04-02 15:37 수정일 2017-04-02 15:37 발행일 2017-04-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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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한국 사회에는 양보와 희생에 대한 인센티브가 별로 없었어요. 꼭 금전적인 게 아니더라도 양보하고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

불통사회에 관한 신년기획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이 말이 다시 생각난 건 한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다. 일명 ‘태극기 집회’에서 나온 과격한 행동·발언·오열들이 1시간 내내 방영됐다.

이 같은 행태를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결론짓던 해당 프로그램이 막판에 덧붙인 몇 마디가 있었다. 과격 노인들은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감정 때문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삶이 진작 인정받았다면 가짜 뉴스에 덜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노인들이 ‘산업화의 역군’이라지만 그 수식어에 걸맞는 대우는 별로 없이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이 쌓여가고 있다.

‘고령화’는 ‘저출산’과 같이 묶여 국가의 암운을 드리우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아기는 없어서 문제인데, 노인은 많아서 문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하철을 탈 때는 공짜표가 회자돼 지하철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인정 못받는 서러움을 서로 달랠 길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노인들은 한결같이 “태극기 집회에 가는 사람들하고는 말을 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이 목전이라 어르신을 타깃으로 한 금전 지원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공약 외에도 대선 후보들과 사회 전체에서 어르신들의 평생 헌신을 기억하고 대우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으면 한다.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