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어리석은 '최후통첩 게임'

박준호 기자
입력일 2017-04-06 16:15 수정일 2017-04-06 16:47 발행일 2017-04-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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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분배할 재화를 두고 한 사람은 분배 비율을 정할 권리를 상대방은 수용할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제안을 수용하면 양측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만 거절하면 양측 모두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놀랍게도 실험자 대부분은 공정한 배분이 아닐 경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더 큰 손실을 주기 위해 제안을 거절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최후통첩게임’은 자신의 이익을 거부하고 상대방도 어떤 이익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이다.

현재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몽니가 딱 그 꼴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현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기간이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롯데의 누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영업정지로 피해를 보는 것은 매장에서 근무하는 현지 중국인 근로자도 해당된다. 1만3000여명의 현지 롯데마트 중국인 직원들은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피해를 지켜보는 데 더욱 신이 났다. 애초에 롯데의 중국 사업과 롯데의 사드부지 제공은 결이 다른 사안이다. 롯데 때리기가 계속된다고 해서 사드 배치가 무효가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중국은 국제정치 문제로 발생한 일을 일개 기업에게 책임 지우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현지에서도 “결국 일자리를 잃는 것은 중국인이다. 이성적 애국을 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은 ‘G2’로 불리며 미국과 함께 글로벌 리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캠페인도 활발하다. 그러나 사드를 둘러싼 보복 조치는 대국(大國)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가볍기 짝이 없다. 중국 당국이 최후통첩게임의 감성적 결정이 아닌 이성적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