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유명무실 아닌 명실상부한 발달장애인 컨트롤타워를 바란다

“아이보다 하루라도 늦게 눈 감으면 좋겠네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발달장애인들은 사회성, 판단력, 언어능력 부재 등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장애보다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들이 부모와 동거하는 80%로 거의 대부분이 가족과 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복지, 취업 전반에 걸친 시설 및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다.다행히 최근 서울시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오는 7월 설치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교육, 직업 등 모든 지원계획을 총괄하고 발달장애에 대한 징후 및 정보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하는 등 총체적인 임무를 담당한다.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발달장애 전문가 부족, 노동·복지 등 각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업무 총괄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내 장애인복지관, 재활센터 등 기관들의 중복되는 역할로 인한 불명확한 정체성이 컨트롤타워 설립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기관들의 명확한 기능과 역할로 이들이 교육을 받은 후 사회활동할 수 있도록 기관 별 연결고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지난해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통과됐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에 물꼬를 텄으니 이제 교육, 복지, 고용 등 각 분야에 있어 각각 지원책을 정립해나가야 할 때다. 유명무실한 컨트롤 타워가 아닌 발달장애인과 이들의 가족들에게 행복한 삶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곳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6-04-25 11:45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중국 노동절 특수…요우커 수혜주면 무조건 고?

증권부 유혜진 기자“곧 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여러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면 무조건 고(Go)하세요. 요우커 수혜주는 무조건 고(高)니까요.”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인터넷에 요우커 관련주 투자 전략이 쏟아지고 있다.요우커들이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로 국내에 들어와 소비하면 관련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이처럼 요우커 방한 및 소비 규모가 커지면서 요우커 수혜주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요우커를 실어 나르는 여행·항공 관련주, 요우커가 한국에서 많이 사가는 유아용품·제약·화장품 관련주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면세점과 카지노 관련주도 빠지지 않는다.그러나 요우커 수혜주는 요우커 방한 규모 및 일본과의 경합도, 환율 등 여러 변수에 휘둘릴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총 499만4000명이다. 전년보다 107.3%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598만4000명이다. 전년 612만7000명보다 2.3% 줄었다.화장품주와 제약주는 2013년 4~5월 두 달 새 각각 7.11%, 6.71% 떨어졌다. 백화점주는 2013년 4월과 5월 각각 0.51%, 7.47% 내렸다. 2014년 4월과 5월에도 각각 2.97%, 5.27% 하락했다.요우커 수혜주라고 해서 무조건 고(高)하지 않았다. 요우커 수혜주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고(Go)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각종 수혜주가 넘칠수록 실적 등에 바탕을 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6-04-24 13:40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통 큰 제안'

이혜미 산업부 기자요즘 전기차가 화두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미국의 테슬라가 그 중심에 서있는 듯하다. 오는 6월 3일 개막되는 부산모터쇼에 테슬라 참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달 말 테슬라가 선보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시국이 한국이 포함되어 있으니 당연히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모델3’는 발표 36시간 만에 25만대가 넘는 예약주문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이찬진 전 드림위즈 대표 등이 예약신청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배송이 내년 말에야 가능한데도 벌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제조기술이 우리나라가 글로벌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지난 20일 SK이노베이션 정철길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경영을 선언하고 회사의 미래청사진을 밝혔다. 그 중 하나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선발주자인 LG화학, 삼성SDI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조만간 중국에 배터리 공장설립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중국내에서 배터리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정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라며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통큰 제안’을 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사업은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1km도 안 달린 셈이라며 크고 작은 것은 나중에 되어봐야 알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어쨌든 요즘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는 실적부진에, 구조조정에 분위기가 한껏 가라앉아 있다. 배터리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생소하기까지 했다. 세계 리딩 컴퍼니 자리를 놓고 3사가 벌일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본다.이혜미 산업부 기자 hm7184@viva100.com

2016-04-21 15:32 이혜미 기자

[기자수첩] 잊을만 하면 또 터져 나온 건설사 담합…자정노력은 허구였나

한장희nbsp;사회부동산부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자.고질병처럼 또 다시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 소식이 터져 나왔다. 건설업계가 천명한 자정결의 구호가 외친 지 불과 8개월만이다.지난해 8월 건설업계는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것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부조리한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빠졌다.지난 19일 검찰이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구축사업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담합혐의가 사실로 들어나면 해당건설사들은 국가계약법상 공공부문 입찰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건설사들은 공공부문 입찰제한 조치는 “국내는 물론 해외수주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이 같은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발목을 잡아왔던 ‘족쇄’ 입찰제한을 광복절 특사로 풀어줬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내수경기가 무너져 내린 경기를 부양해달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정부는 여기에 혹여 적발되지 않은 담합 건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스스로 신고하라고까지 기회를 줬다.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내용은 자진신고 기간 중 신고되지 않았다. 담합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건설사들에게 묻고 싶다. 자정결의시 밝혔던 담합 재발 시 3진 아웃제와 CEO의 무한책임 등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릴 것인지를.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

2016-04-20 16:08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롯데마트의 고개는 검찰을 향했다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롯데마트가 고개를 숙인 쪽은 피해자가 아닌 검찰이었다.지난 2011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첫 대국민 사과가 이루어졌다.늦어도 너무 늦었다 치더라도 5년 만에 이루어진 사과조차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검찰이 지난 2월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를 시작하자 롯데마트는 부랴부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약속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이번 기자회견이 알려진 과정도 개운치 못하다.롯데마트로부터 기자회견 안내 메일이 도착한 건 자정을 한 시간 앞둔 17일 오후 11시경. 불과 12시간 후 전 국민이 분노 속에 애타게 기다린 사죄의 자리가 열렸다.진정성 있는 사죄의 자리를 준비해왔다면 이번처럼 번갯불에 콩 굽듯 처리했을까.정작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도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을 알았다며 분노했다.정부에 접수된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61명, 이 중 22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의 유족들이 악몽과 같은 5년을 겪어왔지만 롯데마트 측의 사전 연락은 없었다.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과연 진심이겠냐는 피해자들의 거센 비난에 설득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이날 롯데마트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으로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어떤 보상도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잃은 가장의 아픔을 씻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롯데마트는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2016-04-18 17:16 박준호 기자

[기자수첩] 재미있으면 다 용서가 되나요?

김동민 문화부 기자‘담배 브랜드 7개를 말해보라.’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퀴즈가 웹 콘텐츠 ‘신서유기’에서 소개됐다. 이뿐이 아니다. 출연자가 신고 있는 신발 브랜드가 자막으로 그대로 노출되고 ‘상암동 배팅남’, ‘여의도 이혼남’ 등 특정 상대를 겨냥한 인터넷 용어들이 쏟아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웃어 넘긴다.재미있다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이니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해야 한다고 하기엔 현재 쏟아지는 웹 콘텐츠의 수위가 너무 높다. ‘신서유기’의 성공으로 다양한 분야의 웹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핵심 콘텐츠 없이 화면을 협찬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 웹 콘텐츠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장르인 웹 드라마도 PPL이 정신 없이 쏟아진다.지난 1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소개된 ‘신서유기2’의 영상에서는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기존 출연자와 새로운 멤버 안재환의 만남이 그려졌다. 하지만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붉게 변한 강호동의 과도한 동작과 화면에 드러나는 소주병은 아무리 인터넷이라지만 정도가 지나치다.웹 시장이 커지면서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신서유기’의 나영석 PD는 제작진의 자율성을 좀 더 믿어달라고 호소한다.웹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1차 요소가 콘텐츠라면 2차는 대중과 만나는 올바른 시장 형성이다. 나 PD의 말대로 제작자의 자율성에 맡기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시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웹 콘텐츠나 1인 미디어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왔을 때 적정한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법적 규정이 사실 공백인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고 그 속에서 제대로 된 웹 콘텐츠가 나오려면 하루 빨리 관련 법안이 제정·시행돼야 한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4-17 15:28 김동민 기자

[기자수첩] 이력서 한줄 혹은 새로운 먹거리

유병철 증권부 기자최근 중소증권사가 잇따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에 나서고 있다.상황은 다르지만 자꾸만 구직시장이 떠오른다. 증권업계의 신사업 진출이 구직자가 이력서 ‘한줄’ 추가를 위해 자격증을 따고 경험을 쌓는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여서다.올 들어 라이센스를 획득해 사업을 진행중인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 이어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HMC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앞다퉈 금융위원회에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신청을 했거나 추진중이다.크라우드펀딩 산업이 초기단계인 만큼 증권사가 뛰어드는 것은 산업의 조기안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차원에서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그럼에도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버리지 않는다. 시작 의도가 불순(?)하다는 이유다.사실 중소 증권사들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중기특화증권사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이달 15일 중기특화증권사를 발표할 계획이다.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등록한 경우 가장 높은 점수를,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이후 등록을 약속한 경우 그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기준을 제시했다.증권사가 가점을 받기 위해 사업 진행에 나섰으며, 결과 발표 후 순식간에 관심이 식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설사 중기특화 라이센스를 얻기 위한 실적 쌓기였다 하더라도 증권사들이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해외 사례 등을 보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먹거리다.왜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이력서 한 줄 쓰기에 그치지 말고, 조금 더 길게 보고 성장이 예정된 시장을 보듬어 보는건 어떨까.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

2016-04-14 15:49 유병철 기자

[기자수첩] 10년 뒤 바뀔 세상은? 전세계 '연결'하는 힘

권예림 국제부 기자“누구나 무엇이든 공유할 수 있는 힘.”페이스북 제국의 확장을 위해 탄생한 10년짜리 로드맵의 주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 콘퍼런스 F8 기조연설 무대에서 10년 내 세상을 변화시킬 큰 그림을 제시했다.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핫한 이슈보다 기자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아닌 ‘연결성(Connectivity)’이었다. 모든 사람, 모든 국가 간에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얘기다.저커버그의 어조는 단호하고도 분명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기후변화, 이민 등 현 세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젊은 CEO가 전세계적 난제를 거론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난해 통 큰 기부를 약속한 것도 어쩌면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세상을 연결한다’는 저커버그의 순진무구한 꿈에서 태동된 기업은 이제 전세계를 하나로 잇는 막강한 힘을 지닌다. 이처럼 페이스북은 스스로 인터넷이 되려고 한다.특히 저커버그는 지난 2009년부터 새해마다 개인 도전과제를 정해 실천 중이다. 올해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와 같은 AI 비서를 만드는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은 지금까지 저커버그 개인이 과제를 달성해오면서 이는 결국 기업의 성과로 연결됐다는 점이다.이로써 전세계의 사람·콘텐츠·서비스 등을 잇는 ‘연결’의 힘이 갈수록 강력해지면서 10년 뒤 바뀔 세상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권예림 국제부 기자 limmi@viva100.com

2016-04-13 16:22 권예림 기자

[기자수첩] 전자업계 훈풍…결국 핵심은 R&D

한영훈 산업부 기자전자업계에 오랜만에 따뜻한 봄 볕이 들고 있다. 업계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거둬들이며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오는 2분기에도 양사 모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S7’ ‘G5’ 등 차세대 주력 모델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고 있어 더욱 전망을 밝게해주고 있다.한국경제 활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자업체들은 선방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1위인 인텔을 넘보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시대를 열기도 했다.가전분야도 양사 모두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앞세워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더욱 따돌리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LG ‘G5’ 출시 첫 날에만 1만500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몰아가고 있다. 이 같은 내면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면 결국 핵심은 ‘연구개발(RD)’라는 양사의 승부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삼성전자의 지난해 특허권 설정 등 개발비의 자산화 비중은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LG전자 역시 최근 10년간 연구개발비를 2조5000억원 이상 늘리며 신상품 개발·핵심기술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현재 양사는 전자업계 차세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자율주행’ ‘VR(가상현실)’ 등에 집중하는 형태로 RD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결국 RD와 인재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라는 걸 다시한번 입증해줬다. 앞으로도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

2016-04-11 18:33 한영훈 기자

[기자수첩] 현대증권 팔았지만 현대상선 살리기 '산 넘어 산'

최은화 증권부 기자현대증권이 꽤나 높은 가격으로 KB금융지주 품에 안기게 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그룹 측이 내린 고육지책이다.현대상선은 채무이행자금 부족으로 약 8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만기가 돌아온 무보증 공모사채 1200억원 상환도 하지 못하고 나머지 공모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된 상태다.만기 전까지 빌린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인 기한이익을 박탈당한 가운데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D로 강등했다. 이 등급은 통상 법정관리 들어간 회사가 부여받는 등급이다.현대증권 매각대금 1조원 가량을 챙기게 됐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현대상선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운업황 부진에 따라 수익성 악화라는 초대형 악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현대증권은 약 60조원의 불법 자전거래 혐의로 1개월 간 랩어카운트 영업 중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 직원 4명이 불구속 기소, 3명은 벌금형에 약식 기소한 바 있다.해운업의 불황으로 지난해 현대상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 기업들이 적자 전환 기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현대그룹은 최대 고민거리인 현대상선 자구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불황으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한 때 조선업계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현대상선이 지금처럼 어려워질 것이라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부문 양대산맥으로 꼽히는데, 두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현대상선의 정상화는 국내 해운업계의 미래가 걸린 절박한 과제다.최은화 증권부 기자 acacia@viva100.com

2016-04-10 13:40 최은화 기자

[기자수첩]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오너리스크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때가 어느 때인데 폭행이냐,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 오늘부터 미스터피자 불매운동합시다.”회장님이 무심코 휘두른 주먹에 그동안 쌓아 올린 기업의 가치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피자업계의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던 정우현 MPK그룹 회장의 저서 ‘나는 꾼이다’가 ‘나는 싸움꾼이다’로 조롱의 대상이 된 건 한순간이었다.최근 들어 잘나가는 기업을 단번에 뭉개버리는 회장님의 갑질이 끝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경비원 폭행사건을 일으킨 정우현 회장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 폭언과 구타를 일삼은 사실이 알려져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전국에 땅콩 열풍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역시 대표적 사례다.경영 리스크를 예측하고 철저한 관리하며 이윤을 극대화시키려 부단히 애를 쓰는 기업들에게 ‘오너리스크’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재앙이다.도무지 손 쓸 틈 없이 발생하는 회장님의 갑질 행위는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무너트리고 반 기업 정서를 부추겨 기업경영에 큰 해를 입힌다.MPK그룹은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루만에 4.36% 급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몽고식품도 불매운동이 급격히 번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 이르렀다.몽고식품의 한 신입사원은 회사 게시판에 “명예회장의 잘못으로 직원들이 힘들게 일군 소중한 일터가 무너지고 있다”며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읍소의 글을 올렸지만 갑질 기업으로 한번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홍보팀 관계자가 건넨 “감사보고서보다 대표님 SNS에 올라온 새 글이 더 무섭다”는 뼈있는 농담이 오너리스크를 바라보는 회사 임직원들의 시선을 대변해 준다.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2016-04-07 16:57 박준호 기자

[기자수첩] 병실문화대책, 무책임한 국민의식 개선이 먼저

노은희 사회부 기자“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에요? 잠깐만 있다 나올껀데….”병실을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를 제재하는 관리요원들의 실랑이가 여전하다. 메르스에 늑장 대응을 했다며 정부를 질타했던 국민들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메르스의 공포를 망각했다.면회객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하고 각 병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 관리요원들은 “말싸움은 기본, 몸싸움까지 서슴지 않는 내원객들이 많다”며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이 많은 사람들을 막는데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어떤 권고문도, 캠페인도 국민들의 실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다시 한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다행히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이달부터 IC칩이 내장된 출입증이 있어야 병실 출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면회객들의 규칙 준수로 새로운 병실 방문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길 바래본다.만약 이번에도 국민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병실문화가 지속된다면 세계 최초로 병문안을 법으로 제재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제 2의 메르스가 발생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 할 것 인가.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했던 것처럼 무책임한 국민의식도 질타받아 마땅하다. 병원에서 일파만파한 메르스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졌는가.노은희 사회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6-04-06 10:10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ISA '불완전판매'…금융당국의 단견(短見)

이나리 금융부 기자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부당영업 등 불완전판매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은행권의 ISA에 대한 불완전판매 및 부당영업 행태는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됐다. 상품설명 없는 주먹구구식 가입유도와 꺾기(금융기관이 대출하면서 예·적금 가입을 억지로 권유하는 행위) 의혹, 은행원들이 실적 압박에 못 이겨 깡통계좌인 ‘1만원 계좌’를 무더기로 만든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모니터링이나 ‘예의 주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재테크 상품의 성공적인 초기안착을 위해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만 되뇌일 뿐이다.금융당국의 엄포에 은행들은 짐짓 자율규제하는 모습이다. 준법감시인을 소집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자체 단속을 강화한다고 이구동성이다. 금융당국 요청 대로 미스테리 쇼핑도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이면에는 전혀 다른 얼굴이 도사리고 있다. 지점마다 ‘1인당 100계좌’라는 실적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만능통장’이란 별칭답게 중장기적으로 ISA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명암이 교차할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서 차분히 생각해 보자. 사전단속과 판매점검을 철저히 한다 해서 과연 ISA의 초기 인기몰이에 방해가 되는 것일까. 오히려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최대한 줄인다면 소비자 신뢰 속에서 더 잘 팔릴 수 있지 않을까.반대로, 대형 불완전판매 사건이 불거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철저한 사전 점검과 단속이 훨씬 ‘경제적인’ 조치일 것이다. 시장을 키우고 금융소비자는 물론 금융사에도 도움을 주는, 대국적인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이나리 금융부 기자 nallee-babo@viva100.com

2016-04-04 15:57 이나리 기자

[기자수첩] 반갑지만은 않은 '1000원 커피전쟁'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집 근처 버스정류장 인근에 생과일주스전문점이 들어섰다.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주변 직장인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 매장. 몇 달 전부터 가맹점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 달여 뒤 지하철역 근처에 들어선 1000원대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다. 이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저가를 내세운 프랜차이즈로 최근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3000~4000원대의 메뉴 가격을 대폭 낮춰 1000원대로 선보이자 소비자들의 호응이 큰 것은 당연한 일. 이처럼 손님이 몰려들자 예비창업주들의 관심도 크다. 가맹점 개설이 어렵다는 말도 들릴 정도다.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 두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가맹점주들의 순익 보장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이들 브랜드는 통상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입점하다보니 막대한 권리비와 임대료를 지출한다. 5~6평형 소형 매장이라도 서울 지역의 해당 상권에 입점하려면 최소 권리금 5000만원 이상에 임대료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또 손님이 몰리다보면 인건비와 각종 공과금 등 고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결국 가맹점주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사가 잘 될수록 점주들의 고민이 커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이들을 보면서 과거 무리한 저가경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폐업한 무한리필 전문점이나, 어느 순간 쪼그라든 스몰 비어 매장들이 떠오르는 것은 기우일까. 앞선 사례들이 보여준 것은 저가 출혈 경쟁에서 마지막에 웃는 이는 가맹점주나 소비자가 아닌 가맹본부였다는 점이다.누군가는 전 재산을, 누군가는 퇴직금을 모두 걸고 창업에 도전한다. 이 두 브랜드가 앞서 실패한 다수의 프랜차이즈들의 선례를 밟지 않길 기대해본다.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2016-04-03 16:57 박효주 기자

[기자수첩] KBS 잇단 PD 이탈…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없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요즘 KBS 드라마국에 모처럼 화색이 돈다. KBS2 ‘태양의 후예’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 하면서 본방송은 물론 재방송까지 광고가 완판됐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의후예’는 방송 전후 총 32개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반적인 주중 미니시리즈가 최대 28개 광고를 내보내는데, ‘태양의 후예’는 광고총량제 적용으로 110% 광고가 판매되기 때문이다. KBS가 ‘태양의 후예’ 본방송으로 얻는 수익만 최소 66억원에 달한다. 주말 재방송이나 다른 프로그램 광고와 연계판매하는 특판 패키지까지 합치면 수익은 더 높아진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 이후 KBS 드라마의 전망은 결코 밝지가 않다. ‘태양의 후예’가 쾌속질주 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이탈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KBS 드라마국의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 등 중견 PD 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JTBC 이적이 유력하다는 게 방송가의 전언이다. 설상가상 ‘태양의 후예’를 연출한 이응복 PD 역시 조만간 김은숙 작가가 몸담고 있는 화앤담픽쳐스로 옮겨 프리랜서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4명의 PD 모두 KBS가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함영훈 PD는 ‘태양의 후예’를 기획단계부터 지켜본 CP였고, 이응복 PD는 ‘드림하이’, ‘비밀’, ‘연애의 발견’ 등 연출작마다 대박을 친 KBS의 대표 스타 PD다. 이들의 이적 사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방송가에서는 KBS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 상명하복적인 조직 시스템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실제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나 ‘삼시세끼’의 나영석 PD,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모두 KBS 출신이다. 선박의 1등 조타수들이 연이어 이탈하고 있지만 곪을 대로 곪은 내부 시스템은 바뀔 생각을 안하니 KBS라는 대형선박이 다시금 로또를 맞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3-30 16:11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거래소, '뿔난 망아지' 코데즈컴바인에 속수무책

김민주 증권부 기자최근 한국거래소는 코데즈컴바인의 ‘묻지마 급등’으로 홍역을 크게 치렀다.적자 지속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이 난데없이 이달 동안만 500% 이상 폭등하더니 카카오를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섰다.코데즈컴바인의 폭등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지만 모든 것들은 ‘의혹투성이’였다.시장은 유통주식수가 0.7%에 불과한 이른바 ‘품절주’인 코데즈컴바인의 주가 급등에는 조작 세력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그러나 감시기관인 거래소도, 논란의 주인공인 코데즈컴바인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우려의 목소리에도 아슬아슬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데즈컴바인은 결국 지난 17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그러자 위험한 질주에 합승한 개미투자자의 곡소리가 종목 게시판 여기저기에서 끊이지 않았다.거래소는 22일 유통주식 수와 비율이 기준을 밑도는 종목의 거래를 제한하는 품절주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걸리면서, 지난해 12월24일 변경 상장한 코데즈컴바인은 규제에서 유유히 빠져나갔다.그리고 이 회사는 다음 날인 23일 다시 10%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다.이에 거래소는 투자자들로부터 늦장 대응과 허술한 규제에 대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부실기업의 주가왜곡과 지수 산출 과정의 모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뿔난 망아지’ 마냥 코스닥시장을 헤집고 다니는 코데즈컴바인에 개미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투자 주의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질주에 합승하는 개미투자자들에게만 책임을 모두 돌릴 수는 없다. 소 잃고 고친 외양간마저 ‘부실공사’라는 비판을 거래소가 어떻게 대처할 지 지켜볼 때다.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2016-03-28 16:35 김민주 기자

[기자수첩] 자취방, 수저계급론이 시작되는 곳

권성중 부동산부 기자“안암역 주변 하숙집은 월세 80만원에도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요. 여학생 부모들이 선호하죠.”기자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건너편 원룸에 살고 있다. 보증금 300만원, 월세 45만원 짜리 원룸에 룸메이트와 함께 살며 매달 월세 22만5000원씩을 나눠낸다. 이 원룸 건물은 1984년에 지어졌다. 1988년생인 기자보다 4살이나 ‘형님’이다.고려대 인근에서 가장 좋은 입지를 자랑하는 원룸촌은 ‘정대(정경관) 후문’ 일대. 지하철 6호선 안암역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이 주변은 지하철역, 중심상권이 가깝고 등굣길도 수월한데다 신축 원룸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학생들의 ‘로망’이다. 2~3년 전만 해도 가장 비싼 하숙비는 월세 60만원선이었다. 짧은 기간에 20만원이나 올랐지만 여전히 수요가 높다.기자가 살고 있는 정문 앞 원룸촌은 가장 인기가 떨어진다. 노후한 건물, 오래된 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재개발 예정 지역인 탓이다. 길 건너편이 고려대인데도 성북구가 아닌 동대문구에 속한다. 그래서 싸다.기자의 경제 사정을 수저 계급표에 굳이 빗대자면 금·은·동수저 다음인 ‘놋수저’ 정도가 되겠다. 맞벌이 부모를 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 수준이다. 일정한 수입이 있음에도 놋수저가 월세 80만원짜리 하숙집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캥거루 청년’이 급증하는 사회 분위기를 뒷받침 하는 통계가 쏟아지고 있다. 부모의 든든한 능력을 등에 업고 사회로 나설 준비를 하는 학생들. 비집고 들어갈 작은 주머니조차 없는 학생들. 오늘도 이 작은 대학가에 서로 다른 ‘주머니와 수저’가 보인다.권성중 부동산부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6-03-27 10:27 권성중 기자

[기자수첩]'슈퍼주총데이’ 이대로 둘건가

김정호 산업부 기자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간다. 3월 한 달 동안 주식상장기업 수백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총을 해치웠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12월 결산 상장사의 주총은 매년 3월 금요일에 집중돼왔고, 이 같은 업계관행은 올해도 이어졌다.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달에 주주총회 일정을 치르는 상장사는 모두 826곳이다. 또 이들 가운데 금요일인 11, 18, 25일에 주총을 여는 곳만 644곳(77.96%)에 달한다.주총 쏠림 현상, 이른바 ‘슈퍼주총데이’에 대해 주총 부실문제가 제기되지만 해마다 개선 없이 반복되고 있다.그동안 슈퍼주총데이는 소액주주의 주총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기업 주총이 한 날에 몰리면 여러 상장사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각사 주총에 모두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액주주의 권리는 무시당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소액주주는 이날만을 기다린다. 취득한 주식이 바닥을 쳤을 경우, 혹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질 때 경영진에 직접 해명을 요구하거나 향후 사업계획까지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해 발언기회를 얻어도 장내 곳곳에 암약하는 상장사 직원들이 조성하는 위압감 때문에 소신을 끈질기게 표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업 주총 일정을 분산해 개인·소액주주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만처럼 상장사 별 주총일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적절한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기업의 주총이 슈퍼주총데이가 아닌, ‘주주를 위한 슈퍼데이’가 될 날을 기다린다.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

2016-03-24 16:50 김정호 기자

[기자수첩] '페어플레이' 은행서도 기대한다

장애리 금융부 기자우리은행 한새의 우승으로 2015-16 여자프로농구가 끝났다.우리은행이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지난 20일,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경기가 펼쳐진 부천 실내체육관에 있었다.이 행장의 농구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 첫 홈 경기에 참석했다. 챔피온결정전이 있던 지난 16~17일에도 30여명의 임원들과 체육관을 찾았다. 은행의 슬로건 ‘강한 은행’을 강조할 때마다 농구단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6년 전까지만 해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던 팀에서 농구단 최강자로 우뚝 선 반전 스토리는 민영화 지연으로 사기가 떨어진 직원을 북돋기에 충분하다.신한, KB국민, 하나은행 여자농구팀의 구단주를 맡은 은행장들도 모두 각별한 관심을 쏟고있다.조용병 신한은행장은 학창 시절 농구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다. 지난해 여름 휴가때 강원 태백에 있는 농구단 전지훈련장을 방문하고 현장에서 연습경기도 제안해 시작 15초 만에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선수단 응원을 위해 장어즙을 전달한 일화도 유명하다.함영주 하나은행장도 구장에선 흰색 응원 유니폼을 입고 응원구호를 외칠 정도로 적극적이다.하지만 격변의 시대를 맞은 은행권은 스포츠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국민재테크통장’이란 별명을 달고 출시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불완전판매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됐지만 상품개발보다는 과당경쟁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데 집중한다. 느슨한 내부통제 탓에 900억원대 사기대출이 또 다시 발생했다.스포츠 정신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다. 은행들도 농구선수들처럼 클린샷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16-03-23 16:52 장애리 기자

[기자수첩] 영화 '주토피아'를 보며 대한민국 변화를 꿈꾸다

이희승 문화부 기자디즈니의 영화 ‘주토피아’가 개봉 한달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아무리 입소문의 힘이라지만 4주만의 역주행은 영화계에서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북미보다 2주나 빨리 국내에 개봉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 관객들이 트렌디하고 취향이 남달라 단순한 테스트베드에서 하나의 시장군으로 자리잡은 지는 꽤 오래됐지만 ‘주토피아’의 사전 개봉은 이래저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개봉 한달만의 역주행은 2013년 ‘겨울왕국’의 메가히트로 디즈니의 총애(?)를 받는 한국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실 ‘주토피아’의 흥행은 예견된 일이었다.어딜 봐도 현재 한국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이 충만한 동물들의 도시 주토피아에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최초의 토끼 경찰관 주디가 사건해결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디즈니판 ‘미생’이라는 입소문처럼 영화는 맹수들이 대부분인 경찰관들 사이에서 초식동물인 토끼가 경찰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생생하게도 펼쳐진다. ‘주토피아’는 피식자와 포식자 포유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이상향의 도시다. 하지만 사실은 약자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찬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다. 비록 동물을 빗댄 영화지만 영화의 캐릭터들은 이곳 저 곳에서 만나는 일상의 향연이다. 특히 시키는 대로만 하고 새로운 의견은 무조건 자르고 보는 주디의 상사는 미치도록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주토피아’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기존의 디즈니 작품과는 달리 우리가 사는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 ‘허’를 찔렀다. 이제는 이런 영화를 보고 즐기지만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고작 2주 앞으로 다가온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실행해 보는 건 어떨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3-21 15:37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