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S 잇단 PD 이탈…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없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6-03-30 16:11 수정일 2016-03-30 16:13 발행일 2016-03-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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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요즘 KBS 드라마국에 모처럼 화색이 돈다. KBS2 ‘태양의 후예’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 하면서 본방송은 물론 재방송까지 광고가 완판됐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의후예’는 방송 전후 총 32개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반적인 주중 미니시리즈가 최대 28개 광고를 내보내는데, ‘태양의 후예’는 광고총량제 적용으로 110% 광고가 판매되기 때문이다. KBS가 ‘태양의 후예’ 본방송으로 얻는 수익만 최소 66억원에 달한다. 주말 재방송이나 다른 프로그램 광고와 연계판매하는 특판 패키지까지 합치면 수익은 더 높아진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 이후 KBS 드라마의 전망은 결코 밝지가 않다. ‘태양의 후예’가 쾌속질주 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이탈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KBS 드라마국의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 등 중견 PD 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JTBC 이적이 유력하다는 게 방송가의 전언이다. 설상가상 ‘태양의 후예’를 연출한 이응복 PD 역시 조만간 김은숙 작가가 몸담고 있는 화앤담픽쳐스로 옮겨 프리랜서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4명의 PD 모두 KBS가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함영훈 PD는 ‘태양의 후예’를 기획단계부터 지켜본 CP였고, 이응복 PD는 ‘드림하이’, ‘비밀’, ‘연애의 발견’ 등 연출작마다 대박을 친 KBS의 대표 스타 PD다. 이들의 이적 사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방송가에서는 KBS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 상명하복적인 조직 시스템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나 ‘삼시세끼’의 나영석 PD,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 모두 KBS 출신이다. 선박의 1등 조타수들이 연이어 이탈하고 있지만 곪을 대로 곪은 내부 시스템은 바뀔 생각을 안하니 KBS라는 대형선박이 다시금 로또를 맞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