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미있으면 다 용서가 되나요?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6-04-17 15:28 수정일 2016-04-17 15:28 발행일 2016-04-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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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문화부 기자

‘담배 브랜드 7개를 말해보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퀴즈가 웹 콘텐츠 ‘신서유기’에서 소개됐다. 이뿐이 아니다. 출연자가 신고 있는 신발 브랜드가 자막으로 그대로 노출되고 ‘상암동 배팅남’, ‘여의도 이혼남’ 등 특정 상대를 겨냥한 인터넷 용어들이 쏟아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웃어 넘긴다.

재미있다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이니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해야 한다고 하기엔 현재 쏟아지는 웹 콘텐츠의 수위가 너무 높다. ‘신서유기’의 성공으로 다양한 분야의 웹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핵심 콘텐츠 없이 화면을 협찬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 웹 콘텐츠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장르인 웹 드라마도 PPL이 정신 없이 쏟아진다.

지난 1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소개된 ‘신서유기2’의 영상에서는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기존 출연자와 새로운 멤버 안재환의 만남이 그려졌다. 하지만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붉게 변한 강호동의 과도한 동작과 화면에 드러나는 소주병은 아무리 인터넷이라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웹 시장이 커지면서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신서유기’의 나영석 PD는 제작진의 자율성을 좀 더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웹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1차 요소가 콘텐츠라면 2차는 대중과 만나는 올바른 시장 형성이다. 나 PD의 말대로 제작자의 자율성에 맡기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시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웹 콘텐츠나 1인 미디어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왔을 때 적정한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법적 규정이 사실 공백인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고 그 속에서 제대로 된 웹 콘텐츠가 나오려면 하루 빨리 관련 법안이 제정·시행돼야 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