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병실문화대책, 무책임한 국민의식 개선이 먼저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6-04-06 10:10 수정일 2016-04-06 10:12 발행일 2016-04-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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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증명
노은희 사회부 기자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에요? 잠깐만 있다 나올껀데….”

병실을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를 제재하는 관리요원들의 실랑이가 여전하다. 메르스에 늑장 대응을 했다며 정부를 질타했던 국민들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메르스의 공포를 망각했다.

면회객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하고 각 병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 관리요원들은 “말싸움은 기본, 몸싸움까지 서슴지 않는 내원객들이 많다”며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이 많은 사람들을 막는데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어떤 권고문도, 캠페인도 국민들의 실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다시 한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이달부터 IC칩이 내장된 출입증이 있어야 병실 출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면회객들의 규칙 준수로 새로운 병실 방문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길 바래본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병실문화가 지속된다면 세계 최초로 병문안을 법으로 제재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제 2의 메르스가 발생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 할 것 인가.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했던 것처럼 무책임한 국민의식도 질타받아 마땅하다. 병원에서 일파만파한 메르스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졌는가.

노은희 사회부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