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주토피아'를 보며 대한민국 변화를 꿈꾸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6-03-21 15:37 수정일 2016-03-22 09:28 발행일 2016-03-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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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승선배
이희승 문화부 기자

디즈니의 영화 ‘주토피아’가 개봉 한달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아무리 입소문의 힘이라지만 4주만의 역주행은 영화계에서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북미보다 2주나 빨리 국내에 개봉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 관객들이 트렌디하고 취향이 남달라 단순한 테스트베드에서 하나의 시장군으로 자리잡은 지는 꽤 오래됐지만 ‘주토피아’의 사전 개봉은 이래저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개봉 한달만의 역주행은 2013년 ‘겨울왕국’의 메가히트로 디즈니의 총애(?)를 받는 한국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실 ‘주토피아’의 흥행은 예견된 일이었다.

어딜 봐도 현재 한국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이 충만한 동물들의 도시 주토피아에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최초의 토끼 경찰관 주디가 사건해결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디즈니판 ‘미생’이라는 입소문처럼 영화는 맹수들이 대부분인 경찰관들 사이에서 초식동물인 토끼가 경찰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생생하게도 펼쳐진다. 

‘주토피아’는 피식자와 포식자 포유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이상향의 도시다. 하지만 사실은 약자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찬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다. 

비록 동물을 빗댄 영화지만 영화의 캐릭터들은 이곳 저 곳에서 만나는 일상의 향연이다. 

특히 시키는 대로만 하고 새로운 의견은 무조건 자르고 보는 주디의 상사는 미치도록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주토피아’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기존의 디즈니 작품과는 달리 우리가 사는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 ‘허’를 찔렀다. 

이제는 이런 영화를 보고 즐기지만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고작 2주 앞으로 다가온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실행해 보는 건 어떨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