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증권 팔았지만 현대상선 살리기 '산 넘어 산'

최은화 기자
입력일 2016-04-10 13:40 수정일 2016-04-10 16:59 발행일 2016-04-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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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화-증명
최은화 증권부 기자

현대증권이 꽤나 높은 가격으로 KB금융지주 품에 안기게 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그룹 측이 내린 고육지책이다.

현대상선은 채무이행자금 부족으로 약 8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만기가 돌아온 무보증 공모사채 1200억원 상환도 하지 못하고 나머지 공모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된 상태다.

만기 전까지 빌린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인 기한이익을 박탈당한 가운데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D로 강등했다. 이 등급은 통상 법정관리 들어간 회사가 부여받는 등급이다.

현대증권 매각대금 1조원 가량을 챙기게 됐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현대상선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운업황 부진에 따라 수익성 악화라는 초대형 악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현대증권은 약 60조원의 불법 자전거래 혐의로 1개월 간 랩어카운트 영업 중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 직원 4명이 불구속 기소, 3명은 벌금형에 약식 기소한 바 있다.

해운업의 불황으로 지난해 현대상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 기업들이 적자 전환 기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현대그룹은 최대 고민거리인 현대상선 자구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불황으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 때 조선업계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현대상선이 지금처럼 어려워질 것이라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부문 양대산맥으로 꼽히는데, 두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현대상선의 정상화는 국내 해운업계의 미래가 걸린 절박한 과제다.

최은화 증권부 기자 acaci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