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Think different'를 외면한 대한민국 '공시족' 열풍

노은희 사회부 기자‘초콜릿폰’, ‘프라다폰’…. LG전자가 2005년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휴대폰들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호황도 잠시에 그쳤고, 당시 휴대폰업계는 LG에게 마케팅이 아닌 RD(연구·개발) 강화와 차별화 전략을 주문했었다. 이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 즉 ‘다른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혁신의 대명사로 전 세계시장을 군림하던 터였다. 세계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국내기업들에게 잡스 만큼은 아니라도 남다른 사고를 가진 인재가 절실하다. 하지만 토익, 자격증 등 ‘남들과 똑같은’ 스펙쌓기 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 우리나라의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남과 다른 생각’이나 ‘차별화’라는 말은 사치에 불과하다. 대학입시에 방전된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똑같은 스펙쌓기를 하는 모습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며,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2년 내 회사를 그만두는 비중이 무려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청년층 취준생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20∼24세가 47.9%, 25∼29세는 53.9%에 달했다.똑같은 스펙쌓기와 똑같은 직업을 향해 열외 없이 줄서기하는 이들에게 과연 ‘창조적 발상’이 있을 수 있을까? 이들에게 ‘다른 생각’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잔인한 것은 아닐까. 청년들이 남다른 발상을 하면서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노동정책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100년, 아니 1000년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일 것이다.노은희 사회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6-07-06 10:29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공짜 점심은 없다

유병철 증권부 기자증권가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졌다.올 들어 대신증권 부천지점, 한국투자증권 강서지점에서 개인계좌를 활용한 직원의 고객투자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증권사 영업직원의 횡령 사건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연례 행사다. 지난해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에서도 발생했다. 최근 10년 간 사고가 터지지 않은 회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횡령에 나서는 직원은 달콤한 말로 고객을 유혹한다. 은행금리를 훌쩍 넘어선 확정 수익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상품이 있다는 식이다. “알려지면 안되니 개인계좌로 고객의 자금을 줘야 한다.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기회”라고 말한다. 설마 하면서 소액을 투자한 고객에게 몇 차례 이자가 지급된다. 고객은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끌어온다. 해피엔딩을 꿈꾸지만 결과는 새드엔딩이다. 직원은 구속되고 투자금은 찾을 길이 없다.증권가가 스스로 변화하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옛말에 포졸 열명이 한명의 도적을 못 막는다 했다. 점검과 교육만으로는 작정하고 고객 돈을 훔치려고 하는 자들을 막을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증권업종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금액은 850억원이다. 이 가운데 회수에 성공한 비율은 11.6%에 불과하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안전하면서 고수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위험이 없다면 기회도 없다. 남들은 잘 모르는 고수익 상품의 유혹이 올 때면 경제학자가 즐겨 쓰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부터 떠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유병철 증권부 기자 ybsteel@viva100.com

2016-07-04 14:04 유병철 기자

[기자수첩]수입과자 역풍 얼마나 됐다고…제과업계 명분없는 가격인상

박효주 기자지난해 국내 제과업계는 수입과자 열풍에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특히 수입과자의 인기는 ‘질소 과자’라는 말로 표현되는 국산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반증하는 것이었기에 국내 업체들의 속은 더욱 쓰렸다. 이후 제과업체들은 중량을 늘리고 포장을 줄이는 등 노력으로 질소과자란 오명을 간신히 벗어난 듯 보였다. 하지만 수입과자 열풍이 주춤하자 제과업체들은 올 들어 잇단 가격인상안을 발표, 소비자들에게 또 한번 실망감을 안겨줬다.지난 3월 롯데제과는 8종의 과자값을 최대 16.7% 인상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빙과 가격을 올렸다. 같은 달 삼양식품도 총 4종의 과자 가격을 평균 26%, 최대 30%까지 올렸다. 이어 지난달 초 크라운제과가 가격 인상에 편승해 최대 20.2%까지 값을 올렸고 뒤따라 1일 해태제과도 8개 제품에 대해 평균 11.35%, 최대 25%까지 인상에 나섰다.가격 인상에 대한 이들 업체의 공통된 혹은 일관된 입장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그러나 최근 3년 간 하락세에 있는 국제 곡물가를 비롯해 전란, 팜유 등 식품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대부분의 제조업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 역시 최근 몇 년간 최저수준이다. 실제 대다수 업체들의 감사보고서나 공시에서도 원자재 매입 가격이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해 국내 제과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 등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르지 않은 ‘빈 말’보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

2016-07-03 16:40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기자수첩] 휴대폰 불법 영업, 영세상인만 탓할건가

민경인 산업부 기자최근 갤럭시S7와 G5가 10만원대에 판매됐다. 지난 2012년 갤럭시S3가 17만원에 팔려나갔던 일이 떠올랐다.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지 햇수로 3년째이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규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보조금 영업을 바라보는 눈도 많아졌지만 휴대폰 유통 시장의 불법 행위는 여전하다.지난 27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어느 휴대폰 판매점주는 “단속이 심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게 접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 직영점과 대형 유통망, 영세 유통망의 판매가격이 동일해졌지만, 영세 휴대폰 유통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불법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 직영점과 대형 유통점에 쏠리는 우회 보조금과 불공정 프로모션으로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실제로 대형 오픈마켓과 쇼핑몰들은 휴대폰을 판매하며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해석에 따라 단통법 위반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영세 휴대폰 유통업자 입장에선 대형 유통망은 단속의 사각지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선을 두고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의 경우 검토는 됐지만 무산됐다. 휴대폰 기본요금 폐지도 논의 중이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단통법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들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단통법 시행 후에도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시장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왜 이러한 불법 행위가 계속되는지 통신당국의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민경인 산업부 기자 mkibrdg@viva100.com

2016-06-30 17:18 민경인 기자

[기자수첩] MBC 예능PD 잇단 퇴사, 리더십 부재의 시대

조은별 문화부 기자한때 예능왕국이라 불렸던 MBC의 스타PD들이 너도나도 사표를 냈다. 지난해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김영희PD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총 12명의 PD가 회사를 떠났다. 최근엔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일밤-복면가왕’ 연출자인 민철기PD도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PD들의 퇴사사유는 각각 다르다. 중국발 호재나 케이블 채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 PD도 있고 개인사정으로 퇴사한 PD도 있다. 그러나 그만둔 PD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사안은 ‘리더십의 부재’다. 퇴사한 한 PD는 “사의를 표하러 간 자리에서 관리자가 내가 맡은 프로그램의 이름도 모르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PD는 “시청자들은 점점 젊어지고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몇몇 관리자가 모든 걸 결정하면서 PD의 자율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고 퇴사사유를 밝혔다. MBC 고위층은 이런 PD들의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PD들의 이탈에 대해 “이게 다 (PD들을 관리 못한) 부장들 때문”이라며 중간관리자들을 질책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들이 모여 예능한류라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MBC의 현 주소다. 비단 리더십 부재가 MBC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소통불가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침몰당시 관계자 문책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 34일째에야 대국민 사과를 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측근비리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넘어갔다. 이제 대통령의 담화가 소통이 아닌 우스갯소리로 치부된다. 내가 아닌 남 탓, 성과만 강조하는 시대에서 국민들의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30일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종료일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6-29 15:57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브렉시트를 활용하는 자세…공포 뒤의 기회"

증권부 김민주 기자영국이 끝내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43년만에 EU(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하면서 영국은 물론 EU, 더 나아가 세계질서 지형에도 대격변이 예상된다.특히 반(反) EU 성향이 강했던 체코 등 다른 국가의 EU 탈퇴 움직임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우려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지난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9% 하락하며 4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27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0.08% 상승한 1926.85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1% 대 이상 떨어지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일각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여파로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당시의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그러나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등 커다란 충격을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IMF 당시 하루에 수백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으며, 수많은 주식들이 상장폐지로 휴지조각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때는 코스피가 900선 밑으로 떨어지며 국내 주식시장이 무너졌었다.하지만 당시 위기는 저가 매수의 기회였고 이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큰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공포심리 뒤에 놓인 기회를 찾아낼 때다.그러니 위축되지 말자.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자.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순간을 냉정하게 포착할 시점이다.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2016-06-27 15:58 김민주 기자

[기자수첩] 브렉시트, '부동산 단타족'에게는 재앙

영국이 유럽연합(EU) 가입 43년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 51.9%대 48.1%로 ‘EU 탈퇴’ 진영의 승리가 확정됐다. 브렉시트 현실화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의 환율과 금값, 주가는 요동쳤다. 특히 장중 4%대의 폭락을 기록한 주식시장에선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우리 국민 자산의 7할을 차지하는 부동산 역시 브렉시트 후폭풍 영향권에 속한다. 금융시장의 후폭풍은 실물경제에 적잖은 후폭풍을 몰아올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가구당 부동산 자산의 비율은 74%다. 집값이 10%만 떨어져도 전체 자산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관망세는 커지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브렉시트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점쳐져 왔던 터라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위험이 반영돼 왔다는 논리다.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좌불안석인 이들이 눈에 띈다. 값이 뛰는 즉시 부동산을 팔아 차익을 얻는 ‘초단타 투자족’들이다. 브렉시트가 확정되자마자 온라인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빨리 팔아야 할까요?”라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자와 통화에서 “브렉시트는 현재 물건을 쥐고 있는 초단타 투자족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 했다.급속한 투자심리 위축과 이로 인한 '거래절벽'으로 쥐고 있는 물건을 손절매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초(秒)치기식 불법전매로 벌어놓은 것은 고사하고 되레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부동산시장의 ‘사이드카’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6-06-26 10:38 권성중 기자

[기자수첩] 대우조선사태는 '권력형 비리'로 봐야한다

김정호 산업부 기자“경영진이 방만하게 경영하면 직원들이 100억원, 200억원씩 배임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산업 대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직원 비리를 겨냥해 던진 말이다. 옳은 지적이다. 다만 대우조선 사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좁은 주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현미경 보다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대우조선 경영진과 이들을 감싸고 있는 권력형 비리로 봐야할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추가지원 결정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틀만에 그는 말을 뒤집어 “정부와 산은 등 관계기관 논의를 통한 것”이라며 곧바로 진화했지만 그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별로없다.감사원의 감사 결과 산업은행은 분식회계 적발 시스템이 있었음에도 자회사인 대우조선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걸러내지 못했다.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당시 산업은행 수장으로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설립 이래 내부출신이 은행장에 오른 사례는 단 세 차례뿐, 나머지 모두는 청와대에서 떨어뜨린 낙하산이었다.산업은행 퇴직 임원들은 대우조선 이사회로 내려갔다. 사외이사 역시 ‘정피아’ ‘관피아’로 채워졌다. 그러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대우조선이 침몰해가고 있는데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임기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이번 일을 하부직원의 단순한 배임횡령사건으로만 보지말고 보다 멀리 봐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

2016-06-23 11:21 김정호 기자

[기자수첩] '도넛가게와 바람난 은행'…성공의 조건은

장애리 금융부 기자도넛 매장에 은행이 들어섰다.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크리스피크림도넛과 동거하는 ‘콜라보레이션 점포’를 개점했다. 은행일을 보러 간 소비자들이 도넛 한 박스를 들고 나오게 되는 매장이다.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저가형 생활용품숍 다이소아성산업과 제휴를 맺고 하반기 중 양사 멤버십 포인트를 상호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동산중개 앱 ‘다방’ 개발사와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은 향후 다방에 부동산 매매 서비스를 도입하고 KB부동산의 시세 및 매물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은행들이 이종 업계와 손잡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빵집, 부동산, 생활전문숍, 백화점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소비자의 생활 깊숙이 침투한 업체들이라는 것.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차별성 있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저금리와 씨름하며 우물쭈물 대는 사이 여러 해가 흘렀다. 그 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은행권의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고객 기반 유지와 조달비용이 낮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관련 업무제휴가 많게는 한 달에 10여건에 달한다”고 했다. 거창하게 출시됐다가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제휴 상품·서비스가 많다는 얘기다.업계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영혼 없는’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심 끌기, 생색용 상품으로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소비자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이 나오길 기대한다.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16-06-22 16:40 장애리 기자

[기자수첩] 김영란법에 안걸리려면?

이희승 문화부 기자한 스포츠지 연예부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선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매니저와 기자 사이의 ‘봉투’가 존재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이제 막 영화에 데뷔하거나 음반을 낸 신인들이 PD 혹은 언론사에 들려 인사를 하지만 여기에 이 모종의 거래가 당연한 듯 이뤄졌다고 한다. 커피나 조각케이크를 들고 오지만 그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현금이 오갔다는 소리다. 기자 꼬꼬마 시절 호기롭게 선배들이 당시 월급보다 봉투의 금액이 더 많았던 걸 이야기할 때는 ‘그게 과연 가능한 소린가’ 어안이 벙벙했다. 당시 나는 소속사에서 사주는 밥도 불편해서 커피를 대신 산다거나 하는 식으로 나름의 대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 선배는 그 봉투를 허투루 쓰지않고 재테크에 성공해 강남 모처에 꽤 큰 주상복합 아파트를 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당시 연예부 데스크의 서랍에는 언제나 한 가득 봉투와 양주  몇병은 있는 시절이 있었으니 지금은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호시절(?)의 막차를 탄 마지막 세대는 지금도 봉투는 아니어도 부서회식에 매니지먼트 홍보팀을 불러 계산을 시킨다든지 혹은 안좋은 기사를 빼주는 조건으로 온라인 광고를 하는 식으로 기자 나름의 매출을 달성하곤 한다. 가수와 방송 분야 취재처를 출입할 때는 이런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영화로 출입처를 옮기고 나서는 다른 신세계를 접했다. 이른바 ‘프레스 카드’가 제공됐던 것이다. 과거 독재시대의 ‘개목줄’로 불렸던 프레스카드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한달에 20번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게 극장을 가진 배급사들이 제공하는 카드였다. 영화계 3대 배급사들이 멀티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각 영화사의 홍보팀은 매년 초 골머리를 앓는다. 취지는 언론시사회로 영화를 보지 못한 기자들을 배려하는것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닌 여러 명이 돌려 쓰거나 담당기자가 아님에도 끝까지 가지고 있으려는 몇몇 꼰대(?)들의 당당한 요구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매체당 2개로 제한이 되어 있지만 모 방송사와 일간지에서는 출입처가 자주 바뀌는 특성상 그 전전 출입처 기자들까지 카드를 발급해 달라는 통에 10개가 넘는 카드가 발급된 전력이 있을 정도다. 그 즈음에 들려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법) 이 프레스카드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한마디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관계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안되는 법이다. 올해 도착한 프레스카드에도 사용기한이 9월로 제한되어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연간 12조원에 가까운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프레스 카드가 사라진다는 아쉬움도 잠시, 그간 담당자의 노고를 알기에 ‘일이 줄어들어 좋겠다’고 말을 건내자 의미 있는 한마디가 돌아온다. “대체 할 만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게 또 일”이라고. 평균 9000원짜리 영화티켓도 이런데 기업과 정치로비의 버짓에 맞는 대체체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16-06-20 15:39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국책은행 '교훈'보다는 '신뢰'가 필요

최재영 금융부 기자“지금까지 국민세금 7조원을 투입했는데 어떻게 이 사실을 몰랐을까.”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KDB산업은행을 향해 쏟아지는 질문들이다.지난 주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조2000억원의 분식회계, 회사 직원은 8년간 180억원을 빼돌렸고 회사가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와중에 대우조선은 2000억원의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감사원은 산은의 각종 행태에 대해 방관보다는 ‘묵인’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감사원이 지적한 산은의 관리 소홀 내용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감사원이 지적했듯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단 한번도 가동하지 않았다.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대우조선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도 산은은 감사를 요구하거나 조사한 적도 없고 내부통제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산은 노동조합이 “수년동안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수 조원대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산은의 관리 소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 봐야 하는 이유다.산은 노조는 “이번 감사목적이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 점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원은 이 사건의 진짜 ‘몸통’인 서별관회의 참석자와 정치권 낙하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우조선 사태에선 반드시 납득할 만한 답이 나와야 한다. 앞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위해 또다시 수조원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납득할 만한 답을 찾기 않고선 산은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제2의 대우조선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교훈’이 아닌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최재영 금융부 기자 sometimes@viva100.com

2016-06-19 17:37 최재영 기자

[기자수첩] 자동차 정찰제 적극 환영한다

천원기 산업부 기자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판매사원을 중심으로 자동차 정찰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지여부가 거론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처럼 오히려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통법과는 문제가 다르다.국내 완성차들은 보통 직영점과 영업소를 두고 있다. 직영점은 말 그대로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점포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이 모두 회사에서 지출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판매사원들은 국내 완성차 회사에 소속된 정직원으로 차 한대를 팔지 못해도 꼬박꼬박 회사에서 월급이 나온다. 대신 수당이 적어 차 한대 팔 경우 2~3%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소는 사정이 달라 영업소장이 모든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출하는 대신 차 한대당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판매한 차량 가격의 절반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완성차 업체들은 정찰제를 판매사원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영점은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영업소는 말 그대로 먹고 살아야 하니깐 자신들의 인센티브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판매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전시차나 재고차가 공장에서 바로 출고된 신차로 둔갑해 판매되기도 한다.결국 할인받아 싸게 샀다고 믿는 소비자만 피해를 당하는 셈이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호갱’을 노리는 영업사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시차나 재고차 문제로 발생하는 분쟁이 한해 수십건에 달할 정도다. 영업사원 스스로의 자정 노력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천원기 산업부 기자 000wonki@viva100.com

2016-06-16 15:14 천원기 기자

[기자수첩] 전관예우 바라보는 법조계 '두개의 시선'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전관예우가 실제 존재하든 안하든, 전관예우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법조계는 전관예우(前官禮遇)에 대해 양면적인 입장에 서있다. 전관예우의 실체가 정말 있는 것이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법조계가 많이 깨끗해지고, 투명해져서 ‘전관 변호사’라도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전관의 실체를 인정하고, 일종의 인생 계획을 세우기까지 하는 사람이 일부 있다. 일부 현직 판·검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배 판·검사였던 전관 변호사의 말을 들어주는 이유는 자신도 옷 벗고 변호사로 출세하는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이 같이 전간예우에 대한 인식차이는 전관예우 문제가 제도와 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인식과 문화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식과 문화의 문제는 법조계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해당된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을 반려할 당시 반대의견이 거셌다고 전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다’ 등 반대 이유도 다양했다.변협 서울지회가 전관을 없애는 입법 청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관(現官)인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에도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반대의견이 당연히 나왔다. 변협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채 법부터 만들면 분명 헌재에서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예우가 진짜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인식과 문화의 차이라는 두개의 시선이 변협에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전관예우의 실체를 떠나 전관예우 근절 의지의 실체를 물어야 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newtie@viva100.com

2016-06-15 16:10 신태현 기자

[기자수첩] 올랜도 총기난사의 3번과 신안군 성폭행의 14번

국제부 김수환 기자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의 범인 오마르 마틴(29)은 범행 전 IS 동조 의심자로 분류돼 3차례나 FBI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았었다.신안군의 한 섬에서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범인들은 범행 당시 몇 시간 동안 한적한 파출소 앞 도로를 차량으로 무려 14차례나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의 범행은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조짐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던 것은 아닌 셈이다.올랜도 총기난사 피해자들이 ‘게이클럽’에 있었기 때문에, 신안군 성폭행 피해자가 ‘그 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은 ‘묻지마 살인’이 ‘강남역 노래방’이어서 일어났다는 생각과 다를 바 없다.일명 ‘묻지마’로 표현되는 범죄와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자생적 테러는 누구나 잠재적 희생자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하지만 이러한 반사회적 성격의 범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대응노력은 미미하다.특히 한국사회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뒷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때마다 ‘위기관리능력이 없다’,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뒤따랐다.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으며, 그 주변에서는 300번 이상의 징후가 감지됐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이미 알고 있지만 비슷한 사건사고는 마치 데자뷰처럼 반복된다.“그(총격범)가 오고 있어요. 저, 죽을 것 같아요.”올랜도 나이트클럽 화장실에 숨어서 피해자가 총격으로 숨지기 전 이렇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는 동안, 수많은 이상 징후들은 지금도 무관심 속에 묻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2016-06-13 14:35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조선·해운 구조조정 '초심'을 잊지말자

박종준 산업부 기자“구조조정은 튼튼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영원한 조건이다.”미국 행정관료였던 로이 애쉬의 말처럼 조선, 해운 등 국내 제조업에서 진행 중인 현재의 대규모 제조업 구조조정이 본연의 목표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해운 및 조선업 구조조정은 철저한 자구 이행과 엄정한 손실 분담 원칙 하에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8월까지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방점이 해당 업종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때문에 이 지점에서 일본 구조조정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일본은 지난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에 처하자, 1999년 ‘산업재생’이라는 슬로건 아래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핵심은 철강, 조선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해 신속한 금융지원과 독점금지 예외 적용을 제도화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 주도’와 ‘민간 자율’이라는 두 가지 구조조정 작업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자율적인 기업 간 합병 등을 통한 체질개선을 유도했다.이는 2009년 ‘산업활력 재상 및 산업활동의 혁신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2014년 ‘산업경쟁력 강화법’으로 연결돼 샤프 등의 구조조정 작업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이 같은 선순환의 일본 구조조정 모델은 인력 감축 등으로 인한 노사갈등, 지역경제 위축, RD 축소에 따른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시금 환기해봐야 할 이유를 던져주고 있다.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2016-06-12 17:31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증시에서 합리적 소통이란?

유혜진 증권부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자소통(疏通).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라는 뜻이다.요즘 주식시장에서 이해관계자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뜻이 안 통해 오해가 생겼다. 주가는 출렁였다.지난 2일 삼성에스디에스(SDS)가 물류 부문을 떼어내는 등 사업을 쪼갠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2% 내렸다.그러자 다음 날 한국거래소가 이 회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회사는 사업 분할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합병 등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3일 주가는 10.78% 급락했다.현충일 연휴를 지난 7일, 이번에는 회사가 먼저 자율공시를 냈다. 향후 세계적으로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자 물류 사업 분할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사업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삼성SDS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본사를 찾아간 이들은 회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할합병 계획이 없다고 했던 말을 뒤집었다고 항의했다. 온라인 서명 운동도 하고 있다.삼성SDS 주가는 9일 현재 14만6000원으로 주저앉았다. 공모가(19만원)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2014년 11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이래 종가 기준 가장 낮다. 상장 직후 40만원을 웃돌았던 것은 과거일 뿐이다.회사와 주주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시되지 않은 내용이 회사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졌다. 나중에 나온 공시도 두루뭉술하기는 마찬가지다.시장 참여자 사이의 합리적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하는 사례다.유혜진 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6-06-09 16:36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구조조정 시끄러운 '조선', 차분한 '해운'

이혜미 산업부 기자침몰하던 현대상선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정상화’를 장담하면서 현대상선은 가빴던 숨을 모처럼 고르고 있다. ‘골든타임’의 기로에서 정부, 최고경영자, 투자자가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서 비교적 큰 잡음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대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재를 터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정부와 오너의 회생의지를 확인한 해외 선주들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용선료 인하와 채무조정에 동의를 해줬다.또 현대상선 임직원들은 또 어떤가.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얼마나 가슴을 조렸을까.현대상선을 비롯한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조선업계의 모습과 대비가 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검찰은 조선사의 부실을 키운 국책 은행은 물론 주요 경영진과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부실과 비리의혹들을 파헤치고 있다. 채권단이 자구안에 대해 최종 승인하고, 회사에서 자구계획을 발표하던 날, 검찰 수사진들이 대우조선을 압수수색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조선사 노조들은 공동으로 연대하여 회사가 만든 자구안을 반대한다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도 올 상반기 회생과 법정관리의 기로에서 하루 하루 숨막히는 생존 싸움을 벌이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용선료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선주들과 힘겨운 설득작업을 벌였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양 업계가 경영정상화를 향한 구조조정의 모습이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이혜미 산업부 기자 hm7184@viva100.com

2016-06-08 18:00 이혜미 기자

[기자수첩] 소통의 아이콘 박원순 시장…발달장애인 부모는 왜 외면했을까

한장희 사회부동산부 기자.“소통은 이 시대의 화두이자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소통하면 박원순 아니겠습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세계전략포럼 VIP 환담장에서 각계 인사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렇듯 자신을 소통의 아이콘으로 자처했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는 한 달 동안이나 냉담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해왔다.이들은 발달장애인 지원 법률에 따른 시의 세부 대책을 정하기 위해 협상하던 중 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박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박 시장은 농성 중에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를 거부했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서울시청 점거를 시도하다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청 후문에는 한달 내내 셔터가 내려졌다. 그 앞에는 농성을 위한 살림살이들이 가득했다. 또 점심시간이나 업무시간 중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청사 진입을 시도할라 치면, 건물 전체가 봉쇄되면서 직원은 물론 민원 등 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을 찾았던 시민들도 꼼짝없이 건물에 갇히게 되면서 많은 불편을 낳았다. 물리력을 앞세운 이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애초부터 농성을 벌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박 시장이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농성을 벌인 지 한 달만에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어쨌든 소통과 포용, 화합으로 대표되던 박 시장의 이미지에는 흠집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일찍 소통에 나섰다면 이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발당장애 자녀를 돌보지도 못하고, 아스팔트에서 기거하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 한 달 동안 박 시장의 행적을 돌아보면 시민들과 소통보다는 어디에 더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

2016-06-06 16:41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중국산 '짝퉁' 에 무방비인 'K-뷰티'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 ‘K-뷰티’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일명 ‘짝퉁’ 제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6 상해 화장품 미용 박람회’에는 LG생활건강 수려한,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그동안 중국산 ‘짝퉁’들이 이름만 비슷하게 지은 어설픈 모조품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제품 패키지는 물론 브랜드 콘셉트, 모델까지 중국업체들의 베끼기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을 모방한 중국 로컬 브랜드 수여한이다. 수여한은 수려한과 매우 유사한 용기에 그래픽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착각을 일으킨다. 영문표기도 ‘Sooryehan’과 비슷한 ‘Soorunkor’으로 표기했다. 이같은 짝품 제품들이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는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상품들이 버젓이 유통·판매되는 것을 넘어서, 유수의 미용박람회에까지 출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짝품 제품에 대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안이한 대응이다. 일례로 수려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LG생활건강 측에 상해미용박람회에 모조품인 수여한이 출품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수여한이라는 유사브랜드는 알고 있었지만 미용박람회에 까지 출품된 줄은 몰랐다"며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이 같은 안이한 자세는 최대 화장품 수출국인 중국에서 자신들의 자산과 이익을 넋 놓고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이미지 저하는 물론이고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어선 안된다.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bora6693@viva100.com

2016-06-02 16:20 김보라 기자

[기자수첩] 한국에도 성공적인 시리즈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가니 이번엔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왔다.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리즈물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한다. 반면 한국은 2편 이상 이어지는 시리즈물은커녕 속편도 제대로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간혹 속편이 제작된다고 한들 전작보다 나은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2’는 누적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6월 1일 기준) 7만 5677명에 그쳤다. 배우 전지현의 존재 여부를 떠나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미흡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듯 빅토리아가 출연했지만 그곳에서도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중국 관객 역시 한국 팬들처럼 ‘엽기적인 그녀’를 추억하는 데 그쳤다.‘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공식을 맹신하는 제작자와 달리 일부 감독과 배우는 속편 제작을 원하는 모양새다. 배우로는 악역에서 선한 이미지로 거듭난 김성균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퇴마: 무녀굴’에서 퇴마사로 열연했다. 영화 속 악령은 퇴치됐고 죽을 줄 알았던 여주인공이 다시 눈을 뜨는 것으로 작품은 끝이 났다. 속편 제작을 고려한 설정이다. 영화 인터뷰 당시 김성균은 “매년 여름 ‘퇴마’ 시리즈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관객수는 손익분기점인 100만에 크게 못 미치는 12만, 사실상 속편 제작은 힘들어졌다. 얼마 전 개봉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도 속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김성균과 함께 출연한 이제훈은 “홍길동을 재해석한 이 작품이 이대로 끝나면 아쉬울 것 같다. 속편이 나오면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관객수는 손익분기점(300만 관객)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42만에 그쳐 속편 제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국내영화와는 달리 할리우드는 올 하반기 다양한 속편을 들고 전세계 극장가를 찾는다. SF 시리즈를 대표하는 1996년 개봉작 ‘인디펜던스 데이’가 20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 23일 개봉을 앞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현실 속에서 흐른 20년의 세월을 그대로 영화에 담았다. 화려한 마술 쇼가 돋보인 ‘나우 유 씨 미2’도 7일 개봉한다. 그 외에도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 ‘제이슨 본’도 하반기 속편 기대작들이다.바로 어제 시리즈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무서운 이야기’의 세 번째 이야기가 개봉했다. SF와 공포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좋다. 영화는 앞서 판타스틱 영화제의 칸이라 불리는 시체스영화제의 미드나잇 익스트림 경쟁섹션에 초청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곡성’으로 시작된 호러물에 대한 관심이 ‘무서운 이야기3’로, 국내 시리즈물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6-01 15:47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