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넛가게와 바람난 은행'…성공의 조건은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6-22 16:40 수정일 2016-06-22 16:45 발행일 2016-06-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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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리 금융부 기자

도넛 매장에 은행이 들어섰다.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크리스피크림도넛과 동거하는 ‘콜라보레이션 점포’를 개점했다. 은행일을 보러 간 소비자들이 도넛 한 박스를 들고 나오게 되는 매장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저가형 생활용품숍 다이소아성산업과 제휴를 맺고 하반기 중 양사 멤버십 포인트를 상호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동산중개 앱 ‘다방’ 개발사와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은 향후 다방에 부동산 매매 서비스를 도입하고 KB부동산의 시세 및 매물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이종 업계와 손잡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빵집, 부동산, 생활전문숍, 백화점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소비자의 생활 깊숙이 침투한 업체들이라는 것.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차별성 있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씨름하며 우물쭈물 대는 사이 여러 해가 흘렀다. 그 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은행권의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고객 기반 유지와 조달비용이 낮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관련 업무제휴가 많게는 한 달에 10여건에 달한다”고 했다. 거창하게 출시됐다가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제휴 상품·서비스가 많다는 얘기다.

업계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영혼 없는’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심 끌기, 생색용 상품으로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소비자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