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조선사태는 '권력형 비리'로 봐야한다

김정호 기자
입력일 2016-06-23 11:21 수정일 2016-06-23 11:22 발행일 2016-06-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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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산업부 기자

“경영진이 방만하게 경영하면 직원들이 100억원, 200억원씩 배임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산업 대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직원 비리를 겨냥해 던진 말이다. 옳은 지적이다. 다만 대우조선 사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좁은 주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현미경 보다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대우조선 경영진과 이들을 감싸고 있는 권력형 비리로 봐야할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추가지원 결정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틀만에 그는 말을 뒤집어 “정부와 산은 등 관계기관 논의를 통한 것”이라며 곧바로 진화했지만 그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별로없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산업은행은 분식회계 적발 시스템이 있었음에도 자회사인 대우조선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걸러내지 못했다.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당시 산업은행 수장으로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설립 이래 내부출신이 은행장에 오른 사례는 단 세 차례뿐, 나머지 모두는 청와대에서 떨어뜨린 낙하산이었다.

산업은행 퇴직 임원들은 대우조선 이사회로 내려갔다. 사외이사 역시 ‘정피아’ ‘관피아’로 채워졌다. 그러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대우조선이 침몰해가고 있는데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임기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이번 일을 하부직원의 단순한 배임횡령사건으로만 보지말고 보다 멀리 봐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