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산 '짝퉁' 에 무방비인 'K-뷰티'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6-06-02 16:20 수정일 2016-06-02 18:17 발행일 2016-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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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 ‘K-뷰티’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일명 ‘짝퉁’ 제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6 상해 화장품 미용 박람회’에는 LG생활건강 수려한,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그동안 중국산 ‘짝퉁’들이 이름만 비슷하게 지은 어설픈 모조품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제품 패키지는 물론 브랜드 콘셉트, 모델까지 중국업체들의 베끼기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을 모방한 중국 로컬 브랜드 수여한이다. 수여한은 수려한과 매우 유사한 용기에 그래픽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착각을 일으킨다. 

영문표기도 ‘Sooryehan’과 비슷한 ‘Soorunkor’으로 표기했다. 

이같은 짝품 제품들이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는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상품들이 버젓이 유통·판매되는 것을 넘어서, 유수의 미용박람회에까지 출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짝품 제품에 대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안이한 대응이다. 

일례로 수려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LG생활건강 측에 상해미용박람회에 모조품인 수여한이 출품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수여한이라는 유사브랜드는 알고 있었지만 미용박람회에 까지 출품된 줄은 몰랐다"며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이 같은 안이한 자세는 최대 화장품 수출국인 중국에서 자신들의 자산과 이익을 넋 놓고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이미지 저하는 물론이고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어선 안된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