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조조정 시끄러운 '조선', 차분한 '해운'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6-06-08 18:00 수정일 2016-06-09 16:45 발행일 2016-06-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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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혜미
이혜미 산업부 기자

침몰하던 현대상선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정상화’를 장담하면서 현대상선은 가빴던 숨을 모처럼 고르고 있다. ‘골든타임’의 기로에서 정부, 최고경영자, 투자자가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서 비교적 큰 잡음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재를 터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정부와 오너의 회생의지를 확인한 해외 선주들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용선료 인하와 채무조정에 동의를 해줬다.또 현대상선 임직원들은 또 어떤가.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얼마나 가슴을 조렸을까.

현대상선을 비롯한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조선업계의 모습과 대비가 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검찰은 조선사의 부실을 키운 국책 은행은 물론 주요 경영진과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부실과 비리의혹들을 파헤치고 있다. 채권단이 자구안에 대해 최종 승인하고, 회사에서 자구계획을 발표하던 날, 검찰 수사진들이 대우조선을 압수수색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조선사 노조들은 공동으로 연대하여 회사가 만든 자구안을 반대한다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도 올 상반기 회생과 법정관리의 기로에서 하루 하루 숨막히는 생존 싸움을 벌이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용선료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선주들과 힘겨운 설득작업을 벌였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양 업계가 경영정상화를 향한 구조조정의 모습이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이혜미 산업부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