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렉시트, '부동산 단타족'에게는 재앙

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6-06-26 10:38 수정일 2016-07-14 09:55 발행일 2016-06-26 99면
인쇄아이콘
Kwon photo

영국이 유럽연합(EU) 가입 43년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 51.9%대 48.1%로 ‘EU 탈퇴’ 진영의 승리가 확정됐다. 브렉시트 현실화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의 환율과 금값, 주가는 요동쳤다. 특히 장중 4%대의 폭락을 기록한 주식시장에선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우리 국민 자산의 7할을 차지하는 부동산 역시 브렉시트 후폭풍 영향권에 속한다. 금융시장의 후폭풍은 실물경제에 적잖은 후폭풍을 몰아올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가구당 부동산 자산의 비율은 74%다. 집값이 10%만 떨어져도 전체 자산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관망세는 커지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브렉시트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점쳐져 왔던 터라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위험이 반영돼 왔다는 논리다.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좌불안석인 이들이 눈에 띈다. 값이 뛰는 즉시 부동산을 팔아 차익을 얻는 ‘초단타 투자족’들이다. 브렉시트가 확정되자마자 온라인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빨리 팔아야 할까요?”라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자와 통화에서 “브렉시트는 현재 물건을 쥐고 있는 초단타 투자족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 했다.

급속한 투자심리 위축과 이로 인한 '거래절벽'으로 쥐고 있는 물건을 손절매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초(秒)치기식 불법전매로 벌어놓은 것은 고사하고 되레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부동산시장의 ‘사이드카’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