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패권전쟁 정부가 나설 때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2-08-21 14:11 수정일 2022-08-21 14:12 발행일 2022-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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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산업IT부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의 흥망을 좌우할 새 변수가 등장했다. 매해 치열해지고 있는 기술 전쟁도,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쏟아내는 설비 투자 경쟁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그것이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신냉전은 어느덧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긴장할 수준으로까지 확전됐다.

특히 한국의 ‘칩4(Chip4)’ 참여를 둘러싼 미·중간 첨예한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법안 등의 당근책과 동시에, 칩4 참여를 두고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중국은 칩4 동맹을 자국 기술 안보 위협에 준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이를 주시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칩4 가입 등 미·중간 갈등으로 자칫 향후 중국 등 신흥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접근과 투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마저 떠안게 됐다.

새롭게 등장한 이런 요인을 민간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한다는 것은 이미 어려워졌다. 첨단 산업이 주요 국가들의 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국제 반도체 공급망의 블록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빠르게 진행 중인 탓이다. 반도체 산업의 흥업 성패에 냉혹한 국제질서라는 변인이 더해진 셈이다. 올해 반도체 산업을 두고 정부와 학계 관계자들이 소집된 자리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경제 안보’라는 단어도 이런 위기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해졌다. 정부는 우선 내달 초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당국에 대한 설득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설 거시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정부임을 명심하고 중장기적인 혜안을 통한 기만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우주성 산업IT부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