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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책] 늦깎이 시인이자 역사동화작가 문영숙, 갈급함을 거름으로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출간(사진제공=서울셀렉션)꽃은 계절 따라 일정하게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사람 꽃은 환경 혹은 사정에 따라 일찌감치 피기도 혹은 느즈막하게 만개하기도 한다.‘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의 저자 문영숙은 나이 50에야 시인으로, 역사동화작가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딸’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4년이나 미뤘던 아버지, 소아마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열 살에야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중학교 진학도 힘든 형편이었지만 장학생으로 고등공민학교(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에게 중학교 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졸업했다.책에는‘18세기 황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보수적인 남편, 7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큰 사랑을 주신 시아버지, 살뜰한 딸의 지원으로 치른 검정고시, 늦깎이 대학생활 등 단 한순간도 녹록치 않은 삶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저자의 일생이 담겼다.‘무덤 속의 그림’ ‘엄마의 날개’ ‘에네껜의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독립운동가 최재형’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 등을 발표하며 역사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하는 소소하지만 치열했던 삶이 담겼다.이제는 다정한 목소리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에 스스로에게 “고맙습니다, 내 인생”이라고 외치곤 한다. 갈급함을 거름으로 늦게 핀 꽃, 문영숙은 그렇게 더 아름다워질 내일을 꿈꾸며 매일 컴퓨터 앞에 앉는다. 뜨겁고 치열하고 아슬아슬하게.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6-04 18: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세계적인 바리스타 맥스웰의 커피에 대한 모든 것 ‘커피 딕셔너리’

커피 딕셔너리 커피에 대한 모든 것 | 맥스웰 콜로나 대시우스 지음 | 자작나무숲 출간(사진제공=자작나무숲)5분 거리 간격으로 커피전문점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인스턴트 커피에서 에스프레소, 스페셜티 커피로, 대형 프렌차이즈 형태에서 소규모 독립 카페로 커피산업 트렌드는 시시각각 진화되고 있다.커피에 매료되거나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 열광하는 이들을 위한 ‘커피 딕셔너리’(Coffee Dictionary)가 출간됐다.영국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바리스트 맥스웰 콜로나 대시우드(Maxwell Colonna-Dashwood)가 전하는 ‘커피의 모든 것’이다.커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저자는 호주 멜버른의 역동적인 카페문화, ‘브라더 바바 부단’이라는 카페에서 인생 커피를 접하면서 커피를 업으로 삼겠다 마음먹었다.‘Acidity 산미’부터 ‘Arabica 아라비카’까지를 담은 A부터 ‘Zambia 잠비아’까지 책은 커피에 대한 A부터 Z까지를 담았다. 말 그대로 커피 사전이다. 해당 단어에 대한 설명 왼쪽에는 그와 관련되거나 반대되는 개념을 찾아볼 수 있는 페이지 정보도 담겼다. ‘Acidity 산미’와 관련된 ‘Phosphoric Acid 인산’이 설명된 페이지가 적혀 있는 식이다.로스팅된 원두 색깔, 커피나무 및 커피꽃, 에어로프레스, 커피체리를 말린 카스카라, 커피크랙 등 책 구석구석 배치된 톰 제이의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는다. 책은 그야 말로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설명하기 쉽지 않았던 커피 지식들이 빼곡이 담긴 ‘커피 사전’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6-02 18:3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때론 서투르고 엉뚱해도…울컥거림과 작은 웃음을 선사하는 ‘곰돌이 푸’

곰돌이 푸 |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 에프 출간(사진제공=에프)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곰돌이 푸’는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은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의 테디 베어에 좋아하던 동물원 흑곰의 이름을 따 위니라고 불렀다. 작가가 그 테디베어 위니를 주인공으로 아들의 잠자리 동화를 꾸린 이야기 ‘곰돌이 푸’가 새로 출간됐다.1926년 책으로 먼저 출간된 ‘곰돌이 푸’는 1977년 월트 디즈니의 22번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사랑받았다.곰돌이 위니 더 푸는 ‘트랄랄라 트랄랄라’를 외치며 아침 체조를 하고 낙천적이고 느긋한가 하면 제 집 문에 노크를 하는 엉뚱함을 발휘하기도 한다.푸를 비롯해 소심하고 겁 많은 피글렛, 자기를 비하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우울한 당나귀 이요르, 현실적이고 재치 있는 토끼, 새로 이사온 캉가와 그의 모험심 강한 아들 루, 박학다식하지만 까막눈 올빼미….‘곰돌이 푸’의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들에서 모티프를 땄고 그들이 사는 백 에이커 숲 역시 작가와 가족, 친구들이 휴가를 즐기던 영국의 애시다운 숲이었다.이요르의 생일선물로 줄 빨간 풍선을 들고 뛰다 넘어져 터뜨리고 울상이 된 피글렛, 터진 풍선으로도 마냥 기쁘고 들뜬 이요르, 푸가 선물한 단지에 자신의 풍선은 넣을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한 이요르에 기분이 풀린 피글렛과 유용하게 쓰여 좋은 푸 등의 이야기는 묘하게 울컥하다.더불어 아침에 일어나 맨 처음 하는 생각에 대해 “아침으로 뭘 먹을까 하는 생각”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라고 주고받는 푸와 피글렛의 대화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동물친구들의 마냥 모자라고 서투른 듯한 일화들이 위로가 되고 작은 웃음이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6-02 18: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돈 벌기 비법 보다는 '할 수 있다'는 토닥임 '부자 되는 기적의 경매'

부자 되는 기적의 경매 벼랑 끝에서 시작해 호텔 사장 된 인생 선배의 재테크 비법| 신현필 저 | 1만8000원.(사진제공=한국경제신문i)3선 의원으로 승승장구 하던 남자가 자신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성공비결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처절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거리로 나 앉고 뼈다귀 수거를 하며 모은 750만원으로 이뤄낸 수기이기 때문이다.벼랑 끝에서 시작해 호텔 사장이 된 인생 선배의 재테크 비법을 담은 도서 ‘부자 되는 기적의 경매’는 부자 입문서라기 보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토닥임에 가깝다.‘부자 되는 기적의 경매’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 좌절하는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한다.‘한 순간에 인생이 바뀌다’를 시작으로 ‘상가에 도전하다’, ‘나를 살린 경매’, ‘초보 경매자를 위한 가이드’, ‘경매 투자자를 위한 가이드’, ‘참교육을 위한 학원을 설립하다’, ‘호텔 경매 도전기’, ‘은퇴 전에 경매 배우자’, ‘배움에 어린 나이는 없다’, ‘경매는 기회다’, ‘당신의 성공을 위한 조언’까지 총 11편으로 구성돼 있다.저자인 신현필 대표는 40대에 경매를 배워 종잣돈 75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해 꿈을 이뤘으며 현재는 갤럭시호텔, 크루즈호텔의 오너이자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8-06-01 08:15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미래 선점 조언

넥스트 위너| 스티브 사마티노 저 |1만 6000원 | 인사이트앤뷰 (사진제공=인사이트앤뷰)세계적 베스트셀러 ‘위대한 해체’로 유명한 미래학자이자이자 벤처기업가 스티브 사마티노가 신간을 냈다. ‘넥스트 위너’는 ‘해체’의 시기를 지나 ‘융합’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와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를 다룬다.이 책은 산업사회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이유와 구조화된 사회 안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현상을 설명하며 다음 세대를 마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돈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번 돈, 투자된 돈, 고안된 돈으로 각각 목적과 가치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투자에 대한 설명도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평균을 만드는 투자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워런 버핏도 이렇게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다 찾아온 한 번의 성공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또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결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연결로 쉽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책에는 그 방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8-06-01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현실에 발디딘 '청산에 살어리랏다!' 조금 다르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푸른 초원에 말이 달리고 양들이 노닌다. 텃밭농사를 짓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교류하며 정자를 지어 자연의 사계절 풍광을 만끽한다. 동이 터오면 야생 칠면조들과 함께 깨어나고 돼지들이 명랑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전원생활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꿨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다 보면 “나도 이런 데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전원생활’을 담은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저명한 교수이자 칼럼니스트 벌린 클링켄보그의 ‘나의 전원생활’, 25대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는 미국과 한국의 전원생활 에세이다. 농부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적으로 꽤 성공한 두 저자의 두 책 모두 주제와 콘셉트는 단순 명료하다. 시골생활의 희로애락이 담긴 일기형식의 에세이다.◇문예창작과 교수의 필력·표현력·애정 넘치는 ‘전원교향곡’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 생활 | 벌린 클링켄보그 지음 | 목수책방 출간(사진제공=목수책방)예일대학교와 포모나 칼리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제2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평가받은 벌린 클링켄보그의 ‘나의 전원생활’은 글쓰기 전문가의 저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1997년부터 11년 동안 ‘뉴욕타임즈’에 연재한 시골생활에 대한 칼럼을 추려 엮은 책은 마치 한 편의 웅장한 전원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전주곡’부터 11년치의 사계를 저마다의 악장처럼 꾸렸고 의미심장한 ‘간주곡’도 배치했다.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삼촌의 농장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 동물들, 사람들로부터 상상력을 키워왔다.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의 지평선을 넘어 존 컨스터블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전원으로 향했다. 각 장의 제목도 단순하다. ‘첫 번째 해’부터 ‘열한 번째 해’까지로 구성된 장에는 똑같기도, 전혀 다르기도 한 매년의 사계절이 담겼다.여전히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칼럼을 연재하는 그의 문장력과 표현력은 특히 동물들을 묘사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돼지 두 마리를 ‘힘이 넘치고 명랑하며 저녁밥 양동이를 들고 나타나면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잘생긴 녀석들’로 표현하는 식이다. 돼지를 비롯해 30여년을 함께 한 말, 소, 오리 등 먹을 것으로서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동물에 대한 애정 넘치는 표현들로 가득하다.소담스러운 전원생활의 간주곡에는 현대 농업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저자가 온몸으로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써내려간 화학비료, 동물의 조련을 빙자한 학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산성의 굴레, 막무가내로 길들여진 자연 등은 그의 표현대로 ‘이보다 더 어리석을 수는 없어’ 보인다.◇전직 산림청장의 본격 귀촌기! 진솔하고 요긴한 이야기산림청장의 귀촌일기 | 조연환 지음 | 뜨란 출간(사진제공=뜨란)귀촌 13년차에 접어든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는 탁월한 문장력이나 표현력보다 진솔함, 유쾌함, 실속으로 무장했다. “나의 경험이 귀산촌을 하려는 분들에게 요긴한 나침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쓰여진 만큼 귀촌 과정부터 시골살이의 즐거움, 귀산촌을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당부 등이 담겼다.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 산림공무원으로 시작해 산림청장에까지 올랐던 그는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하고 싶은 일시적인 충동, 편안하고 낭만적인 시골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자극하지 않는다. 상상보다 쉽지 않은 시골살이, 시행착오 투성이의 귀산촌 과정, 아무리 시골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먹고 살 궁리, 체험으로 얻은 당부와 조언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촌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혜인지에 대해서도 설파한다.‘시골에서 산다는 것’ ‘산촌에서 누리는 이 기쁨, 이 행복’ ‘우리 집 정원 이야기’ ‘행복한 귀촌 설계’ ‘산에서 펼치는 인생 2막’ 5개 장에 등장하는 양지바른 땅, 텃밭, 소박한 정자 녹우정, 검이불루(儉而不陋)의 집, 어여쁜 밭고랑, 30년지기 단풍나무, 반해버린 노각나무 꽃 등은 한없이 평온하고 행복으로 충만하다.하지만 도시의 편안함에 익숙한 이들의 시골살이가 마냥 편하기만 할 리 만무다. 이에 저자는 고향과 타향, 배우자, 좋은 이웃, 그림 같은 집 등 귀촌 전에 점검할 것들을 짚는다. 낭만이 아닌 현실에 발 디딘 귀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풍족한 인생 2막을 위한 경제활동에 대한 조언도 풀어놓는다. 시골살이도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삶이다. 그곳에서의 삶 역시 스스로에게 달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6-01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제목도 그림도 내용도 찰진 '생활예절'

생활 예절 | 김불꽃 지음 |팬덤북스제목부터 시선을 잡아 끄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련함이 들게 한다. 제목은 ‘생활 예절’ 네 글자지만 뒤도 아닌 앞에 붙인 설명은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받아서 쓴’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공감했다는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경우가 없었나 하는 씁쓸함이 든다”고 개탄할 정도로 한번쯤 겪어 본 상황들이 구구절절 들어있다.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예절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묻기도 뭣하고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애매한 상황들’을 확실히 정리해 준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많은 상황들의 예절들을 네이트 판으로 먼저 접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책은 공공기관에 배치하고, 권장 도서로 선정해야 함’ ‘주와 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계속 읽게 된다’는 평가가 줄을 이을 만큼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단행본은 기존에 게재하였던 글 외에 다양한 내용을 추가·보완해 구성했다. 상황별 예절 및 관련 에피소드는 산후조리원부터 집들이, 직장 내 회식 등 다양한 상황을 오간다. 이 중 백미는 번외 편으로 수록된 ‘사소한 예절 QA’다. 제목을 읽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이 책을 선물하자. 읽고 어느 정도 눈치를 챈다면 아직도 당신의 지인으로 남을 만한 수준은 된다는 증거일테니.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8-05-25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1000만 유튜버들의 운동 선생님, ‘낸시의 홈짐’

‘낸시의 홈짐’ 의 저자 낸시가 20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윤모기자yym@viva100.com)“여러분, 저는 80살이 될 때까지 이 몸을 유지하고 더 멋져질 겁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타워 23층 컨벤션홀. 검정 브라톱에 숏팬츠를 입은 중년 여성이 이렇게 말하자 홀 안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학교 다닐 때 연예인도 안 좋아했는데 언니 팬이에요” “한 번 안아주세요” 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흡사 아이돌 스타의 팬미팅을 연상케 했다.◇6년전 혜성같이 등장한 홈트의 조상님‘낸시의 홈짐’ 의 저자 낸시가 20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윤모기자yym@viva100.com)마이크를 쥔 주인공은 블로거 낸시(48, 본명 허문숙)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그는 2012년부터 네이버 블로그 ‘낸시의 홈짐’에 15분 분량의 운동 영상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SNS에 ‘홈짐’(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영상을 올리며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6년 전만 해도 운동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기구를 이용해 1시간 넘게 하는 게 정석으로 인식됐다.그 무렵 탄생한 ‘낸시의 홈짐’은 혁명이었다. 덤벨 같은 기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맨몸과 중력을 이용해 스쿼트, 런지, 푸쉬업 등 다양한 운동을 조합한 운동법은 젊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특히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운동을 마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에게 입소문이 퍼졌다. 낸시의 블로그에는 “‘낸시의 홈짐’을 통해 몸매와 건강을 되찾았다”는 누리꾼들의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그의 운동 동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의 누적조회수는 1000만뷰를 돌파했다.◇운동뿐만 아니라 인생 메시지 담은 책 낸시의 홈짐 |낸시 지음| 청림Life | 1만 5800원 | 사진제공=청림 Life블로그와 유튜브,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던 낸시가 최근 자신의 운동법을 모은 책 ‘낸시의 홈짐’(청림Life)을 발간했다. 책은 그가 6년간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들과 소통했던 내용 중 엑기스만 뽑았다. 임신중독증에 걸려 어렵사리 아들을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며 헬스트레이너 자격증을 공부하게 된 사연,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 이야기 등 진솔한 어투로 적혔다. 아울러 ‘낸시의 홈짐’의 기본 운동, 변형 운동 100여개와 탄탄한 허벅지 운동, 똥뱃살 빼는 운동 등 4~15분 내에 끝낼 수 있는 홈짐 루틴 30개가 QR코드와 함께 수록됐다. 책의 부제는 ‘스트롱 이즈 뉴 섹시’(Strong is new sexy)다.“제가 내년에 한국 나이로 50세가 돼요. 실제로 저랑 비슷한 연령대는 온라인 소통을 거의 안 하죠. 인스타그램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연령대 분들에게 제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죠.”집필기간만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블로그에 올린 829개의 포스팅을 정독하고 발췌해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책은 원고의 삼분의 일도 담지 못했다”면서도 “이 책을 희미한 등불 삼아 좁은 길을 걸어 나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단순한 운동책이 아닌 인생전반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대한항공 지상직 직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던 낸시는 그곳에서 13세 연상의 대학교수 마이클 피처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2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블로그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 당시 힘들었던 과정을 언급하며 “내가 흔들리면 남편도 아이도 더 힘들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운동보다 마음이 먼저 회복돼야 해요. 저도 힘든 일을 겪었지만 운동을 멈추지 않았죠. 전투적으로 뛰고 엉엉 울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느낌이에요. SNS를 통해 공황장애가 있거나 암 선고를 받았는데 저와 같이 운동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메시지들이 가장 와닿아요.”◇90여명의 낸시군단… 이젠 후학양성 올인 그는 최근 후학양성에도 열심이다. 일명 ‘낸시군단’이라 불리는 홈지머들이 그들이다. 2014년부터 함께 운동을 하기 시작한 이들로 구성된 ‘낸시군단’은 약 90여명의 대식구가 됐다.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거나 준비 중인 이들만 15명이다. 이외에도 ‘낸시의 홈짐’을 통해 운동에 입문한 몇몇 트레이너들이 ‘낸시의 홈짐’과 비슷한 유형의 운동책을 발간하기도 했다.“저는 운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사업화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다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먼 훗날 하늘에 있는 남편이 저를 다시 만났을 때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인터뷰를 마치고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에 낸시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눈팅만 했던 그의 블로그 ‘왕초보 입문’ 영상을 꼭 시청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8-05-25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이타심의 권력 '선한 권력의 탄생'

선한 권력의 탄생 | 대커 겔트너 지음 | 1만 5000원 |프런티어 (사진제공=한국경제신문)신간 ‘선한 권력의 탄생’은 권력의 속성에 대한 정의와 통찰을 현대 시각으로 정리했다. 권력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16세기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에서는 무력, 기만, 무자비, 전략적 폭력을 권력의 요소로 규정했다. 단어 자체가 지닌 복종과 지배라는 의미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권력이 독재자의 전유물이라는 관점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권력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다.저자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대커 켈트너다. 저서로는 ‘선의 탄생’, ‘연민 본능’ 있다. 그는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강력한 사회적 공동체를 구성해온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내재한 이러한 사회성이 권력으로 자기 만족을 하는 것보다 사회적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더 깊은 희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 안의 연민과 이타심이 권력을 부여해주는 이유를 말하고 그것이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이 바로 ‘선한 권력’이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8-05-25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연애짱' 되려 입학했는데 '마음짱' 돼서 졸업했어요! 박현숙 장편소설 '발칙한 학교'

아동물과 성인물. 출판에서 소설 영역의 주류는 이렇다. 아동과 성인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는 청소년은 출판시장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자 독자다. 박현숙 장편소설 ‘발칙한 학교’는 그런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남의 집 숟가락으로는 절대 밥을 먹지 않고 반 친구나 교사의 별 뜻 없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예민함으로 고교시절 가장 친한 친구와 절교를 했고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갔던 엄마를 민망하게 하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행복하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행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마음의 문제라고 조언하는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예민함 극복기다.한창 예민하던 시기 “둔감해지는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저자 박현숙이 자신의 바람을 담아 집필한 책이 ‘발칙한 학교’다. 방학을 맞은 중학교 1학년 연보라는 자신과 사귀면서도 주변에 여자애들이 끊이지 않는 남자친구 태근과 ‘의심’ 때문에 헤어졌다. 싱글맘인 엄마가 친구라고 우기는 민규 아저씨 얘기면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의심을 안고 수상한 학교에 갔다. 청소년 소설 ‘발칙한 학교’(사진제공=다림)이름하여 연애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이에 보라도 보라의 엄마도 “무슨 그런 발칙한 학교가 다 있어?”라고 일갈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김민이라는 아이의 노란 머리에 보라는 친구 소라를 떠올리고 노랑이 태근이가 좋아하는 색이라는 사실과 연결해 둘 사이를 또다시 의심하기까지 이른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 사물함 문을 쾅 닫은 보라에게 김민은 “나 때문에 화났냐?”고 집요하게도 캐물어 댄다. 끊임없이 사과하며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자꾸만 우겨댄다. 학교에서 만난 또 다른 아이 서연지는 냄새에 예민하게 굴고 황소윤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결국 실패해서 여기 온 거잖아”라고 신경질을 부린다.예민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네 소녀가 모이니 만날 부딪히고 목청을 높이며 아우성이다. 그랬던 소녀들이 여름방학 한달 동안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고 남학생과의 급식 차별을 의심하며 일심동체를 이루는가 하면 밤에 화장실을 함께 하고 화장법을 두고 수다를 떨며 둔감해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가 하면 지인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업 때마다 수상한 사고가 터지고 교장과 강타수 선생은 그 사고를 수습하느라 무언가를 대놓고 가르치는 일이 없다. 유난히 예민한 네 소녀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해하고 다투곤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다.유난히 예민한 보라는 소설 후반 ‘반전’을 선사하는 상형을 만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 달라진다. 엄마와 민규 아저씨 사이를 이해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빠’라는 트라우마에 안녕을 고하는가 하면 ‘오해를 설명하고 싶다’는 태근과의 만남을 미룰 줄도 알게 된다.혼자만의 성에서 불신을 뿜어내던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화장법을 배우고 손톱을 색칠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어렴풋이나마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둔감해지면 뭐든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 뿐 아니다.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상처입고 휘청거리는 모두에게 필요한 수업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5-21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세상 이치를 측정하는 GDP 숨은 의미

GDP 사용설명서| 다이앤 코일 지음 | 부키 | 가격 1만 1600원(사진제공=부키)국내총생산을 뜻하는 GDP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다. 뉴스에서 소개되는 각종 경제 지표의 기준도 GDP다. 하지만 그 속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GDP의 정의만 알뿐 그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현실 세계에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간 ‘GDP사용 설명서’는 제목대로 GDP의 정의부터 활용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GDP의 시작은 전쟁이다. 국민소득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1665년 윌리엄 페티의 작업으로 알려졌다. 그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소득, 지출, 인구, 토지를 비롯한 여타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고자 했다. 전쟁이 목적으로 통계를 통해 영국이 토지를 확장하고 인구를 늘리지 않더라도 이웃 강국인 네덜란드나 프랑스와 싸울 능력이 충분함을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저자 다이앤 코일은 GDP가 그 중요성에 비해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 책을 설명한다. 반대로 GDP를 알수록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책은 GDP가 가진 본래 목적과 그것이 어떻게 나라의 번영과 몰락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담아냈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8-05-18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앤, 보노보노, 도라에몽…언제나 내 곁에서 그렇게 말해 줘! "조금 늦어도 괜찮아!"

지친 일상, 마음껏 웃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모른다면 추억을 소환하자. 어린시절 한번쯤 낄낄거리며 웃었던 만화 3편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씩씩하고 명랑·쾌활한 빨간머리 앤과 츤데레 도라에몽, 단순함의 극치 보노보노가 그 주인공. 이들은 한낱 만화 캐릭터가 아니다. 어른들이 이해 못했던 나의 서운함과 기쁨,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꼈던 그들의 일상은 지금 봐도 명불허전이다. 외롭고 괴로운데, 힘들기까지 하다면 이 책들의 구절구절 숨은 인생의 진실을 마주해보자.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럴 수도 있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쉬엄쉬엄 해.”◇늦어도 못해도 괜찮아! 도라에몽.도라에몽이 전하는 말 |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앤북 출간겁은 많고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는 고백도 못하고 덩치 큰 친구에게도 곧잘 맞는 진구는 어쩌면 최초의 만화책 주인공이 된 가장 보통의 남자아이다. 현실적인 캐릭터에는 만인의 사랑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지난 3월 출간된 ‘도라에몽이 전하는 말’은 도라에몽 탄생 45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주머니에서 온갖 제품을 꺼내는 도라에몽처럼 구절 하나하나 주머니에 넣어 간직하고픈 말들은 의외로 평범하다. 정작 볼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진구와 도라에몽의 대사에는 슬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들으면 좋을 ‘츤데레’(무심한듯 챙겨준다는 뜻의 신조어) 같은 매력이 가득하다.저자이자 만화가인 후지코 F 후지오는 결정적인 대사나 장면이 아닌 귀퉁이의 문장에서 발견한 주옥 같은 말들을 간과하지 않고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서문에 이 책만의 독특한 문체와 그림을 간단히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첫 번째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분 내외.하지만 곁에 두고 내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정교한 그림은 아니지만 “열심히 빈둥 빈둥 지내는 게 뭐 어때서” “인간의 가치는 시험 점수로 정해지지 않아” “지금 안 바뀐다 해도 미래는 아주 작은 계기로 계속 바뀐다니까” 등 도라에몽 특유의 말투가 느껴지는 책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따듯함으로 그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민이란 건 어떻게 생긴거야? 보노보노.보노 보노의 인생상담 |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 놀 출간책 표지부터 소장각이다. 2015년 일본에서 출간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집필된 책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3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집필한 김신회 작가가 번역을 맡아 출간됐다. 김 작가는 보노보노에 대한 에세이를 써 원작인 일본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번역가이자 작가로 이번에도 만화 원작의 깊이 있는 매력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1986년 탄생된 후 40권이 넘는 책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보노보노는 단순함의 극치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의 동물들 역시 거침없거나 이기적이긴 해도 다들 순박하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그런 캐릭터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인간들의 고민 모음집이다. ‘취미가 없어서 불안해요’ ‘뭔가 되고 싶지 않을때는 어쩌죠?’ ‘결혼은 꼭 해야 할까요?’ 등의 질문에 대한 보노보노의 일관된 반응은 ‘대체 그게 뭔데?’다. 그리고 심각하게 의견을 구하는 우리들에게 보노보노는 이렇게 덧붙인다. “고민은 네가 좋은 사람이어서 하는 거야!”◇새로운 시작은 우리 곁에 있다고! 빨강머리 앤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지음 |아르테 출간(사진제공=(주)북이십일)1980~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독자들이라면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를 것이다. 지난 2016년 출간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 애니메이션의 삽화에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를 곁들였다. 그 시대 모든 소녀들이 그러하듯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로 읽은 앤이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빨강머리 앤’이 보여주는 친근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느새 훌쩍 자라 인생과 연애, 직장에서의 고민, 인간관계에 한번이라도 상처받았다면 책 속의 글귀들은 구구절절 와 닿는다.그렇다고 무작정 격려의 말을 늘어놓는 ‘착한 책’은 앤 답지 않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터무니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던 앤은 지금 봐도 현실적인 선택을 해 왔다. 빨간 머리를 염색하려다 초록색 머리가 됐을 때는 과감히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냈고 자신의 주근깨를 놀리는 옆집 아줌마에게는 대놓고 일갈하기도 했던 앤 아니던가. 작가는 앤의 모습에서 성공한 작가가 아닌 신춘문예에서 긴 시간, 여러 차례 낙방했던 경험과 첫사랑의 감정, 욕망이 부른 참사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심각한 고민에 휩싸인 우리들에게 앤은 말한다. “좌절하지 마. 새로운 시작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사진=각 출판사 제공

2018-05-18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그리스 크레타 섬부터 제주, 경주 첨성대, 지리산 천왕봉까지 ‘여신을 찾아서’

여신을 찾아서 | 김신명숙 지음 | 판미동 출간 | 1만 9500원(사진제공=판미동)명절이면 노예(?)가 되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집안일은 물론 조직 내 인사 불평등, 최근의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까지 여성이어서 겪어야 하는 편견과 부당한 처사는 비일비재하다.하지만 태초에 신은 여자였고 모든 인간은 여성의 몸을 빌어 태어난다. 이 같은 사실을 다시 각인시키는 책 ‘여신을 찾아서’가 출간됐다.언론인이자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김신명숙의 선택’ 등의 저자이며 한국 최초의 여신학 박사 김신명숙의 여신 문화 답사기다.‘크레타에서’ ‘내 나라 내 땅에서’ 2개부로 꾸린 책은 그리스 크레타섬, 제주도, 지리산, 경주, 서해바다 등 저자가 국내외 다양한 여신문화를 답사한 10여년의 여정을 담는다. 웅장한 딕티산의 딕티나, 크레타 제우스와 미노아 바다의 여신 등 그리스 크레타 여신 순례를 비롯해 여신상이자 신전인 첨성대, 살아 있는 여신의 섬 제주도의 신당, 지리산 천왕봉, 서해바다에서 만난 개양할미, 마고할미, 바리공주, 심청 등 저자가 10년 동안 만나고 경험한 여신들의 이야기를 전한다.그리스 크레타 섬, 경주의 첨성대·남산, 제주도, 서해바다, 지리산 등 관광지 풍경으로만 알고 바라보던 것들이 바라보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정서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8-05-16 19:3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부동산의 빛과 그림자… 돈 버는 상가투자 vs 오래된 집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부동산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재테크 수단 중 하나다. 실패 확률이 높은 주식과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와 비교하면 지금 재테크의 정점에 오른 부동산의 가치는 당연하다.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정상적인 기준을 벗어났다. 집값은 상식을 넘은 지 오래고 상가 임대료 상승은 대기업이 상권을 포기할 정도다. 주님 위의 ‘건물주’라는 말은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다. ◇ 그럼에도 답은 부동산, 주목받는 건 상가 투자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부자들의 상가투자’ | 권강수 지음 | 한스미디어 | 2만 3000원 | 사진제공=한스미디어거품 가득한 부동산 시장의 경고에 투자자는 좀 더 안정적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역전세 대란으로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상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신간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부자들의 상가투자’는 상가가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당장 임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상가 자체 가치의 상승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똑똑한 상가 투자를 위해 챙겨야 할 건 적지 않다. 상가 유형, 상권 분석, 업종과 창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책은 상가 투자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이어 상가 유형을 구분 짓고 그것에 맞는 투자법을 말한다.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서울 4개 권역 상권 분석이다. 여기엔 다시 총 40개 상권으로 세분화 되는데 책은 각 지역의 특징을 분석하고 나아가 상권별 베스트 업종과 평균 시세를 정리했다.예를 들어 소극장 문화로 유동인구가 많은 혜화역 상권의 경우 자투리 시간에 식사할 수 있는 샌드위치, 토스트 전문점을 추천한다.최근 인기를 끄는 연남동, 이태원의 분석도 있고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공릉역, 창동역 등 지역도 포함됐다. 신도시 건설로 급부상한 위례신도시 상권도 있다. 모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분석한 결과물로 상가 투자를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고, 과잉이 가져올 몰락‘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 노자와 치에 지음 | 흐름출판 | 1만 4000원 | 사진제공=흐름출판신간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는 부동산 몰락이 가져오는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은 2033년에는 일본주택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도시공학 박사이자 도요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노자와 치에다. 그는 일본이 인구 감소 시대에도 고도성장기의 도시 계획과 주택정책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주장은 숫자와 그래프로 뒷받침된다. 이에 일본의 부동산 시장에 잘 알지 못하는 독자도 충분히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좋은 부동산 교과서 같은 형태로 주장과 자료가 정리됐다. 책은 외형만 커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책 내용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건 일본이 한국과 닮아있고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고 그 결과 주택 과잉 국가가 됐다. 문제는 지금도 도쿄 연안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교외 택지도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도쿄와 마찬가지로 서울도 빈집은 있는데 채우지를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도시 정책으로 주거 타운은 형성되고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집값이 실거주자를 가로막는다.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 큰 폭으로 거침없이 솟구쳐 오른 집값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집을 구입한 주인은 어떻게든 이익을 보려고 매매가를 올리고 주변의 투기 세력이 부채질한다. 이는 지금 부동산 문제가 단순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문제 제기로 시작한 책은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제안으로 끝을 맺는다. 핵심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도시 계획이다. 특히 저자는 부동산을 주거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민의 태도를 지적한다. 책은 투자가 아닌 미래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의 부동산을 마지막까지 강조한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8-05-11 05:10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