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연애짱' 되려 입학했는데 '마음짱' 돼서 졸업했어요! 박현숙 장편소설 '발칙한 학교'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5-21 07:00 수정일 2018-05-21 18:46 발행일 2018-05-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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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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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물과 성인물. 출판에서 소설 영역의 주류는 이렇다. 아동과 성인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는 청소년은 출판시장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자 독자다. 박현숙 장편소설 ‘발칙한 학교’는 그런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남의 집 숟가락으로는 절대 밥을 먹지 않고 반 친구나 교사의 별 뜻 없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예민함으로 고교시절 가장 친한 친구와 절교를 했고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갔던 엄마를 민망하게 하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행복하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행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마음의 문제라고 조언하는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예민함 극복기다.

한창 예민하던 시기 “둔감해지는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저자 박현숙이 자신의 바람을 담아 집필한 책이 ‘발칙한 학교’다. 방학을 맞은 중학교 1학년 연보라는 자신과 사귀면서도 주변에 여자애들이 끊이지 않는 남자친구 태근과 ‘의심’ 때문에 헤어졌다. 싱글맘인 엄마가 친구라고 우기는 민규 아저씨 얘기면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의심을 안고 수상한 학교에 갔다.

 

발칙한 학교
청소년 소설 ‘발칙한 학교’(사진제공=다림)

이름하여 연애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이에 보라도 보라의 엄마도 “무슨 그런 발칙한 학교가 다 있어?”라고 일갈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김민이라는 아이의 노란 머리에 보라는 친구 소라를 떠올리고 노랑이 태근이가 좋아하는 색이라는 사실과 연결해 둘 사이를 또다시 의심하기까지 이른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 사물함 문을 쾅 닫은 보라에게 김민은 “나 때문에 화났냐?”고 집요하게도 캐물어 댄다. 끊임없이 사과하며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자꾸만 우겨댄다.

학교에서 만난 또 다른 아이 서연지는 냄새에 예민하게 굴고 황소윤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결국 실패해서 여기 온 거잖아”라고 신경질을 부린다.

예민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네 소녀가 모이니 만날 부딪히고 목청을 높이며 아우성이다. 그랬던 소녀들이 여름방학 한달 동안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고 남학생과의 급식 차별을 의심하며 일심동체를 이루는가 하면 밤에 화장실을 함께 하고 화장법을 두고 수다를 떨며 둔감해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가 하면 지인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업 때마다 수상한 사고가 터지고 교장과 강타수 선생은 그 사고를 수습하느라 무언가를 대놓고 가르치는 일이 없다. 유난히 예민한 네 소녀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해하고 다투곤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다.

유난히 예민한 보라는 소설 후반 ‘반전’을 선사하는 상형을 만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 달라진다. 엄마와 민규 아저씨 사이를 이해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빠’라는 트라우마에 안녕을 고하는가 하면 ‘오해를 설명하고 싶다’는 태근과의 만남을 미룰 줄도 알게 된다.

혼자만의 성에서 불신을 뿜어내던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화장법을 배우고 손톱을 색칠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어렴풋이나마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둔감해지면 뭐든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 뿐 아니다.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상처입고 휘청거리는 모두에게 필요한 수업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